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만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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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됐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는 아날로그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유료 방송 시장의 확대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부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클리어쾀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S와 EBS의 지상파 커버리지는 95.8%나 되지만 직접수신 비율은 7.9%에 그쳤다. 안테나만 달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지만 12명 가운데 11명 꼴로 유료 방송에 가입해 지상파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중복 가입자를 감안하더라도 직접수신 비율은 정체 상태거나 상당한 수준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부에 따르면 4월말 기준으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는 941만명,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552만명이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아날로그 케이블은 96만명 줄어들었지만 디지털 케이블은 101만명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5만명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IPTV는 543만명에서 716만명으로 173만명(31.9%)이나 늘어났다. KT스카이라이프와 KT IPTV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케이블 가입자들이 소폭이나마 늘어난 데는 “디지털 전환되면 TV 못 본다”는 케이블 사업자(SO)들의 공포 마케팅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화면 절반을 가리는 자막과 함께 디지털 전환 안내 방송이 계속되자 디지털 TV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가구 가운데 상당수가 저가의 아날로그 케이블이나 1인 가구 같은 경우는 인터넷과 IPTV 결합상품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부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보고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범 미래부 디지털방송정책과 과장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저소득 계층에게 전환 비용을 지급했는데 어디만 지원하고 어디는 하지 않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케이블 디지털 전환 과정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클리어쾀 도입과 함께 반값 TV를 대량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김용환 KBS 난시청서비스부 부장은 “지난해에만 해도 3800개 공동주택 단지 220만 세대에 공시청 안테나를 설치해 직접 수신 환경을 조성했지만 직접 수신 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가전사들이 AS가 귀찮다는 이유로 안테나를 끼워팔지 않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SO들이 고의로 공시청 안테나를 훼손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래부 이재범 과장은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이 낮은 건 지상파 방송사들 책임도 있다”면서 “SO들은 TV가 안 나온다고 하면 바로 와서 안테나를 고쳐주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감감 무소식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안테나만 달면 지상파를 볼 수 있는 가구도 많은데 국민들 상당수가 TV를 깨끗하게 보려면 케이블에 가입해야 하는 줄로 알고 있다”면서 “가전사들에 TV와 안테나를 같이 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재현 방송기술인협회 정책실 실장은 “아날로그 케이블에서도 지상파는 8VSB 방식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HD 화질로 볼 수 있다”면서 “문제는 아날로그 TV로 TV를 보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에 HD 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려면 클리어쾀이 아니라 TV 수상기를 바꿔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실장은 “클리어쾀은 저소득 계층 지원이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들 사이의 영역 다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MBC의 한 기술직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도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확대 전략을 정부가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클리어쾀은 케이블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저가형 서비스를 내놓고 홈쇼핑 수수료 매출을 유지하려는 SO들의 생존 전략인데 미래부가 발 벗고 나서서 이를 지원해야 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목적은 공익적으로 포장하고 수단은 사업자의 이득을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상당수 국민들이 아날로그 케이블에 머물러 있는 상황은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디지털 전환의 취지를 살리려면 디지털 케이블 전환을 독려할 게 아니라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아날로그 방송을 볼 수 없어서 케이블로 넘어갔던 가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직접 수신이 가능하다면 케이블을 끊을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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