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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으로 풀어본 주파수 경매 전망.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1, 2013

게임의 양상이 복잡해졌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재미있게 됐다. 통신 업계 판도를 뒤흔들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다.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확정 발표한 경매 방식은 두 가지 밴드플랜을 주고 그 가운데 입찰 가격이 높은 밴드플랜을 선택해 2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매물로 나온 주파수 대역은 2.6GHz 대역에 A블록과 B블록, 1.8GHz 대역에 C블록과 D블록이다. 쟁점이 되는 건 역시 KT가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인접 대역인 D블록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우선 C블록을 LG유플러스에 할당하고 SK텔레콤과 KT가 A블록과 B블록 경매에 참여하는 밴드플랜1과 A, B, C, D블록을 모두 경매에 내놓되 KT가 D블록을 낙찰 받을 경우 사업 시점을 유보하는 밴드플랜2를 모두 던져 놓고 입찰 가격이 높은 밴드플랜을 선택하게 된다. 참여 업체들은 밴드플랜1이나 2를 선택해서 하나의 블록에 입찰하고 50라운드까지 오름 입찰을 하는 동안 밴드플랜을 이동하면서 가격을 높여 부를 수 있다.

밴드플랜1에는 D블록이 빠져있다. 당연히 KT는 밴드플랜2에 올인을 하려 할 것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밴드플랜1에 배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KT가 D블록을 가져가는 것을 막으려고 SK텔레콤 등이 D블록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고 가격만 잔뜩 끌어올려놓고 막판에 밴드플랜1로 옮겨 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매는 1단계에서 밴드플랜 1과 2를 선택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낙찰되지 않은 나머지 블록으로 추가 입찰이 진행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KT에 D블록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밴드플랜1의 A1이나 B1, C1블록 가격을 높여 불러야 한다. 밴드플랜1의 가격이 뛰면 KT도 밴드플랜2의 D2블록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A2나, B2, C2에 배팅하지는 않을 테니, 결국 경쟁은 A1(또는 B1)+C1 대비 D2의 가격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각 최저 입찰가격 대비 얼마를 더 부르느냐가 관건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1라운드에서 밴드플랜1과 2를 결정할 때 입찰자가 없는 블록의 최저 입찰가격까지 더해서 비교한다는 사실이다. 밴드플랜1이나 2나 최저입찰 가격 합계는 1조9202억원으로 같다. 다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가격을 끌어올리면 KT는 그 합계 이상의 가격을 불러야 한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A1과 C1에 베팅하고 KT가 D2에 베팅했을 경우 결국 A1+C1과 D2의 대결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KT가 지불의사가 더 크기 때문에 결국 KT가 D2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게임의 조건이 크게 불리하지는 않다. 어차피 밴드플랜1로 결정되지 않을 거라면 최대한 A1이나 B1, C1의 가격을 끌어올리다가 막판에 A2나 B2, C2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를 공격할 수 있지만 KT는 공격할 수단이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변수는 밴드플랜1에서 LG유플러스에게만 C1에 입찰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다.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없기 때문에 C1이나 C2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밴드플랜1에서는 C1에 단독 입찰 자격이 있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굳이 C1의 가격을 끌어올릴 이유가 없고 SK텔레콤 입장에서도 혼자서 밴드플랜1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밴드플랜2에 경쟁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담합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의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KT를 압박하다가 막판에 밴드플랜2로 옮겨타는 조건으로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C2를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 아군끼리 경쟁하지 않으면서 KT에 부담을 주는 전략이다. 일찌감치 밴드플랜1을 포기하고 SK텔레콤과 KT가 D2를 두고 경쟁을 벌이다가 막판에 SK텔레콤이 A2나 B2로 옮겨 타는 시나리오도 유력하다.

사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굳이 D2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KT의 독주를 막을 필요는 있지만 다른 더 넓은 블록을 두고 굳이 여기에 1조원 이상을 쓸 가능성은 낮다. 극단적인 경우, SK텔레콤이 49라운드까지 D2를 두고 KT와 경쟁하다가 막판에 A2나 B2 등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가 D2를 못 가져가게 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부담을 치르도록 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향후 경쟁 구도는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 정도로 사전 합의를 하고 KT를 집중 공격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대한 D2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는 전략으로 가겠지만 최대 50라운드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텔레콤 등이 D2를 실제로 구매할 의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50라운드 이후 밀봉 입찰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

SK텔레콤이 C2를 노릴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연합 구도에 균열이 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자금 동원력에서 앞선 SK텔레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LG유플러스는 A2나 B2를 최저 입찰가격에 가져가는 데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밴드플랜1에서 LG유플러스가 C1을 낙찰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래부에 따르면 최소 입찰액은 이전 라운드의 최고 입찰액에 3% 증분을 더한 금액이 된다. 만약 D2에 경쟁이 붙어서 최소 3%씩 50차례 가격을 끌어올린다면 2280억원에서 1조2625억원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물론 SK텔레콤 등이 가격을 3% 이상 끌어올려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입찰자는 셋인데 매물은 일곱이라 가장 절박한 쪽이 높은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결국 최종 승자는 KT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의 발목을 잡겠지만 일단 경매 매물로 나온 이상 D2는 KT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D2의 가치가 7조원에 이를 거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KT가 치를 비용은 2조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이 그 이상을 부르면서 D2를 가로챌 가능성은 크지 않다. SK텔레콤이 가져간다면 그야말로 승자의 저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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