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갑 네이버의 횡포, 규제할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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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포털 비판이 최근 화제가 됐다. 허 화백은 지난달 2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돈 몇 푼 받고 만화를 무제한 볼 수 있도록 했더니 사람들이 인터넷에선 만화가 공짜라고 생각한다”면서 “만화 유통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갔는데, 이제 포털은 콘텐츠 공급 대가로 수천만원을 제공하지 못하겠다고 나온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 달 연재료로 포털에 3500만원을 요구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다.

허 화백의 설명에 따르면 월 3500만원은 작업실을 운영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연재했을 때는 다른 만화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았는 데도 월 1000만~2000만원 적자가 났다고 한다. 허 화백은 최근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플러스에 월 2000원에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실패하면 모든 연재를 중단하고 작업실 문을 닫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허 화백이 포털에 쏟아내는 불만은 언론사들의 불만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2000년 초반 포털에 뉴스 콘텐츠를 팔기 시작하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한다며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 모든 독자들이 포털에서만 뉴스를 읽는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폐지하자 페이지뷰가 반의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네이버가 한국 언론을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흘러나오지만 큰 울림은 없는 상태다.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결국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 NHN를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27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조사를 확대했다.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네이버가 75%, 다음이 15% 수준이다. 더하면 90%를 웃돈다. 네이버와 다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다.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콘텐츠 제공업체의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의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2008년에 NHN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에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강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물렸다가 고등법원까지 가서 패소한 바 있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사실이지만 검색 서비스와 동영상 서비스를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5년이 지난 2013년에도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평가다.

네이버는 부동산, 오픈마켓, 가격비교, 웹 소설, 웹툰, 음원 시장 등에 잇따라 진출했고, 많은 중소 업체들이 도태됐다. 지난해에는 특히 부동산 중개 서비스는 논란이 됐다. NHN은 2006년 부동산114와 부동산1번지 등 사이트들을 네이버에 입점시켰다가, 2009년 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국 경영난을 못 견딘 제휴 업체들은 대부분 사업을 접거나 매각됐고, 네이버는 사실상 부동산 광고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슈퍼 갑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반론이 없지만 단순히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네이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정권 차원의 손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네이버가 아니라 다음이 진짜 타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계열사 편법 지원 등은 걸면 걸리는 문제라 이번에는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2008년에도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조사한 것에 비해 특별한 게 없었다”면서 “포털 비즈니스라고 하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형태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상생하자는 건 사회적 책임의 영역이고 공정위는 법률 위반 이슈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네이버가 비판을 많이 받지만 경제적 이슈보다는 뉴스에 대한 영향력 차원의 문제 같다”면서 “단가 후려치기나 저가 공급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비교가 되려면 예를 들면 어떤 곳은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포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가격 후려치기를 한다고 한다”면서 “수평 규제할 대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 높다 보다는 계약관계에 있어 공정한 수준인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KBS나 MBC가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면서 “지금 시점에서 공정위 조사는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처럼 해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구글 역시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수익을 쫓아서 운영되고 있다”면서 “한국적 상황에서 구글을 벤치마킹하라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털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다”면서도 “네트워크 시장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커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중요한 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올라섰는지 여부가 아니라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여부”라면서 “인터넷 산업은 지배적 사업자로 보이더라도 실제로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네트워크 사업은 승자독식의 구조라서 자연독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가뜩이나 포털은 하나의 트래픽이 복잡한 먹이사슬로 연결돼 있어서 트래픽 자체를 일반적인 제품 점유율로 보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팔아서 생긴 시장 점유율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를 테면 온라인에서 뉴스 콘텐츠 사는 건 포탈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를 두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데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조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웹툰이나 음원 등의 시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기존의 공정거래 규범으로 접근하기에는 시장이 명확치 않다”면서 “콘텐츠 시장의 영역을 구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포털서비스는 정부의 인가 등 진입장벽이 없는 시장이고, 이용자들이 다양한 사업자의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지배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석민 현대증권 연구원도 “포털의 핵심 수입원인 검색 광고는 공개 경쟁입찰로 결정되는 구조라 독과점 불공정 행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털은 부가통신 사업자라서 경쟁상황을 평가하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NHN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더라도 이용요금 인가 등을 받아야 하는 통신사업자와 달리 검색 광고 단가 등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신규 부가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세무조사도 들어가 있고 공정위에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별로 걸릴 게 없을 것”이라면서 “배려가 부족했다 뿐이지 악의적으로 짓밟은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 대표는 “네이버가 잘못한 것은 전체적인 시장을 그림을 놓고 포지셔닝한 것 아니고 끊임없이 생존투쟁을 했고, 남보다 많이 이익을 내는 길을 선택한 것 뿐”이라면서 “파트너사를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독식하는 모양새로 비춰졌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웹툰이나 콘텐츠 독점하고 있다는 건데 거꾸로 보면 웹툰 사이트들이 돈을 못 버니까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급 못했다. 유명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네이버가 다 먹었다고 한다. 쇼핑 문제도 거꾸로 보면 수수료 장사하는 건데, 자신들도 팔기 위해서 수수료 장사하하면서 네이버 쇼핑이 700억~800억, 몇 천억 넘어가니까 자기들 것 같다며 돌려달라는 거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고 얘기하는 거다.”

명 대표는 “네이버는 바보가 아니다, 네이버의 법리적 해석들을 들어보면 논리 구조가 탄탄하다”면서 “네이버를 규제하려면 없는 규제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증기간을 명시하라든가, 파트너사들에게 이익 배분에 대한 강제 규정을 둔다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의무를 부과한다든가, 네이버의 법적 지위를 해제한다든가, 연구개발투자 자금을 회수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 건 모두 꼼수라는 이야기다.

김상헌 NHN 대표도 지난달 22일 세계미래포럼 간담회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무한 경쟁이 허용된다”면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당국이 섣부른 개입을 할 경우 시장의 진화와 기업의 혁신활동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한 항의를 드러낸 바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말을 인용해 “점유율은 독점의 결과물이 아니라 검색 품질에 대한 냉정한 이용자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콘텐츠 구매 단가 등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면서 “포털이라는 정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상생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을 만든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콘텐츠 생산자들도 자생적인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눈앞의 떡이 크다고 팔아놓고 종속돼 버린 책임이 있다”면서 “서로 반성하고 협력적 모델을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이정환·박장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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