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의 향연… KT, 1조3000억 들여도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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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방식 유력 검토, D블록 낙찰 땐 특혜 논란 불가피… 사용시점 연장 방안도 거론.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 경매에 미디어오늘의 입장은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 값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뜨거운 감자가 된 1.8GHz 대역을 굳이 KT에 주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헐값에 넘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결국 도대체 얼마가 제 값이냐가 쟁점인데 무조건 비싸게 파는 게 답이 아니고 시장 논리에 맡겨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정부의 의지와 철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주요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파수 매물은 1.8GHz 대역에 두 덩어리, 2.6GHz 대역에 두 덩어리, 모두 네 덩어리다. 각각 15~40MHz폭으로 잘게 쪼개져 있다. 문제는 1.8GHz 대역의 이른 바 D블록이 KT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역에 인접해 있다는 데 있다. KT가 이 대역을 가져가면 당장 두 배 빠른 LTE-A(어드밴스트)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경매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뀐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원칙은 첫째, 공정한 경쟁이고 둘째, 자원의 효율성이다. 특정 업체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도 안 되지만 특정 업체를 도태시키는 방식도 안 된다. KT에 굳이 D블록을 주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지나치게 특혜를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없는 LG유플러스가 C블록이나 D블록을 할당 받도록 배려하는 것과 동시에 SK텔레콤이 지나치게 많은 주파수 대역을 독식하는 걸 경계할 필요도 있다.

전망이 크게 엇갈리긴 하지만 일단 미래창조과학부는 1.8GHz KT 인접 대역을 KT가 가져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기본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만들었던 3개 안에 미래부가 최근 2개 안을 추가해서 일부 의원들에게 보고한 내용이 흘러 나왔는데 마지막 4안과 5안에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둘 다 KT에 인접대역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 회의에 참석해 “LTE 주파수 할당방안으로 5개 안을 마련했다”면서 “공정성과 투명성, 국민편익과 산업진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21일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자문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리고 이달 말 최종 안을 확정해 공고, 7월부터 신청을 접수해 8월 중에 할당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1안은 D블록을 LG유플러스에 주고 2.6GHz 대역에서 A블록과 B블록을 KT와 SK텔레콤에 나눠주는 방안이고 2안은 D블록을 LG유플러스에 주되 KT와 SK텔레콤에 1.8GHz 대역의 C블록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KT와 SK텔레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8GHz 대역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1안과 2안 모두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없는 LG유플러스를 배려하는 방안이다.

1안과 2안이 KT를 D블록에서 배제하는 방안이라면 3안은 D블록을 KT에 허용하는 방안이다. 4개 블록을 한꺼번에 경매에 내놓되,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 주파수 사용 기간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번에 나온 4안은 D블록을 KT에 주고 C블록을 SK텔레콤에 주되, SK텔레콤이 보유한 2.1GHz 대역 가운데 20MHz 폭을 떼서 LG유플러스에게 주는 방안이다. 이 경우 1.8GHz 대역에 주파수가 없는 LG유플러스가 불리한 구도가 된다.

스웨덴 방식으로 불리는 마지막 5안은 1안과 3안을 동시에 올려서 경매가가 높은 안을 선택하되 1단계에서 가장 높은 입찰가를 쓴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D블록을 KT에 주지 않으려고 3안을 배제하기 위해 1안에 높은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결과적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담합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용으로 할당된 주파수는 와이브로 60MHz 폭을 포함 모두 320MHz 폭인데 SK텔레콤이 137MHz 폭, KT가 117MHz 폭, LG유플러스가 60MHz 폭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LTE 용도로 할당된 주파수가 130MHz 폭 밖에 안 된다. SK텔레콤의 경우 2700만 가입자가 모두 LTE로 옮겨온다면 30%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KT는 60%, LG유플러스는 80%를 수용할 수 있다. 다들 주파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 광대역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는 이 비용이 7000억원 이상, 구축 기간도 최소 6개월은 걸릴 거라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파수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이라는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게 2조원 이상, 최대 3조3000억원이 들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축 기간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KT가 D블록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KT 역시 2조원 이상을 들여야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T의 주장에 따르면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 1조3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장에 따르면 최대 2조6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곧 KT가 D블록을 가져가는 데 최소 1조3000억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D블록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15MHz 폭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인접 대역을 갖고 있는 KT 입장에서야 매력적이겠지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같은 1.8GHz 대역의 C블록이 35MHz 폭이기 때문에 굳이 D블록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 다만 KT에 부담을 주기 위해 경매에 참여해 가격을 끌어올리다가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

2011년 주파수 경매에서도 SK텔레콤과 KT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 1.8GHz 대역 20MHz폭의 가격을 9950억원까지 끌어올렸던 적이 있다. 결국 SK텔레콤이 낙찰을 받았지만 이석채 KT 회장은 경매 직후 “1.8GHz 대역의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분히 가격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됐을 거라는 의미다. 이 말은 거꾸로 하면 지금 KT도 그 정도 지불 여력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당장 KT가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두 배 빠른 서비스를 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KT의 발목을 잡기 위해 SK텔레콤이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치를 각오가 돼 있느냐다. KT는 최소 1조3000억원까지 지불의사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SK텔레콤 입장에서 그 정도 투자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D블록이 경매에 나오면 KT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KT 입장에서는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캐리어 어그리에이션으로 광대역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크다면 해당 대역을 포기하고 다른 주파수에서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에 투자하는 게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런 계산을 기반으로 입찰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만약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에도 사용시점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구축에 2~3년이 필요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KT에게도 2015년부터 D블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하향 평준화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KT에 핸디캡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KT가 D블록을 확보하더라도 이용 시기가 미뤄지는 등 엄격한 조건이 붙으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고 최저 가격 수준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만약 KT가 조건 없이 1.8GHz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으면 이를 확보하려는 KT와 저지하려는 경쟁사의 충돌로 낙찰 가격이 높아져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일부에서 승자의 저주 운운하면서 주파수 낙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통신요금으로 부담이 전가될 거라는 주장을 하지만 실제로 통신사들 영업이익이나 감가상각 비용 등을 감안하면 8년에 걸쳐서 1조원 정도 나눠내는 건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단순히 가격을 높여 받는 게 최선이 아니라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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