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심의 축소한다더니 박근혜 개인 명예 앞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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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권리 침해 관련 통신심의를 대폭 축소하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명예훼손 동영상을 무더기로 삭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개인권리 침해 정보에 대한 통신심의는 대폭 축소하되, 명예훼손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해 보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 피해구제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구축하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역할을 확대해 자율심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최근 중앙정보부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조아무개씨의 동영상과 관련 명예훼손 심의 건이 23일 기준으로 79건 처리된 데 이어 취임식 다음 날인 26일에도 400여건이 추가로 처리될 예정이다. 방통심의위 권리침해정보심의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와 처리됐고 추가로 처리될 건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비공개로 돼 있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박 대통령이 8년 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45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담겨 있다. 한때 이 동영상의 작성자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기사가 삭제되고 없는 상태다.

박 교수는 23일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통신심의 축소 특히 명예훼손과 같은 사적 권리를 위한 행정심의는 중단하고 자율로 돌린다는 건데 참모들이 이 모순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개인권리 침해정보 심의의 경우 피해자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직접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는 문제가 된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포털 사이트 등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개인의 권리침해와 관련 공적 규제를 안 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사안은 상황이 갖는 특별함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우리 쪽에 신고가 들어왔으면 사실 관계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처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면서 “결론이 어떻게 났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개인권리 침해 정보의 경우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할 수도 있고 포털 사이트에 권리침해 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다. 포털 사이트들은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여부 판단 없이 즉각 한 달 동안 노출을 제한하고 노출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를 임시조치라고 한다. 반면 방통심의위 심의의 경우 행정기관이 개인의 권리침해 여부를 심의하고 게시물 차단을 권고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포털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방통심의위 심의를 요청했고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삭제 결정이 이뤄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자율규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보지만 이런 경우는 워낙 충격적인 내용인 데다 박근혜 개인의 권리침해인지, 국가원수에 대한 근거 없는 명예훼손인지, 그래서 공적인 사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위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은 박근혜 정부가 행정심의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율규제로 간다고 하지만 자율규제를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가 임의로 삭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차단을 하고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다시 풀고 분쟁조정부를 통해 판단을 받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삭제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의지라기 보다는 참모들의 과보호가 만든 해프닝 같은데 스트라이샌드 효과처럼 가리려고 하면 더욱 확산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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