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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폭증? 왜 언론이 통신사 수익 걱정을…”.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31, 2013

통신사들이 담합이라도 하듯 앞 다퉈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선수를 친 건 LG유플러스였지만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KT와 SK텔레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당장 가입자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트래픽 폭증을 예상하면서도 ‘제 살 깎기’를 한 셈”이라고 평가했지만 정작 이용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면 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3G에서는 월 5만5000원만 내면 음성통화 300분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무제한 요금제는 월 9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음성통화 650분에 월 14GB의 기본 데이터를 주고 데이터 한도가 소진되면 하루 3GB까지, 그 이상은 속도가 2Mbps로 줄어든다. 월 13만원을 내도 음성통화 1050분에 기본 데이터가 20GB로 제한된다. 무제한이 무제한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로 베끼기라도 한 듯 무제한 요금제는 세 통신사가 비슷하다. LG유플러스는 월 9만5000원부터 SK텔레콤은 10만9000원부터 시작한다는 게 차이다. 안심옵션 요금제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요금제에 월 3000원을 더 내면 한도를 소진했을 때 속도가 400Kbps로 줄어들도록 한 것도 세 통신사가 모두 같다. 3G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썼던 이용자라면 최소 4만원 이상을 더 내야 넉넉히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용자들 반응은 썰렁하지만 언론 보도는 매우 호들갑스럽다. 서울신문은 “일부 ‘헤비 유저’에게만 무제한의 혜택을 제공할 뿐 오히려 일반 사용자에게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타임즈는 “무제한을 앞세운 무리한 마케팅이 과도한 트래픽에 대한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왜 기자들이 통신사들 이익 줄어드는 걸 걱정하느냐”고 반문했다. “옮겨가는 이용자들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LTE로 옮겨오면서 통신 요금이 크게 뛰어오른 뒤라 LTE 이용자들이 늘어날수록 통신사들 이익이 크게 늘어나게 돼 있다”는 게 전 이사의 설명이다. 전 이사는 “진짜 문제는 SK텔레콤에 이런 황당무계한 요금제를 그대로 인가해줬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무제한 요금제가 통신 과소비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전 이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3G에 비교해서 트래픽 수용 능력이 크게 늘어난 데다 그 이상으로 요금을 올려받았고 무엇보다도 애초에 무제한도 아니기 때문에 통신사들 부담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이사는 “LTE로 넘어오면서 가입자 한 사람에 1만~2만원 이상 요금을 올려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LTE가 3G 보다 3~5배 빠르다고 한다면 같은 요금제에 3~5배 정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전 이사의 주장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경우 1GB 이상 이용자들에게 5만4000원부터 무제한 요금제를 적용됐기 때문에 LTE에서는 6GB 수준에서 무제한 요금제가 시작된다고 잡고 비슷한 가격인 5만4000원에서 책정되는 게 맞다. 그런데 실제로는 7GB에 8만5000원이 책정돼 있고 무제한 요금제는 10만9000원으로 뛰어올랐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LTE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월 평균 1.7GB 밖에 안 된다. 3G 가입자 평균은 1.08GB였다. 3G에서는 상위 10%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69.1%를 썼지만 LTE에서는 26.7%를 쓰는 데 그쳤다. LTE에서 헤비유저가 사라진 것은 무제한 요금제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데이터 종량제가 적용된 때문이다. 뒤늦게 반쪽짜리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긴 했지만 옮겨 타는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고심 끝에 출시한 LTE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통신사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3G 대비 1.8배나 비싼 요금이라 가입자들의 저항력이 거셀 것으로 보이고 이미 10만원 이상 요금제의 경우 무제한이나 다름 없는 20GB의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 상당수 이용자들이 6만2000원 요금제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출시된 무제한 요금제는 완전한 무제한이라기보다는 LTE와 3G의 하이브리드 요금제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월 8만5000원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월 14GB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은 상위 1% 수준, 16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면서 “이용요금이 매우 높게 설계돼 있는 데다 극소수 헤비 유저들이 대상이라 소비자 입장에서 환호할 일도, 투자자 입장에서 실망할 일도 없다”고 평가했다.

전 이사는 “언론이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SK텔레콤이 5만4000원이던 무제한 요금제를 10만9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는데 방통위가 왜 이런 요금제를 인가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요금제가 KT와 LG유플러스에도 기준이 되고 사실상 담합을 형성하게 된다.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SK텔레콤 등의 무제한 요금제는 사실 새로운 요금제가 아니라 기존의 요금제에 옵션이 추가된 것 뿐이라 인가 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LTE 요금제가 3G에 비교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비판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안심 옵션 등 다양한 옵션이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다”고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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