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반란? 그 뒷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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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입니다.

이정환(미디어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한 주간을 상징하는 숫자는 뭡니까?

이> 숫자 50입니다. 올해의 숫자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선거가 끝나고 50대의 높은 투표율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50대의 투표율 89.9%, 그 중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한 비중이 62.5%입니다. 50대가 캐스팅보트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51.6%, 문재인 후보가 48.0%를 득표했었는데요. 박근혜 당선자는 50% 과반 득표를 한 대통령이자, 50 대 50으로 기 싸움이 팽팽히 엇갈렸던 선거에서 50대의 전면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17대 대선에서 50대 유권자 수는 581만1899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5.4%를 차지했으나, 18대 대선에서는 778만332명으로 19.2%를 차지했습니다. 3.8% 증가했는데요, 반면 20대, 30대, 40대 유권자 수는 줄어든 양상을 보였습니다.

김> 그 50대가 10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주도하지 않았나요?

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40대는 노무현 후보 48.1%, 이회창 후보 47.9%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당시 50대는 노무현 후보 40.1%, 이회창 후보에게는 57.9%의 지지를 보냈고요. 그때도 50대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중요한 건 유권자 수입니다. 득표율은 4.6% 늘었는데 득표수는 218만 표에서 433만 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50대 인구가 10년 전에는 412만 명이었으나 18대 대선에서는 778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지요. 55년생에서 63년생까지의 베이비붐 세대가 50대에 편입된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6·25 한국전쟁이 끝난 게 1953년이죠? 전쟁 직후 태어났으면 이제 환갑이 되겠네요.

이> 베이비붐이라는 것이 전쟁이 끝난 후나 불경기가 끝난 후 경제적, 사회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약 712만 명입니다. 전체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인 셈입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도 시작됐죠. 이미 은퇴한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이런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을 분석할 때 ‘경제적 불안이 보수 성향을 만든다.’는 분석도 유의미합니다. 자녀 학자금과 결혼 자금, 가계 대출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분들께 일명 ‘박정희 향수’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50대의 반란이라고들 하는데 그보다는 50대는 원래 보수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다만 50대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게 핵심입니다.

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TV토론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었죠.

이> 네. 그래서 경제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문화적 보수주의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문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 또 나꼼수의 막말을 감정적으로 불편해 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조롱했지만, 오히려 50대는 이런 표현 방식을 불편해 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선거 끝난 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 결집의 가장 큰 이유로 ‘이정희 역효과’라는 답변이 31.0%에 달했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마치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것도 원인이 됐겠죠?

이> 수치로만 따져보면 50대는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세대입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21.6%인데요. 반면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고작 3.1%에 지나지 않습니다. 밤낮으로 벌어도 빚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산 71.3%가 부동산에 묶여 있죠. 재산이 집뿐이라, 집값이 떨어지면 빚 갚을 길도 막막하고 소비를 늘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50대의 몰표는 유일한 자본인 부동산을 지키려는 최후의 노력”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부터 지방선거와 4월 총선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선거에서 이미 나타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 50대는 자영업자도 많다고요.

이> 그렇습니다. 은퇴가 시작될 때에 경기불황이 겹쳤고, 그 때문에 은퇴가 가속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사회 안전망은 미비한 상태죠. 결국 생활을 위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해야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이어집니다. 일종의 악순환입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50대 자영업자는 175만600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 새 14만8000명이나 늘어난 숫자인데요. 전체 자영업자의 30.3%에 달합니다. 60세 이상은 143만8000명이고요 이 둘을 더하면 55.1%에 육박합니다. 전에는 40대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는데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맞물려 자영업자도 고령화되는 추세입니다.

김> 게다가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잖아요.

이> 월급쟁이는 30~40대가 빚이 가장 많은 반면, 자영업자는 50대 이상에 빚이 집중되어있습니다. 50대의 60%정도가 빚을 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요. 자영업자는 월급쟁이보다 대출 이자도 높고, 44%의 자영업자들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 대출 서비스를 주로 이용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자영업자 580만 명의 67%인 388만 명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당 평균 1억 원 가량을 대출받았으며 이는 급여생활자의 두 배 수준입니다. 50대 가장 가구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평균 7600만원, 50대 자영업자 가구는 평균 8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 그래서 ‘실버푸어’라는 말도 나오더라고요.

이> 이들이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은퇴연령은 62세 정도입니다. 기대 은퇴연령은 66세이니 실제와 4살가량 차이가 나죠. 하지만 은퇴하고도 돈을 벌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재취업한 50대 가운데 연봉 1000만원 미만이 21%, 1000만~2000만원이 26%입니다. 그러다 보니 빚도 늘 수밖에 없습니다. 50대 가구 평균부채는 7634만원이고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추세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늘어난 취업자의 90% 이상이 50대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죠.

김> 50대의 불안을 왜 선거 전에는 읽지 못했을까요.

이>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은 자신의 의견이 우세한 여론에 속하면 더 강하게 주장하지만, 열세에 속하면 침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죠. 이명박 정부 들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보수화된 영향도 있었을 거고요. 젊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열광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침묵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투표로 표현한 거죠. 필터 버블이란 말로도 분석하는데요,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편협한 정보세계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고 결국 자기가 보는 것만 보게 된다는 겁니다.

김> “50대가 경제적 불안 때문에 안정적인 보수 정당을 지지했다” 이 설명만으로 좀 부족한 것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책이 있었죠.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과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민중의 고단한 삶이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문제인데도 보수 세력들이 낙태나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이며 문화적인 현상으로 그들의 관심을 돌려버린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고학력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처럼 비춰지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계층이나 고학력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데 대한 반감도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핵심은 50대가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50대의 불안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세대간 갈등으로 뭉개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늘어나면서 자산 시장도 바꿀 거라고 하더군요?

이> 생활비의 필요로 다시 현금유동성이 중시되면서 부동산 자산 비중은 줄고 상대적으로 금융 자산 비중은 늘어나게 된다고 전망합니다. 여기에는 인구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부터 국내 인구가 5200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해주는 채권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도 저금리가 지속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 그렇군요.’숫자로 본 한 주간;, 오늘은 올해 2012년을 지배했던 숫자 50. 50대의 높은 투표율과 보수 회귀 성향, 그리고 경제적 불안과 자산시장의 변화까지 살펴봤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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