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뉴타운, 삽질도 하기 전에 빚만 3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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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 300,000,000,000. 서울시의 뉴타운 매몰비용 3000억원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정체 또는 침체가 계속되면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포기하는 동네가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매몰비용입니다. 그동안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 사업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몰비용을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그 돈을 왜 정부에서 부담해야 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2. 3000억원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매몰비용이란 단어가 좀 생소하기도 하네요.

= 매몰비용(sunk cost)는 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가운데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는데요.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아는 데도 본전 생각 때문에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가는 걸 매몰비용 효과라고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매몰비용이란 안전진단과 설계, 감정평가, 사업비 및 분담금 추산 용역, 사업시행계획서 등의 작성에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조합을 운영하는 데 드는 잡다한 비용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3. 오래된 아파트를 다시 지으려면 비용이 드는 건 당연한데, 중도에 포기하는 건 비용 대비 수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겠죠?

= 만약 3억원짜리 아파트에 1억원을 들여서 재건축을 하고, 새 아파트가 돼서 평수도 넓어지고 그래서 집값도 5억원으로 뛴다, 그러면 1억원 들여서 2억원을 버는 거니까 할만 하겠죠. 문제는 1억원 들여서 2억원 버는 게 아니라 그 중간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일단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적어도 2~3년 동안 나가서 살아야 하니까, 중간에 전세를 얻든 월세를 얻든, 그 비용이 들어가겠죠.

4. 요즘 부동산 시장 상황도 안 좋은데. 그동안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겠네요.

= 3억원짜리 아파트, 재건축을 하면 최소 5억원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재건축을 했는데 3년 뒤에 그 동네 집값이 다 떨어져서 3억원 밖에 안 된다, 그러면 1억원 투자해서 2억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 지금 재건축 재개발이 잘 안 되는 건 이처럼 몇 억원씩 쏟아부어서 이익을 낼 수 있느냐, 적어도 손해를 안 보는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는 그런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수를 늘려 짓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5. 아직 공사를 시작하기 전이죠? 중간에 포기하고 중단하면 매몰비용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 최근에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한 사당 1구역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서 재건축을 하기로 하고 조합을 설립한 게 2010년 8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게 2011년 12월, 그리고 지난해 9월 51.9%의 주민들이 모여서 조합해산 신청서를 동작구청에 접수했습니다. 주민 237명 가운데 123명이 재건축 조합을 해산하는 데 찬성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무려 53억원이나 됩니다. 뭐하느라 그렇게 많이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대출을 받아 끌어다 썼던 돈을 이제 이 237명이 나눠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죠.

6. 237명에 53억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네요?

= 2000만원이 넘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삽질도 한 번 안 했는데 집집마다 2236만원을 내야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거죠. 사업을 접지 말고 계속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만 둘 거면 그만 두자고 하는 사람들이 이 돈을 다 물어 내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저에게 “10원짜리 하나 난 쓴 게 없다, 그런데 내가 왜 돈을 내야 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합에서 뭘 하느라 53억원이나 썼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22억원이 설계비와 용역비 등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지급됐고요. 나머지는 조합장과 상근 직원들 월급과 조합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들어갔습니다.

7. 아직 공사도 시작 안 했는데 돈이 꽤 많이 들어가네요.

= 그렇다고 공사를 계속 강행할 수 있느냐,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억지로 우겨서 동네를 다 부수고 3년 뒤 완전히 아파트를 새로 지었는데 그동안 집값이 폭락했다, 그러면 다들 쪽박을 차는 겁니다. 은행에서 빚을 내서 분담금을 내게 될 텐데, 자칫 그나마 갖고 있던 아파트까지 날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동네의 문제는 99㎡(30평)짜리 연립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분담금을 2억원이나 내고도 82.5㎡(25평)짜리 아파트를 받게 됩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굳이 재개발을 할 실익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자칫 큰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접기로 한 건데요. 매몰비용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어떻게 하느냐, 지금와서 그만 둘 거면 그만 두자고 하는 사람들이 돈 다 내라, 그런 이야기도 나오고요.

8. 그래서 정부에 매몰비용을 내달라는 걸 텐데. 약간 애매하긴 하네요.

= 도덕적 해이 논란이 나옵니다. 집값이 오를 줄 알고 재건축을 하겠다는 건데. 예측에 실패해서 손해를 보게 된 걸 왜 정부가 부담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겠죠. 국민들 세금을 왜 그런데 쓰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재개발과 재건축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세금을 거둬 서울에 쓴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매몰비용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만 내버려두면 매몰비용이 계속 늘어나겠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겪게 될 충격도 클 거고요. 그래서, 어차피 중단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중단시키는 게 맞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9. 이런 동네가 얼마나 될까요.

= 서울시는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가운데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단계, 193개 39개 구역 정도가 해소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20% 정도인데요. 매몰비용을 149억7600만원으로 추산하고 이 가운데 최대 70%까지 104억83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예산으로는 부족하고 중앙 정부도 비용을 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서울시에 올해 배정된 예산은 39억원 뿐인데요.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1개 구역의 평균 매몰비용이 3억8400만원. 14~15개 구역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이건 추진위 단계고 이미 조합을 설립해 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곳은 292개. 이 조합들이 지금까지 사용한 비용은 총 1조3000억~1조6000억원 규모로, 조합의 30%가 해산할 경우 최소 3000억원이 넘는 재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10. 매몰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많겠어요.

= 정부가 선거 때마다 표를 끌어올리려고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을 공약으로 풀었기 때문에 정부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돼서 매몰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법이 통과됐다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박근혜 당선인도 공약으로 매몰비용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심교연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제는 많지만 한시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니까, 출구 전략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매몰비용 지원이야 말로 떼법이라고. 떼 쓰면 다 해주는 거냐고 반발합니다. 출구 전략은 필요하지만 국민들 세금을 이렇게 쏟아 붓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핵심은 재개발만 하면 몇 억씩 남겨먹던 그런 시절이 지났다는 건데요. 매몰비용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매몰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키기 전에 시장에 경고를 하고 시그널을 줬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1.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3000억원.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서 매몰비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재개발만 하면 집값이 뛰던 그런 시절이 지났죠.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 사업을 접지도 계속할 수도 없는 동네가 많은데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였습니다.

(CBS 라디오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다시 듣기. http://www.cbs.co.kr/radio/pgm/aod_view.asp?pgm=1559&mcd=_REVIEW_&pname=view&pcd=aod_view&num=22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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