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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 남긴 금산분리 강화, 삼성은 떨고 있을까.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7, 201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식에 상당수 재벌 그룹에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올해 초 경제민주화를 대선 화두로 내세우면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강도 높은 수준의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선거 막바지로 들어서면서 당초 원칙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 순환출자를 허용하되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기로 물러선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15개 기업집단이 91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평균 순환출자 건수는 6.1건, 지난해 16개 기업집단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3.1개였는데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10대 재벌 기업집단 가운데 7개 기업집단에서 순환출자 구조가 발견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3년 안에 해소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허용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등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환출자 해소에 드는 비용은 현대차 그룹이 6.2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중공업그룹이 1.6조원, 삼성그룹이 1.2조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알짜배기 자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위험할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태인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5.7% 등 총 22.5%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문제는 정몽구 회장 일가가 그 정도 지분을 사들일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기존 순환출자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대부분의 재벌 그룹들이 걱정에서 벗어났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고민을 안고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른바 금산분리 강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소유한도를 9%에서 4%로 낮춘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 금융보험계열사가 보유한 비계열사 주식 의결권 상한도 15%에서 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금산분리 강화 공약을 밀어붙이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문어발식 지배구조를 짜고 있는 삼성그룹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유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우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생명이 7.5% 지분을 보유한 최다출자자고 호텔신라와 에스원도 금융계열사들의 지분 각각 12.1%, 9.6%씩 보유하고 있어 이를 제한 받는다면 대주주의 지배력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포함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삼성전자, 호텔신라, 에스원 등의 경우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이 추가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의결권 행사 문제로 연결되는데,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 형태의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총수 일가의 부당내부거래 금지 등을 강화할 경우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부당내부거래 규정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 계열사들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1일 조중동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이 일제히 공약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심상치 않다. 동아일보는 “표를 얻기 위해 제시했던 과도한 공약은 현실에 맞게 보정해야 한다”고 충고했고 중앙일보도 “대선 때 제시했던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건 인수위 단계에서 포기하는 게 묘책”이라고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을 돕기 위한 지원사격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거 다음날 나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도 주목된다. 이 증권사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양극화 해소 등 분배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고 이에 대한 규제 및 정책적 노력이 지속되겠지만,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진적 성향의 정책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금산분리 이슈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조중동이 구체적으로 특정 공약을 염두에 두고 제안했다기 보다는 인수위 과정에서 그동안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했던 김종인 위원장의 입지를 좁히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미 경제민주화의 원칙에서 상당수 후퇴한 상태라서 추가로 후퇴할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삼성과 전면전을 벌일 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산분리 관련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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