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만 두 배 빠른 서비스? LG유플러스 죽으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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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주파수, KT에 안겨주려나… 특혜 논란에 “다같이 하향 평준화하잔 건가.”

스마트폰 단말기 교체를 생각하고 있다면 올해 9월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4는 LTE-A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롱텀에볼루션(LTE)-A는 LTE가 한 단계 더 진화된 서비스. LTE가 3.9세대라면 LTE-A야 말로 본격적인 4세대 통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최소 100Mbps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800MB 상당의 영화 한 편을 43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LTE 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통신 3사들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LTE-A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인데 최대 변수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다. 특히 1.8GHz 대역 20MHz폭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대역폭은 KT에게는 굉장히 요긴하지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이들에게는 KT가 이 대역폭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절박한 과제다.

만약 KT가 이 대역폭을 가져가면 당장 두 배 빠른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신문과 TV 광고를 통해 “두 배 빠른 LTE는 KT에서만 가능하다”고 떠들어 댈 것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손가락만 빨면서 구경할 수밖에 없다. 이 통신사들도 LTE-A 서비스를 서두르겠지만 전국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하는 건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1.8GHz 대역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어차피 LTE를 올해만 할 것도 아니고 향후 1~2년을 보면 광대역 서비스를 하든 CA(캐리어 어그리게이션, 멀리 떨어진 주파수 대역을 한 대역처럼 묶어서 사용하는 기술)를 하든 다른 통신사들도 결국 LTE-A 서비스로 가게 될 거라 당장 KT에 메리트가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발끈했다. 적어도 2~3년을 KT가 앞서가게 될 텐데 그 동안 후발주자들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KT는 기존의 주파수 대역을 넓혀서 당장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데 다른 사업자들은 전국망을 구축하기까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가 반쪽짜리 서비스라고 공격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에 “100분의 1쪽짜리 서비스라고 공격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소 엄살처럼 들리지만 KT가 1.8GHz 대역을 가져갈 경우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가 이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면 확실한 경쟁 우위에 서게 되는 건 분명한데 확보하지 못해도 대등한 경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KT에게는 있으면 엄청나게 좋고 없어도 딱히 치명적이지 않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KT가 이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6월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방안과 일정을 확정해 1.8GHz 대역 60MHz 폭과 2.6GHz 대역 80MHz 폭, 모두 140MHz 폭을 통신사들에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이 되는 황금주파수는 1.8GHz 대역 가운데 KT가 현재 쓰고 있는 대역에 인접한 15MHz 폭이다. 미래부 안팎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출발선을 같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 업체라도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 경쟁을 촉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KT가 1.8GHz 대역을 할당받을 경우 기존 기지국 장비와 중계기 등을 그대로 쓰면서 2000억~3000억원의 추가 투자만으로 전국적인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조7000억원 가량의 추가 투자비를 들여 흩어진 주파수를 묶어서 광대역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최소 2년 이상 전국망 서비스 구축이 늦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LTE-A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만드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9월이 되면 두 배 빠른 인터넷을 지원한다는 단말기가 쏟아져 나올 텐데 여기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KT가 단독으로 두 배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가 “우리보고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T 관계자는 “KT도 LTE 서비스를 늦게 시작했지만 빠른 속도로 따라잡은 경험이 있다”면서 “혼자만 잘 나가면 안 된다는 논리는 다 같이 하향 평준화를 하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쟁을 촉발시키는 것과 망하는 것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이 관계자는 “자기네들이 잘못해서 LTE 서비스가 늦은 것과 정부 주도적으로 특혜를 받는 상황을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도 KT의 독주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지난 2월 토론회에서 “1.8GHz 대역은 우리도 선호하지만 유일하게 이 대역에 주파수가 없는 LG유플러스에 넘겨서 동등한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를 배려하는 것 같지만 사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KT가 욕심을 내는 인접 대역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특혜를 받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KT가 가져가는 건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모두가 질 낮은 서비스를 하도록 강제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전 이사는 “이 주파수 대역이 필요한 통신사는 KT 뿐이기 때문에 비공개 입찰이 아니라 가격을 충분히 높여 받는 다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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