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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질 수가 없는 싸움에서 졌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7, 2013

민주통합당이 결국 백기 투항을 했다.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졌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정부 출범 21일 만에 타결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17일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참석한 4인 회동을 열고 핵심 쟁점이었던 SO(유선방송 사업자) 인·허가 업무 등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17부3처17청 규모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20일 임시국회에서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SO와 IPTV,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관련 업무는 모두 미래부로 이관하되 인·허가 업무 관련 법령 재·개정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비보도 PP(유선방송 채널 사업자) 업무도 미래부로 이관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여야 동수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다. 특위의 활동시한은 6개월이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그동안 민주당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민주당은 SO 이관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5일에는 새누리당을 압박해 IPTV를 미래부로 넘겨주는 대신 SO를 방통위에 남겨두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완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17일 여야 합의는 그동안의 민주당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청와대에서 워낙 그렇게 고집을 피우니까,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민주당의 완패 아니냐”는 지적에 “대통령이 워낙에 한 번 입력되면 생각이 바뀌지 않는 분이라 협상 권한이 없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할 만큼 했다”면서 “이 이상 뭐 더 끌어내란 말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인·허가 관련 법령 재·개정에 방통위 동의를 얻도록 한 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 밖의 평가는 냉정하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민주당은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졌다”고 비판했다. 시간이 민주당 편이고 다급한 건 청와대와 새누리당인데 쫓기듯 서둘러 양보할 이유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채 위원은 “설령 새 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면서 “민주당은 패배를 두려워하는 조직 같다”고 비판했다.

방송용 주파수를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한 것은 그나마 성과로 평가되지만 방송공정성 특위 등은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미래부가 SO 관련 업무를 넘겨받게 되면 CJ 특별법이라고 불렸던 SO 권역 규제와 매출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KT의 숙원이었던 DCS(IP 망을 통한 위성방송) 서비스도 전면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 플랫폼 시장 진출을 노리는 삼성전자 등 단말기 업체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

채 위원은 “SO 인·허가 업무가 쟁점인 것처럼 보이지만 SO 신규 허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중요한 건 인·허가를 제외한 법률 재·개정권이 모두 미래부로 가버렸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채 위원은 “방송장악 논란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은 방송시장을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으로 획정해 유료방송에게 특혜를 주고 결과적으로 CJ와 KT,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방송 플랫폼을 장악하게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의 프레임을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프레임으로 포장했다. 뉴미디어니까 ICT(정보통신기술)을 전담할 미래부로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방송장악은 안 된다는 해묵은 구호를 반복했을 뿐 SO를 왜 미래부에 넘겨서는 안 되는지 설득력 있는 논리를 내세우지 못했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못 견디고 무력하게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했다.

당장 미래부가 광고 규제를 푼다든가 재송신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지상파와 SO와 IPTV, 위성방송 등이 하나의 시장에서 다투고 있는데 지상파는 방통위의 규제에 묶여 있고 SO 등은 날개를 달게 된다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지상파가 PP 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지만 박근혜 정부 미래부 체제에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방송시장이 전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이럴 거면 처음부터 줘버리지 왜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이 명분도 실리도 잃는 가장 나쁜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애초에 민주당은 왜 SO를 내주면 안 되는지 이해도 못했고 최소한의 원칙도 서 있었던 것 같지 않다”면서 “적당히 IPTV 내주고 SO 남겨두자는 식으로 협상에 나서면서 결국 어느 것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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