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퇴출, 나쁜 민자를 좋은 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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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맥쿼리가 지하철 9호선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와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맥쿼리의 사업권 매각 대금이 해지 지급금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보험사들에 전달한 상태다. 해지 지급금은 8000억~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18일 맥쿼리신한인프라투융자회사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시 사항이라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메트로9호선 실시협약 변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사업수익률 변경이나 신규 투자자 결정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메트로9호선은 현대로템이 25.0%, 맥쿼리가 24.5%, 신한은행이 14.9%, 포스코ICT가 10.19%, 현대건설이 7.64%씩 보유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사업은 투자금액 대비 8.9%의 보장 수익률로 설계돼 있는데 최소 운임수입 보장(MRG) 조건이 있어서 만약 운임수입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가 처음 5년 동안은 예상 운임수입의 90%까지, 그 다음 5년은 80%까지, 그 다음 5년은 70%까지 보전해 준다. 나머지 15년은 MRG 조건이 없다.

서울시는 그동안 2009년에 142억원, 2010년에는 322억원, 2011년에는 36억원을 보전해줬다. 2011년분 가운데 209억원과 2012년분 540억원은 아직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맥쿼리 등을 내보내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보장 수익률을 8.9%에서 4~5%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4%만 돼도 채권 수익률 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사들이라면 메리트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맥쿼리를 내보내고 보장 수익률을 8.9%를 4%로 줄인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가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보장 수익률은 투자 금액 대비 비율이다. 맥쿼리를 비롯해 메트로9호선 주주들이 투자한 돈은 5458억원, 지분 투자가 1671억원이고 나머지 3787억원은 차입금이다. 보험사들이 맥쿼리 등의 사업권을 얼마에 사들이냐에 따라 서울시의 부담이 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맥쿼리가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맥쿼리와 서울시가 맺은 협약에는 해지 지급금이라는 게 있다. 해지 시점이나 귀책 사유에 따라 다르지만 만약 서울시의 귀책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7000억~8000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계약 해지가 아니라 맥쿼리 컨소시엄과 보험사 컨소시엄이 서로 지분을 사고 파는 형태로 사업권을 넘겨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맥쿼리와 보험사의 거래에 관여하지 않되 매입 가격이 해지 지급금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기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만약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맥쿼리의 지분을 넘겨 받을 경우 서울시가 4%의 보장 수익률을 맞춰주려면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맥쿼리가 물러나고 보장 수익률이 낮아져도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거라는 이야기다.

맥쿼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8.9%의 보장 수익률은 서울시와 맥쿼리가 처음 계약했던 운임과 수요예측이 맞아떨어질 경우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다. 만약 운임을 올리지 못하거나 통행량이 수요예측에 미치지 못해서 보장 수익률을 맞추지 못할 경우 90→80→70%의 MRG가 적용되는데 8.9%에 적용하면 처음 5년은 8.01%, 그 다음 5년은 7.12%, 그 다음 5년은 6.23%로 줄어든다. 실제로는 8.9% 보다 낮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운임을 크게 올리지 않는 이상 다른 지하철 노선과 마찬가지로 9호선도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 없다”면서 “보험사들이 들어와서 4~5% 수준으로 보장 수익률을 낮춘다고 해도 서울시가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맥쿼리 때보다는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원금이 늘어나면서 4% 보장 수익률만해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맥쿼리의 MRG 계약이 처음 15년만 유효하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계약조건에서는 15년 뒤에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이 6.23%가 안 되더라도 서울시에 보조 의무가 없다. 높은 MRG 비율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데 대한 보상 성격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험사들과 MRG가 아니라 SCS(비용보전)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장기적으로 금리 변동의 부담을 서울시가 감수해야 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SCS 방식으로 가면 지금보다 비용 절감은 되겠지만 경영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애초에 수요예측이 잘못됐던 건데 이제 와서 무리한 조건을 강요할 경우 맥쿼리가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지하철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공사화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이야 8.9%의 수익률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10여년 전에는 지금보다 금리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그리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민간 투자를 유치했는데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맥쿼리가 자진 철수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향후 민영화 프로젝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민자 SOC 사업은 수요예측과 운영수입을 뻥튀기하면서 민간 투자자에게 폭리를 안겨주는 악순환을 계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애초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지하철을 민영화한다는 발상부터 틀렸다”면서 “지하철과 철도, 고속도로 등의 국가 기반시설은 공공재의 성격에 걸맞게 정부가 건설하고 건설 이후에는 공기업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쿼리가 지하철 9호선에서 철수하는 배경에는 지하철 9호선이 맥쿼리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밖에 안 되는 데다 악화된 여론이 부담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 이지형씨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법원이 “이씨가 맥쿼리가 지하철 9호선 사업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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