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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소)는 누가 키우냐고? 청와대에 물어봐!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2, 2013

“도대체 소(SO)는 누가 키우나.” SO(유선방송 사업자) 인·허가권을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SO에 이토록 욕심을 내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SO의 채널 배정권 때문이라고 한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들이 밀고 들어와 나란히 15~19번까지 이른바 황금채널을 차지했던 걸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SO 인·허가권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있었다. SO는 방통위에서 5년마다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점수가 부족해서 허가가 안 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부채비율이 높다거나 PP(유선방송 채널사업자)들을 차별한다거나 프로그램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구실은 찾기 마련이고 방통위에 밉보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가 목줄을 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종편이나 보도 PP도 마찬가지다. YTN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럼 방통위가 재허가를 안 내주면 끝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2008년 YTN 노동조합 파업을 이유로 YTN 재허가를 보류하기도 했다. 낙하산 사장 때문에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재허가를 내세워 노조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지역민방이긴 하지만 2004년 iTV처럼 지상파 방송이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종편이나 보도전문채널은 말할 것도 없다.

핵심은 그동안 방통위가 쥐고 있던 칼자루가 미래부로 넘어간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일단 PP 인·허가 업무는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했다. 지상파 인·허가도 당연히 방통위에 남는다. 문제는 SO와 IPTV 등 유료방송 전반의 문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IPTV 인·허가를 미래부로 이관하되 위성방송 인·허가는 방통위에 남겨두는 방향으로 합의했으나 SO 인·허가문제를 두고 대립하다 모두 원점으로 돌린 상태다.

“겨우 SO 하나 때문에 왜 이 난리법석이냐”는 한가한 관측도 많지만 달라진 방송·통신 환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 비율은 10% 수준이다. 나머지 90% 가구는 케이블(SO)이나 IPTV, 위성방송으로 TV를 본다. 콘텐츠 차원에서는 CJ 계열 케이블 PP들이 약진하고 있고 지상파 시청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플랫폼 차원에서는 IPTV와 위성방송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제 미래부가 SO의 목줄을 죄고 SO가 방송사들 목줄을 죄는 그런 구조가 가능하게 된다는 데 있다. 방통위 때도 그랬던 것 아니냐고? 방통위와 미래부는 애초에 지배구조가 다르다. 방통위는 그나마 대통령과 여당이 세 명, 야당이 두 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합의제 위원회 구조였지만 미래부는 말 그대로 장관의 지시를 받는 독임제 부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미래부 장관이 방송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당장 SO가 KBS나 MBC를 들어내는 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YTN을 50번이나 90번으로 빼내거나 종편 가운데 일부를 지상파 사이에 밀어 넣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나친 억측 아니냐고? 애초에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방송 정책의 핵심이다. 주목할 대목은 SO 뿐만 아니라 IPTV와 위성방송 등으로 플랫폼이 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통위와 미래부의 영역 다툼은 사실 플랫폼 주도권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SO에 목을 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IPTV가 미래부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SO의 채널 편성권은 사실 지엽적인 문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진흥이니 규제니 주고받기 하면서 논의가 왜곡된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SO를 포함해 IPTV와 위성방송 등 방송 플랫폼을 독임제 부처로 가져가려 한다는 데 있다. “SO, 그 까짓 거 어디로 가든 뭐가 문제야?” 그렇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SO는 방송·통신 융합의 핵심이다. 클리어쾀과 8VSB, DCS, MMS 등 온갖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데 그 중심에 SO가 있다. 지난 5년 동안 방통위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 해묵은 과제들이 ICT(정보통신기술) 진흥과 일자리 창출을 표방한 미래부로 넘어가면 어떤 결론이 날 것인지는 사실 뻔하다. 이 헤게모니 다툼 이면에는 CJ가 있고 KT가 있고 삼성이 있다.

클리어쾀은 셋톱박스 없는 디지털 TV다.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클리어쾀을 허용하면 아날로그 유선방송의 디지털 전환 비율이 늘어나겠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이 줄어들 수 있다. SO가 요구하고 지상파가 반대하는 정책이다. 반쪽짜리 디지털 방송이라는 논란도 있다. 지상파 전송방식인 8VSB를 유선방송 채널에 허용하면 당장 화질이 좋아지겠지만 디지털 전환이 지체된다. 종편이 요구하고 지상파와 SO가 반대하는 정책이다.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는 IPTV 사업자, 특히 KT를 위한 특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DCS가 전면 허용되면 유선방송을 끊고 KT로 옮겨가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7~8년 전에 유행했던 이른바 코드컷팅 현상이다. 당연히 KT가 요구하고 SO가 반대하는 정책이다. 지상파 채널을 쪼개서 여러 채널을 내보내는 MMS는 지상파가 요구하고 SO가 반발하는 정책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채널과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당장 IPTV를 켜면 수백수천 개의 채널이 있다. 스마트TV에서는 아예 채널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 리얼타임 방송은 이제 뉴스와 스포츠, 그리고 인기 드라마에서만 먹힌다. 다시 보기 서비스,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의 비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SO와 PP들은 규제를 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통신사들은 방송 주파수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가 이런 역할을 중재할 수 있을까. 예측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SO 점유율 규제를 풀어 CJ에 날개를 달아주고 700MHz 주파수 대역을 통신사들에 넘겨주고 KT에는 DCS 선물에 망중립성 규제 완화를 덤으로 얹어주고, 지상파를 PP 가운데 하나로 전락시키는 시나리오다. SO들에게는 적당히 클리어쾀 정도를 던져줄 수도 있다. 스마트TV에 실시간 방송을 허용해 달라는 삼성전자의 요구가 받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이야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료를 높여 부르면서 SO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가면 방송시장이 완전히 CJ와 KT, 삼성전자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지상파들이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건 사실이지만 방송시장이 자본에 종속되고 시장논리에 좌지우지될 때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상파의 몰락과 저질 상업방송의 범람,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붕괴, 정확히 미국의 전철을 밟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왜 이리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흘러나온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사안을 청와대가 뒤집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고집이 단순히 SO가 아니라 SO를 중심으로 한 방송·통신 산업의 재편과 여론의 해체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가 그리는 미래는 끔찍하다. 진흥을 명분으로 규제를 풀고 특혜를 남발하면서 시장을 키우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방송 플랫폼을 대기업에 헌납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방통위가 정치권력의 방송장악 도구로 전락했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는 방송을 시장에 넘겨, 애초에 장악할 필요도 없는, 영혼이 없는 방송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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