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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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너무 기사가 많다.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작위적인 기사, 억지 기사, 허위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는 최근 펴낸 보고서,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에서 “이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는 애초에 가장 기초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기사를 가장한 유사 기사, 사이비 기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위가 분류한 7가지 문제 유형은 첫째, 사실 관계 확인 부족. 둘째, 정치적 편향, 셋째, 광고주 편향, 넷째, 출입처 동화, 다섯째, 자사 이기주의, 여섯째, 시청률 집착, 일곱째, 관습적 기사 작성 등이다. 특위는 “사실 관계를 충분하게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이유는 정치적 평향이나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다른 문제 유형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방송이 나가기 두 시간 전에 반론 취재를 시작한 데다 방송 직전에 반론이 도착했는 데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이런 의혹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은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만 보도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백하게 위반한 보도였다.

사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는 기사도 많다. “제주도가 7대 세계 자연경관에 포함돼 연간 1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발표를 대부분의 언론이 일방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G20 세계 정상회의는 경제효과가 30조원이라고 떠들었을 때도 기자들은 합리적 의심 없이 관습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기업이 발표하는 파업 손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파업이 지속돼야 그런 손실이 발생하는지 설명이 없고 정작 파업 쟁점이 뭔지도 관심이 없다.

정치적 편향은 MBC가 특히 심각했다. 지난해 8월26일, MBC 뉴스의 기사 첫 문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37.1%로 1위를 지켰다”고 돼 있는데 양자구도 조사 결과는 안철수가 앞섰다.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얼마나 앞섰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12.6%포인트로 앞서고 있다고 친절하게 수치를 읽어주기도 했다.

MBC의 박근혜 띄우기는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9월10일에는 기사 첫 문장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가 안 후보를 7.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박 후보가 양자 구도에서 앞선 날은 양자구도를 먼저 보여줬지만 10월3일, 다시 박 후보가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자 다자구도를 강조했다. 박 후보의 지지율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첫 문장은 늘 박 후보가 1위인 것으로 전달됐다.

특위는 “사안 자체가 특정 정파나 진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반대의 측면이 무시되거나 축소돼 사안의 본질을 넘어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해당 사안의 비중이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의 기사를 취급해 물타기하거나 전혀 다른 사안을 같은 비중으로 묶어서 처리하기도 하고 비중이 다른 사안을 기계적인 균형을 내세워 동등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광고주 편향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역시 MBC 보도인데 지난해 8월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됐을 때 MBC는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해 성사시킨 신도시 건설사업, 세계 1위를 목표로 미국 기업까지 인수합병해 추진한 태양광 사업, 회장 이름을 내걸고 밀어붙였던 사업들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특위는 “광고주 편향은 단순히 광고주인 재벌과 대기업, 대자본을 칭찬, 미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검증없이 받아들이는 행위, 관련된 개인들을 미화하거나 신비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면서 “노동자 등 다른 세력과의 갈등관계에서 성장이나 안정, 시민들의 불편을 내세우는 것도 역시 광고주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 관련 보도를 연상하게 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 관련 보도도 사례가 될 수 있다.

기자들이 흔히 취재 대상과 심리적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건, 폐쇄성이 높은 출입처일수록기자와 취재원이 정상적인 관계를 넘어 유착이라고 표현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청와대 내부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장은 기자라기 보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어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논란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도 없고 대통령실과 공동명의로 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않았다. 특위는 “기사를 살펴보면 관찰자가 아니라 해명 당사자가 된 듯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밝혔다’나 ‘주장했다’도 아닌 사실 그 자체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청와대와 재벌과 관련된 기사에서는 심정적인 동화까지 나타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내면 묘사를 하는 등 상상력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식의 기사 작성은 기자가 취재원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의도적으로 출입처 관리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언론의 기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해악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사 이기주의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KBS의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보도다. 2011년 4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신료 공청회를 보도하면서 17개의 녹취 가운데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내용은 3개 밖에 안 됐다. 국민 70%가 수신료 인상을 찬성한다는 자체 설문 조사 결과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애초에 설문 구성부터 결과가 뻔한 조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는 민주당과 도청 공방 등에서도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를 되풀이했다.

권재홍 앵커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맞아서 허리 부상을 입었다는 MBC 보도는 자사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되자 다음날 MBC는 정신적 충격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로 내보낸 것도 문제지만 자사 앵커의 동정을 메인 뉴스 첫 소식으로 다룬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스를 자사 이기주의의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특위는 “무서운 것은 언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용상의 선의의 경쟁이 아닌 이런 자사 이기주의에 의탁한 비정상적인 경쟁 행태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일선 기자들이 이런 문제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자사 이기주의 사례는 회사 이익의 극대화라기 보다 회사 내 특정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뉴스의 사유화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특위는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에 동원되는 기자들은 해당 사안을 직접 종합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정한 입장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본적인 기사 작성의 원칙에 무감각해지게 된다”면서 “이런 기사를 쓸 때 기자들은 스스로를 회사에 충성하는 통상의 회사원으로 규정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적 사고 방식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시청률에 집착하는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8월24일 SBS 보도가 꼽혔다. 스쿨존에서 과속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어린이들을 차로 들이받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선정성을 넘어 끔찍한 수준이었다. 성매매 업소에 급습하는 영상이나 무참한 폭력이 자행되는 CCTV 영상, 각종 동물 관련 기사 등 박력있는 영상,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영상에 집착하는 편집이 부쩍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특위는 “과도한 연성화도 시청률 집착의 전형적인 현상”이라면서 “단순한 눈요깃거리 기사, ‘동물농장’ 류의 기사, 아무런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삶의 체험 현장 스타일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시청률 집착과 경쟁을 위해 저널리즘을 희생시키는 잘못된 행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사실 확인 없이 서둘러 내보내 네티즌들의 관심에 편승하려는 경우도 흔하다.

다음 기사를 보자.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산등성이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천연색 수를 놓았습니다. 붉은 빛깔로 물든 암자는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정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 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특위는 “기자는 산 정상에 오른 등산객을 보았을 뿐이지만 기사에서는 ‘산행의 피로를 잊었다’며 등산객들의 생각을 미뤄 짐작해 묘사한다”며 “일종의 독심술”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아이템 결정권은 국장-부장-데스크-기자 순으로 이어지는 하향식 구조 안에 있다. 개별 기자의 취재에 의해 발굴되는 상향식 구조도 있지만 그 구조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특위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기자 사회 교육은 선배-후배의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경찰 기자 시절을 제외하면 체계적 재교육의 기회가 드물다. “선배들에게 입력돼 있는 관습을 무의식적으로 내재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위는 가장 폐해가 큰 것은 “이목이 집중되는 기사가 있을 때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기사를 벌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관습적인 벌리기 편집의 폐해는 기사를 위한 기사를 씀으로써 불필요한 과장과 왜곡을 낳고 더 나아가 이런 왜곡된 편집으로 인해 다른 의제들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주말에는 날씨 스케치를, 여름에는 해병대 병영 체험을, 겨울에는 특전사 동계 훈련을 배치하는 강박관념이 기사를 위한 기사를 만든다.

특위는 “스케치 기사 자체로는 비난거리가 아니지만 원론적으로 기사는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며 이런 표현 양식에 길들여져 비판정신을 잃어버릴 경우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기사를 생산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날씨 스케치의 표현 방식이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의 마음을 읽고 미묘한 감정까지 묘사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변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는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reportplus.kr/?p=5634&aid=5635&s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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