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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박근혜? 삼성이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0, 2012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5일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7년 전무로 승진한 뒤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가 다시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 그리고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1년 입사한지 21년 만이다. 삼성그룹 전체에 부회장은 4명 뿐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사실상 이건희 회장에 이어 넘버 투로 부상했다.


이 부회장의 승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민주화 담론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다소 파격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삼성전자가 최근 놀라운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입증된 바 없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이 승진에서 누락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특히 이 부사장은 지난 2010년 이 부회장과 같이 승진을 한 데다 경영실적도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이 부회장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확정하고 형제들 사이의 갈등을 불식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돈다. 한편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향후 있을지도 모를 불확실성에 대비해 부회장 승진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의 승진 소식이 알려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역대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나는 분위기다.

삼성 그룹은 후계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한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보폭을 확대하는 것일 뿐 (경영권) 승계와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건희 회장도 주 2회 정기적으로 출근을 계속하고 있고 연 100일 이상을 해외출장을 다닐 정도로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후계 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금산분리를 법제화 할 가능성이 크다. 순환출자 금지도 어떻게든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삼성 그룹은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개편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3.38% 밖에 안 된다. 부인 홍라희씨 지분이 0.74%, 이재용 부회장도 0.57% 밖에 안 된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7.47%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물론 삼성생명 계약자들의 보험 자산이긴 하지만 그 삼성생명을 이건희(20.76%) 회장과 에버랜드(19.34%)가 나눠서 지배하고 있다. 에버랜드를 지배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만약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돼서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이 각각 4.0%씩, 삼성카드가 5.0%, 삼성물산이 1.5%씩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모두 18.5%를 내다 팔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7.4%까지 내다 팔아야 한다. 문제는 그 지분을 누가 사들이느냐에 따라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산분리는 더 큰 위협이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삼성생명이 7.5%, 삼성화재가 1.3%씩 갖고 있는데 금산분리가 적용되면 이 지분을 모두 내다팔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금융 계열사를 떼어내고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빼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17.6% 밖에 안 된다. 호텔신라와 에스원도 위험하다.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비율이 각각 12.1%와 9.6%나 된다.

이건희 회장의 고민은 이 지분을 모두 내다파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다시 사들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지주회사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지주회사로 가려면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20%만 해도 4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삼성생명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유태인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지분 승계가 이루어진 에버랜드가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인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7조원이 넘는 지분을 자기자본이 4조원 밖에 안 되는 에버랜드가 사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지분 매각과 매입 과정에서 양도세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연구원이 제안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전자를 자사주를 이전해 지주부문를 분할해 사업부문을 독립시키고 삼성물산과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지주부문로 분할, 각각의 지주부문을 합병해 삼성전자홀딩스를 설립한 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이 회사에 투자를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이 회장 일가가 홀딩스 지분을 25% 보유하고 홀딩스가 삼성전자 지분을 21%, 그리고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둘째,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분할해 삼성전자홀딩스로 이전한 뒤 인적분할, 이건희 회장 일가가 3자배정 유상증자로 이 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삼성물산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이 회장 일가가 홀딩스 지분을 50% 확보하고 홀딩스가 삼성전자 지분을 21%, 그리고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회장 일가가 높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홀딩스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진다는 게 단점이다.

유 연구원은 “그러나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면 이런 시나리오도 불가능하게 된다”면서 “삼성그룹이 주요계열사의 지배력을 잃게 될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삼성을 겨냥한 경제민주화가 급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다만 언제가 됐든 이건희 회장의 자산이 상속되는 과정에서 최고 50%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라도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든 문재인 보다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최악의 경우 후계 구도와 맞물려 그룹이 여러 토막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살리겠다는 입장이고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비은행금융지주회사(에버랜드 또는 삼성생명)의 비금융자회사(삼성전자)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 빠져있다.

다른 그룹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위기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금산분리와는 무관하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알짜배기 자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위험하다. 정몽구 회장 일가 지분은 7.0% 밖에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로 KBD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집단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태고 아직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집단은 지주회사로 전환을 할 의지가 없거나 의지는 있으나 관련 법률 등의 문제로 지주회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경우”라며 “따라서 현재의 상태에서는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로 전환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지주회사 규제가 관건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일가가 SKC&C 지분 48.5%를 소유하고 SKC&C가 SK 지분 31.8%를 소유하는 옥상옥 구조다. 문제는 SKC&C가 출자총액 한도를 2.6조원이나 넘겨서 이를 해소하려면 두 회사를 합병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26% 수준으로 반토막이 난다. 강화된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시키려면 SK하이닉스 지분도 1.6조원 어치 사들여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삼성과 현대차, SK그룹이 비명을 지를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적어도 기본 철학이 박근혜 후보와는 다르다. 박근혜 후보는 출총제 부활을 반대하고 지주회사 규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유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며 “친절한 박근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연구원은 “일각에서 경제민주화가 선전성 구호일 뿐이고 결국 실현되지 않을 일이라고 폄하하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대선 후보들의 중요 공약사항이라 향후 법안 제정 과정에서 수위 조절이 있긴 하겠지만 경제민주화의 후폭풍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과거와 같이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적 증여 등을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기는 어려워졌다”면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은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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