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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폭탄 두려워 LTE로 못 간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 2013

애플 아이폰5 공기계 판매가 허용된 게 지난달 14일부터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16GB 모델이 89만원, 통신사에서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81만4000원에 살 수 있는데 7만6000원이 더 비싸다. 32GB 모델은 103만원, 역시 통신사에서 사는 것보다 8만4000원이 비싸고 64GB 모델은 117만원, 9만원이 더 비싸다. 통신사에서 사면 가격도 싸고 24개월 무이자 할부도 되는데 공기계를 사는 이유가 뭘까.


비밀은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있다. KT와 SK텔레콤은 LTE로 넘어오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했다. LTE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사람들은 요금 폭탄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KT의 경우 3G에서 월 5만5000원만 내면 무료 통화 300분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LTE로 넘어오면서 비슷한 가격대인 월 5만2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무료 통화 250분에 무료 데이터가 2.5GB로 줄어든다.

아이폰4나 아이폰4S로 가입자들이 아이폰5로 넘어가기를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G에서 월 10GB 이상을 쓰던 가입자라면 KT의 경우 LTE에서는 월 7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그 이상을 쓰려면 월 12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SK텔레콤의 경우도 월 7만2000원 요금제는 9GB, 8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13GB를 준다. 최대 월 10만원을 내면 18GB, 이를 초과하면 추가 요금을 물어야 한다.

아이폰5 공기계를 사는 사람들이 굳이 3G에 가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월 5만5000원만 내면 요금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훨씬 비싼 요금을 내면서 요금 폭탄을 걱정하느니 차라리 좀 느리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마음 편히 데이터를 이용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당초 200만명에 이를 거라던 아이폰5 대기 수요가 예상과 달리 폭발적으로 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보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는 1190만명, 지난 6월 1045만명에서 144만명이나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기간 동안 전체 트래픽은 1만7761TB로 1957TB 줄어들었는데 1인당 트래픽은 1698MB로 오히려 41MB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입자들이 LTE로 옮겨간 반면 상대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들이 3G에 남아있다는 의미다.

LTE에서 헤비 유저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눈길을 끈다. 방통위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3G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 월 평균 트래픽은 1698MB인데 일반 요금제 가입자는 235MB 밖에 안 된다. LTE 가입자는 월 평균 1717MB를 쓴다. 3G에서는 헤비 유저 상위 10%가 전체 트래픽의 69.1%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LTE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트래픽의 26.7%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월 평균 트래픽이 1717MB라는 건 상당수 가입자들이 월 5만2000원이나 6만2000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3G에서라면 월 5만5000원만 내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쓸 수 있었을 텐데 LTE에서는 비슷한 요금을 내고도 트래픽 한도를 초과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아껴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상당수 가입자들이 상위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부 통계는 공개된 바 없다.

업계에서는 LTE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요금이 20% 이상 오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료 통화와 데이터를 더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수 가입자들이 무료통화는 남고 데이터는 부족한 난감한 상황을 겪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무료통화를 줄이면서 데이터를 늘리는 등의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세 통신사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남아도는 무료통화를 늘려주면서 비싼 요금제를 강요하는 상황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기술이 발전하고 효율이 높아지면 가격이 낮아지는 게 당연한데 통신사들은 오히려 요금을 올려 받고 있다”면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담합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면 요금을 점점 낮추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트래픽은 지난 10월 기준 4만2145TB, 이 가운데 LTE 트래픽이 50.1%로 절반을 넘어섰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던 2009년 11월과 비교하면 127배나 늘어났다. 무선 인터넷 사용 시간도 2010년 상반기에는 하루 1시간 남짓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6시간으로 늘어났다. 특히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2분에서 25분으로 크게 늘어난 게 주목된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3분짜리 드라마 동영상 미리보기를 3G 일반 화질로 보면 13MB가 소요되는데 LTE 고화질로 보면 38MB가 소요된다. 4분13초짜리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3G에서 9MB인데 LTE에서는 96MB로 11배나 많은 트래픽을 잡아먹는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스마트폰 트래픽은 월 평균 102PB였는데 2015년이면 5099PB로 49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SK텔레콤에 따르면 3G에서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전체 트래픽 가운데 36.4%였는데 LTE에서는 45.5%로 늘어났다. 단순 포털 접속은 31.2%에서 24.7%로 줄어들었다. 특히 동영상과 게임 서비스가 트래픽 폭증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모바일에서 동영상 서비스 트래픽이 2011년 월 평균 301PB에서 2017년 7437PB로 24배 늘어나고 모바일 게임은 같은 기간 동안 7PB에서 116배로 1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 소비 수단이 TV와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는 개인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 트래픽이 당장 통신사들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N스크린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면 상위 요금제로 업셀링(up-selling, 상향 이동판매)이 일어나고 궁극적으로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철한 국장은 “당장 트래픽이 수십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TE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1년 기준으로 만든 요금제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방통위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가격을 낮추면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그런 이유로 가격 인하를 규제하는 건 가격 담합을 유도해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통신사들은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설비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고 엄살을 떨지만 통신사들의 수익구조는 설비투자 비용을 크게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보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2조1310억원과 1조9740억원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LTE 투자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도 각각 1조5620억원과 1조16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전응휘 이사는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나면 적정 수준으로 요금을 낮추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투자비용이 일시불로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금융비용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면 방통위가 적정수준에서 요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 이사는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는 엄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케팅 비용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가입자당 매출과 영업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KT 망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MVNO(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들이 KT의 절반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는 걸 보면 이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은 단말기 보조금 규제 같은 경쟁 제한 행위가 아니라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여전히 “우리도 원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011년 4월 담합과 폭리, 끼워팔기 등의 의혹으로 통신 3사를 공정위에 제소했으나 지금까지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지난해 3월 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회사들과 담합해 출고가를 높이고 그 차액을 보조금인 것처럼 지급한 것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적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등 요금 담합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어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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