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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가 불러올 TV의 몰락 또는 부활.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28, 2013

왜 이런 게 이제야 나왔을까. 구글이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크롬캐스트를 전격 공개했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TV를 연결시키는 초소형 셋톱박스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만하다. 제프 자비스 뉴욕대 저널리즘 경영대학원 교수가 “크롬캐스트가 TV를 세컨드 스크린으로, 핸드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컴퓨터의 노예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크롬캐스트는 언뜻 USB 메모리 같은 디자인이다. 크롬캐스트를 TV 뒷면에 있는 HDMI에 포트에 꽂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과 TV가 연결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기기는 물론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윈도우폰 등도 지원된다. 아직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크롬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지금까지 보던 동영상을 TV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크롬캐스트 이전에도 비슷한 디바이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크롬캐스트를 조작하지만 동영상이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은 명령만 내릴 뿐 크롬캐스트에서 직접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스트리밍 데이터를 수신하는 방식이다. 직접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편리하다. 기존의 장비를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도 경쟁력 포인트다.

지금까지는 TV로 인터넷을 서핑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마우스 컨트롤도 어렵고 키보드 타이핑도 번거롭다. 그러나 TV 리모컨으로 할 수 없었던 걸 스마트폰은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이 빛을 발한다. TV를 잘 콘트롤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의 화면을 크게 보기 위해 TV가 필요하게 된다. TV의 개념도 달라진다. 한창 스마트 TV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크롬캐스트는 TV를 그냥 껍데기로 만든다.

크롬캐스트는 인터넷 콘텐츠들, 특히 유튜브가 TV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도만 받쳐준다면 주문형 비디오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크롬캐스트가 얼마나 보급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선방송(SO)과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크롬캐스트는 여러 플랫폼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크롬캐스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35달러 밖에 안 한다. 가입비도 없고 달마다 수신료도 없다. 속도가 충분히 빠른 인터넷과 와이파이 환경만 구축하면 된다. IPTV 보다는 확실히 접근성이 좋고 케이블 보다는 가격이 싸다. 콘텐츠가 관건이지만 머지 않아 크롬캐스트 전용의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형태의 코드 컷팅(케이블 가입 해지)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개방성과 확장성도 경쟁력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비롯해 윈도우즈폰과 그밖에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노트북 컴퓨터면 크롬캐스트의 리모컨이 된다. 지상파 방송을 보다가 스마트폰에서 찾은 동영상의 크롬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화면이 전환된다.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가 공개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푹이나 티빙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크롬캐스트에 쉽게 올라탈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끝까지 실시간 재송신을 허용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포털에서 실시간 중계된다. 뉴스 서비스도 지상파 플랫폼에 묶어두려 하겠지만 결국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상파 방송사들이 뉴스 서비스를 크롬캐스트에 내보내지 않는다면 다른 서비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아직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고 미러링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건 선호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있는 파일을 재생시킬 수 없고 스마트폰 화면과 TV 화면이 일치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리모컨 역할만 할 뿐이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크롬캐스트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크롬캐스트가 아니라도 TV와 PC, 스마트폰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플랫폼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N-스크린 서비스 시대가 오고 있다. 크롬캐스트는 그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는 TV의 몰락 또는 새로운 부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크롬캐스트의 폭발적 인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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