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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비판도 대안도 모호, 검색 공정성 문제로 풀자.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 2013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겠어?” 최근 조중동과 네이버의 갈등을 보면 이 시대 최고의 난제라는 이 질문이 떠오른다. 보수 언론이 연일 네이버를 집중 공격하고 있지만 정작 뭐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 뭘 어떻게 고치라는 건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네이버 역시 바짝 엎드려서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대안이라고 내놓을 게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9일 NHN이 기자 간담회에서 내놓은 상생 대책은 이런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부동산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다. 지식쇼핑 서비스도 접을 수 있다. 문제는 조중동 등과의 갈등이 단순히 몇몇 사업 부문을 포기하는 수준에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조선일보는 30일 사설에서 네이버를 “잡식성 공룡”으로 규정하고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지 말고 검색 포털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NHN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중앙일보는 좀 더 나가서 “정보중개 서비스를 하는 포털 본연의 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아선언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NHN이 내놓은 상생 방안 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입장 표명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네이버의 독과점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면서 정치권에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조중동의 요구에 화답해 네이버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조중동은 구체적으로 NHN이 뭘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NHN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낮출 방법도 없고 언론사들 요구를 넘겨짚어 이런저런 서비스를 접겠다고 선언할 수도 없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라고 물으면 일단은 “내가 잘못 했어”라고 대답하는 게 최선이다. 조중동은 다시 “뭘 잘못했는데?”라고 묻고 있는 상황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이나 네이버나 대안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포기하고 접으라는 건데 네이버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요구가 있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지금은 가해자는 있는데 피해자에 대한 논의는 여론만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칫하면 일부의 여론이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왜곡되고 특수한 맥락에서 정서적으로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규제의 방향이 단순히 네이버를 괴롭히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NHN의 문제에 집중하는 미시적인 관점보다는 다양한 견해와 정확한 현상 분석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대형 포털의 횡포와 관련, 주장만 있을 뿐 실제로 팩트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여론에 쏠려 규제를 하면 결국 시장을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인터넷콘텐츠협회 회장은 “네이버에 횡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콘텐츠 사업자는 유일하게 언론사들 뿐”이라면서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네이버로부터 최고의 대접을 받아온 콘텐츠 사업자가 바로 언론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네이버의 문제는 1위 검색 사업자가 다른 서비스에 진출하는 문제에 포커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법을 정해 정부가 규제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 같다”고 덧붙였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색광고 단가는 광고주들의 실시간 입찰로 결정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관여하는 게 불가능하고 상생 콘텐츠 기금을 징수한다는 법안 발의도 위헌 소지와 역차별 이슈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NHN이 어떤 산업에서 지배적 사업자인지 정의가 모호하고 설령 지배적 사업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지위를 남용할 경우 벌과금 정도의 규제에 머물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창영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네이버 규제 이슈, 이제는 지겹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네이버의 시장 지위 남용과 관련해 언론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문제제기에 비해 실제 내용은 충분한 근거와 혐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과거 법원 판결과 유사한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이 없는 법안을 입법하거나 미미한 과태료 부과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NHN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갖는 불만의 대부분은 언론의 문제”라면서 “콘텐츠 수수료를 올려주거나 페이지 뷰를 늘려주거나 하는 걸로 해결할 수 없는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해줘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조중동이 전면적으로 요구 조건을 제안하고 있지는 않지만 NHN이 뉴스 서비스를 접도록 하는 게 조중동의 최종 목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윤영찬 NHN 미디어센터 이사는 “뉴스스탠드와 유료화는 앞으로 발표하게 될 언론사와 상생의 중요한 축”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언론계가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고 있다”면서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이사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뉴스 서비스의 철수 또는 전면 유료화까지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네이버 비판이 겉도는 이유는 애초에 문제 인식부터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네이버가 부동산이나 지식쇼핑에 뛰어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사 이해관계에 따라 검색 결과에 차등을 둬서는 안 된다는 공정성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 차등을 둘 뿐만 아니라 경쟁 서비스의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조중동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변죽만 울리고 있다”면서 “네이버에 요구해야 할 것은 네이버 내부 자료를 외부에서도 검색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것과 외부 콘텐츠를 내부 콘텐츠와 동등한 조건으로 검색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문을 독점하려 하지 말고 관문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언론과의 문제도 검색 공정성 원칙을 정립하는 것으로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뉴스캐스트 시스템으로 돌아가되, 어뷰징과 선정성 경쟁을 규제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정보 접근의 공정성이지 기계적 중립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특정 언론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신규 진입을 폭넓게 개방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포털의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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