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언론사들, 이제 HTML5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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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지나 다시 웹으로… 애플·구글 등 운영체제 종속 벗어나 개방형·반응형 웹이 대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HTML5에 짜증을 부린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한 강연에서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실수는 네이티브 앱 대신에 HTML5에 너무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페이스북은 앱으로 접속하나 웹으로 접속하나 거의 비슷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주커버그의 불만은 앱을 닮은 웹을 만드느라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였는데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데서 비롯한다.

주커버그는 HTML5 논쟁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네이티브 앱으로 만들면 간단할 것을 그걸 굳이 웹으로 구현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다. 그런데도 굳이 웹 서비스로 가려는 이유는 확장성 때문이다. 아이폰 앱을 만들고 안드로이드폰 앱도 만들고 윈도우폰 앱도 따로 만들고 파이어폭스폰이 나오면 그걸 또 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웹으로 가면 웹 브라우저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한 번만 개발하면 끝이다.

앱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걸 웹으로 똑같이 보여줄 수 있다면 굳이 앱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페이지를 HTML5로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탕화면에 즐겨찾기를 만들어 놓으면 웹과 앱의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물론 아직까지 기술적 문제로 웹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효과에 한계가 있고 속도도 네이티브 앱보다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웹으로 옮겨올 거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최근에는 반응형 디자인이 화두다. 모바일 웹 사이트를 따로 만들 게 아니라 웹 브라우저 차원에서 화면 크기를 인식해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똑같은 주소지만 노트북 컴퓨터에서 열 때와 스마트폰에서 열 때, TV 화면에서 열 때의 디자인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여러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그게 HTML5에 주목하는 이유다.

변화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어도비 플래시를 오류 투성이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애플은 과감하게 플래시를 들어냈다. 윈도우즈는 물론이고 맥이나 리눅스까지 안 깔린 컴퓨터가 없다는,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어플리케이션이었지만 플래시의 운명은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유튜브는 플래시 대신에 HTML5로 동영상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플래시는 플래시가 깔린 컴퓨터에서만 구동된다. 그러나 HTML5는 웹브라우저가 있는 모든 컴퓨터에서 구동된다. 어떤 운영체제나 어떤 웹브라우저도 가리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애플 사파리나 구글 크롬이나 모질라 파이어폭스나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동일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애플이 플래시를 버리자 다들 플래시를 버리기 시작했다. 아이폰에서도 접근 가능한 웹 페이지를 만들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애플이 HTML5를 선택하면서 액티브엑스와 자바, 실버라이트 등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 방식의 어플리케이션들도 같은 운명을 걷게 됐다. 과거의 HTML이 텍스트와 이미지,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HTML5는 어플리케이션까지 웹 서비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액티브엑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지만 HTML5로 같은 기능을 구현하면 모든 운영체제와 모든 웹 브라우저에서 호환된다.

최근에는 방송·통신 업계에서도 HTML5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TV 사업자들은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종속되는 걸 경계해 왔다. 삼성전자나 KT나 그동안 독자적인 스마트TV 운영체제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가 대세가 된 것처럼 스마트TV도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기 시작했고 결국 구글에 수수료를 내는 모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HTML5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HTML5가 애플이나 구글 같은 지배적인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HTML5 기반으로 스마트TV 서비스를 하면 TV 뿐만 아니라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에 동일한 콘텐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티브로드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HTML5 기반 스마트 셋톱박스를 출시했고 KT도 HTML5 기반의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금까지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안드로이드의 벽을 넘기 위해 경쟁해 왔는데 HTML5로 넘어오면서 웹을 쓰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와 경쟁해서 이길 수는 없지만 HTML5를 선택하면 안드로이드를 넘어 모든 운영체제를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서비스 플랫폼을 HTML5 기반으로 개편하면서 400개 이상의 디바이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모든 종류의 PC와 TV, 스마트폰과 태블릿, 이북리더는 물론이고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기들도 지원된다. 웹 브라우저가 있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구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넷플릭스와 비슷한 서비스로 MBC와 SBS 등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이라는 서비스가 있지만 PC에서는 플래시 기반이고 안드로이드 폰과 안드로이드 태블릿,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이 각각 따로 나와 있다. 액티브엑스와 플래시로 떡칠이 된 방송사 웹 사이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할 뿐 인터랙티브 와 부가 콘텐츠 서비스 등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는 웹 브라우저가 운영체제에 포함된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이었는데 최근에는 웹이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훨씬 더 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모든 서비스가 월드와이드웹으로 편입돼 웹브라우저 기반에서 작동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웹과 앱의 경계가 무너지고 웹 사이트와 인터넷 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진다. HTML5는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코드 규약을 넘어 새로운 웹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조만영 미래웹기술연구소 대표는 “물론 여전히 네이티브 앱의 장점이 있고 HTML5 기반의 웹 서비스가 저작권 관리(DRM) 등 일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가까운 미래에 모든 웹 서비스가 HTML5 기반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HTML5가 특별히 복잡한 기술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기술이 충분히 개발돼 있지 않아 선발 업체들이 상당한 투자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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