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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으면 수신료 안 낸다? 도대체 TV가 뭔데?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1, 2013

월 2500원, TV 수신료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첫 번째는 안테나를 세워서 TV가 안 나오면 TV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불편한 진실 두 번째는 집에 TV가 없으면 TV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둘 다 기준이 모호하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TV고 어디서부터는 TV가 아닐까. TV가 잘 나온다 안 나온다를 구분하는 경계도 애매하다.

KBS에 따르면 지상 9m 이상 높이의 안테나를 달아서 수신이 안 되면 수신료 면제 대상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파 강도가 41㎶/m 미만이거나 10초 안에 세 번 이상 화면이 깜박거리면 난시청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연적 난시청이라면 수신료를 안 내도 되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있거나 특수한 입지적 조건 때문에 안 나오는 인위적 난시청이라면 내야 한다.

TV가 안 나오면 일단 KBS 수신료 콜센터(1588-1801)로 전화해서 난시청 여부를 판단 받고 필요하다면 안테나나 소출력 중계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래도 안 나오면 수신료를 면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 난시청의 경우 문제를 유발한 건물주가 난시청 해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KBS의 입장이다. 유료방송 가입비를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따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재범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방송정책과 과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위적 난시청에 대해 사실상 손을 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완식 KBS 송신기획팀 팀장은 “KBS의 책임은 안테나를 세워서 TV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단계까지”라면서 “난시청 지역은 아닌데 주변에 높은 건물 때문에 TV가 안 나오는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인위적 난시청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어디까지를 TV로 볼 것이냐는 좀 더 복잡한 문제다. 애초에 방송법이나 수신료 징수 규정 등에 규정된 TV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PC에 TV 수신카드를 달아 TV를 보는 경우 수신료 징수 대상일까 아닐까. PC 모니터에 TV 튜너가 내장돼 있는 경우는 대상일까 아닐까. 거실에 TV가 있지만 IPTV 용도로만 쓴다면 이걸 TV로 봐야 할까 아닐까. 튜너 없는 모니터에 셋톱박스를 연결해 TV를 본다면 이건 또 TV일까 아닐까.

양한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기획과 과장은 이런 질문에 난감해 했다. “기술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양 과장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DMB의 경우 수신료 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걸 보면 직접 수신을 하지 않는 디바이스들은 수신료를 안 내도 될 것 같은데 명확한 세부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KBS 관계자도 이와 관련,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방송법 64조에는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수신료는 시청하는 채널의 종류나 시청량, 유료방송 가입 여부 등과 관계없이 TV 수상기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의무를 갖게 된다. 자연적 난시청 지역이 아니라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IPTV 등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TV 수상기만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헌법재판소도 “KBS의 방송을 수신하는 자가 아니라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 수상기를 소지한 자가 부과 대상이므로 실제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TV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TV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문제는 TV 수상기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원칙적으로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튜너가 내장된 기기를 수신료 부과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TV 기능이 내장된 PC 모니터는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PC에 내장된 TV 수신카드는 PC의 부가 기능으로 보기 때문에 안 내도 된다. TV와 LCD 모니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결국 튜너가 모니터와 일체형이냐 아니냐가 그 기준이 된다는 이야기다.

TV는 있지만 지상파를 시청하지 않거나 DVD나 다운로드 동영상을 감상하는 용도로만 쓰거나 아예 인터넷 회선으로 IPTV만 시청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모두 수신료 부과 대상이다. 안테나가 연결돼 있지 않고 케이블 방송만 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KBS는 “비디오 시청용으로 이용되고 있더라도 튜너가 내장돼 있어 언제든 TV를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수신료 부과대상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완식 팀장은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튜너 없는 대형 모니터를 거실에 두고 HDMI 포트에 연결된 셋톱박스를 통해 IPTV를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팀장은 “보통 거실에 TV 있는 자리에 놓여있으면 TV로 간주하지만 TV가 아니라고 우기면 강제로 수신료를 징수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TV 수상기의 기준을 넓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TV 수신료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KBS를 보는 모든 가구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게 맞다. 과거에는 실제로 보든 안 보든 KBS를 볼 수 있는 TV 수상기가 있으면 TV 수신료를 내야했지만 이제는 TV 수상기가 없이도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똑같이 방송을 보는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 받는다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언젠가 실시간 재송신되는 모바일 TV 서비스 같은 게 나온다면 이런 구분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면서 동시에 콘텐츠 사업자였지만 지상파 플랫폼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TV 수신료가 여전히 지상파 플랫폼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지상파나 지상파와 연계된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KBS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수신료를 부과할 명분이 없게 된다. 지금은 TV(수상기)로 TV(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TV 수신료는 여전히 TV 수상기에 부과된다.

이재범 과장은 “TV 수신료는 TV를 보는 대가가 아니라 TV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공적 부담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지상파 커버리지가 95.8%라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 조사를 해보면 인위적 난시청 지역이 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TV 수신료에 대한 반발은 KBS의 책임도 크다”면서 “직접 수신비율을 높이려면 난시청 문제를 강 건너 불 구경처럼 볼 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도 강화해야 하고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공청 설비를 훼손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부는 오늘 10월 저소득 계층 대상으로 저가형 케이블 상품으로 클리어쾀을 허용하면서 지상파 직접 수신을 선택 사항으로 적극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하재현 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실 실장은 “새로운 플랫폼과 디바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TV의 범주도 넓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출시된 구글 크롬캐스트처럼 TV의 시청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실장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지상파의 가치를 지켜 나갈 필요도 있지만 튜너가 있으면 TV라는 과거의 낡은 기준을 넘어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TV 수신료의 부과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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