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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NHN 대표, “언론과 적이 되고 싶지 않다.”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2, 2013

관훈클럽 토론회, “네이버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모델… 뉴스스탠드 6개월 지켜봐야.”

김상헌 NHN 대표는 뉴스스탠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네이버는 언론의 적이었던 적이 없고 언론과 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시작했다. 지난 1일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주요 언론사 사이트에서 네이버 유입 트래픽이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 대표는 “일단 6개월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의 독점 논란을 의식한 듯 “인터넷에선 골목상권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누가 플랫폼이 되느냐의 싸움이고 후발 주자도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무한 경쟁 공간에서 골목상권을 지켜야 된다고 말하는 건 스스로 고객 규모를 제한하는 아날로그적 발상”이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카카오가 순식간에 커다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걸 보라”면서 “정말 치열하고 매일매일 변화하고 내일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뉴스스탠드와 관련, “한 번에 들어가던 걸 한 번 더 클릭을 해야 하니 불편한 것은 맞다”면서도 “불편은 상대적인 개념이고 익숙해지면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쓰다 보면 적응하게 될 거라는 설명인데 결국 NHN 역시 막연한 낙관적인 가정에 기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2010년 2월 뉴스캐스트를 언론사별 노출에서 주제별 노출로 바꿨을 때도 트래픽이 반 토막이 났지만 6개월쯤 지나니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언론사들이 트래픽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서비스 기업을 하다 보면 신기한 현상이기도 한데 처음부터 꾸준히 올라가는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뉴스스탠드를 통해 방문한 이용자들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같다”면서 “언론사가 잘 돼야 우리도 잘 되는 건데 낚시성 제목을 달고 선정성 경쟁을 하다 보면 다 같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토론회는 뉴스스탠드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 잡혀있는 일정이었다. 김 대표도 기조 발제의 상당 부분을 뉴스 서비스 보다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경쟁 환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네이버는 한국형 포털이라는 논리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청중의 관심은 뉴스스탠드를 보완할 대책이 있느냐에 집중됐지만 김 대표는 구체적인 설명을 꺼렸다. 일단 지켜보자는 식의 결론에 이날 토론회는 다소 맥이 풀린 분위기였다.

김 대표는 “첫 화면에 뉴스가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뉴스 섹션으로 트래픽 유입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뉴스 섹션을 키운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의 90%가 첫 페이지에서 나오기 때문에 뉴스 섹션에서 트래픽이 늘어났다고 해도 전체 광고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작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뉴스스탠드가 실패하면 뉴스 섹션에서 늘어난 이익과 비교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질문자로 참석한 김도식 SBS 뉴미디어부 부장은 “뉴스스탠드는 백화점에서 제품은 안 보여주고 상표 이름만 보여주고 물건을 고르라는 것과 같다”면서 “시급히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상품을 어떻게 잘 보여줄지 고민하는 건 백화점의 임무”라면서 “주인이 아무 노력도 안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언론사들이 하기에 달린 거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의 이날 발제와 토론에서는 1등 포털의 자신감과 함께 한국형 포털의 위상을 몰라주는 데 대한 억울함이 묻어났다.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은 그만큼 네이버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쳐 인식의 간극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경쟁은 클릭 한 번으로 결정된다”는 구글의 최고 경영자 에릭 슈미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70%의 점유율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쏠림 현상이 생긴다”면서 “1% 퀄리티의 차이가 10% 점유율 차이를 만든다, 3%만 좋아도 30%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데 옮겨가기 귀찮아서 남아있는 게 아니라 약간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구글은 점유율이 93%나 되지만 미국에서는 독점방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독점 논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구글 점유율은 3%, 구글이 성공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대목도 왜 이렇게 자랑스러운 네이버를 몰라주느냐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영원히 1등하고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은 거냐, 그렇지 않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팍스아메리카나가 진행 중이고 모바일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70%와 21%씩 운영체제를 과점하고 있다. 네이버마저 밀리면 한국 인터넷도 미국 업체들에게 내주게 된다는 논리다.

“네이버는 한국식 전통 상차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 상에 온갖 나물과 고기, 생선, 찌개, 탕과 국이 올라오는 손님맞이 상처럼 네이버는 검색부터 뉴스와 정보, 쇼핑,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한 페이지 안에 펼쳐놓는다. 반면 구글은 다르다. 코스 메뉴, 단품 요리와 같다. 그런데 야후가 최근 개편한 걸 보면 네이버와 비슷한 모델로 가고 있다. 첫 화면 오른쪽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배치했다. 네이버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모델이다.”

언론사들에 조언도 남겼다. “네이버는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유통 플랫폼이다. 미디어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줘야 생존이 가능하다. 언론사들의 어려움은 뉴스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인 것 같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에서 미디어 콘텐츠 이용자를 늘리고 그 이용자들을 상품화, 구독 뿐만 아니라 개인화된 광고와 마이크로 페이먼드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이 뉴스를 안 읽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결국 콘텐츠 퀄리티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넘겨 줬는데 그 가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극대화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뉴스스탠드와 관련,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고민인데, 서비스를 내놨을 때는 실패하면 책임을 진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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