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문사들, 포털 삥뜯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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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구글을 ‘콘텐츠 도둑놈’이라고 비난했던 게 2009년이다. 머독은 구글이 언론사들 콘텐츠를 공짜로 가져가 돈을 벌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그가 소유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구글 검색을 차단할 수 있는 데도 하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들이 언론사들 덕분에 돈을 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배 아프다고 해서 구글에서 빠지면 트래픽 유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머독의 분노는 엄포로 그쳤지만 최근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언론사들이 구글에 맞짱을 뜨는 기세는 심상치 않다. 독일에서는 검색 서비스에 저작권료를 받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이 기사 제목과 발췌문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돈을 벌면서 언론사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프랑스에서도 지난달 29일,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구글에 연말까지 언론사와 상생 모델을 만들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구글은 달마다 40억건의 클릭을 언론사 사이트로 보내는데 이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뉴스를 끝까지 읽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사들의 불만은 독자들이 구글에서 기사 제목과 발췌문만 훑어보고 정작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다음에 갖는 불만과 비슷하지만 구글은 단 한 푼도 언론사들에게 주지 않는다는 게 차이다.

언론사들이 이처럼 구글을 압박하는 건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언론사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12억유로에 이르지만 이익을 내는 언론사는 많지 않다. 신문광고 시장은 2007년보다 40% 이상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2.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구글이 이 언론사를 먹여 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온라인 광고와 종이신문 광고는 아예 시장이 다르니까.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나라에서 구글이 언론사들에게 돈을 내게 됐지만 그게 광고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구글에 돈을 내라는 건 글 쓰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언론사들은 지금까지 독자 수를 늘리려고 과금을 꺼려왔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료화를 서두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저작권법이 유럽보다 유연해서 검색 사이트가 공정이용 조건으로 기사를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벨기에에서는 언론사들이 구글에 소송을 걸어 승소하기도 했다. 구글은 항소했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진행 중이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입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 대신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154개 언론사 사이트들이 모여서 단체로 구글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역시 구글이 저작권료를 내야한다는 이유였다. 이때도 구글은 구글 덕분에 엄청난 트래픽을 받고 있으니 오히려 혜택 아니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음식점에 관광객들을 데려온 운전수에게 세금을 받겠다는 한심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언론사들은 구글을 끊었는데도 트래픽 유입이 5% 밖에 줄지 않았다며 구글 없이 계속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구글 점유율이 5% 미만이지만 언론과 포털의 공생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70%를 웃도는 가운데 네이버 첫 화면에 뉴스를 띄우는 뉴스캐스트 회원사들은 트래픽의 60%에서 많게는 95% 이상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 뉴스 공급료를 받고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지만 실제 포털이 누리는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언론사들이 포털에 헐값에 뉴스를 팔아넘긴 덕분에 독자들은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찾을 이유가 없다. 한 나라의 거의 모든 언론의 기사를 한 곳에서 최근 10여년 기사를 모두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공짜 뉴스는 네이버와 다음이 독과점 구도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언론사들은 포털에 기사를 넘기고 받는 돈을 부가 수입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포털이 언론사들의 수익 모델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는 “우리나라는 이미 포털에서 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지만 포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가뜩이나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 이후 언론사 트래픽이 50~70%까지 줄어들 거라는 흉흉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뉴스는 공짜라는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아마도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검색 결과에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녹색당과 해적당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언론사들의 요구를 쉽게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기사 링크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되기 때문에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의 관측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언론사들이 구글과 전면전을 선포한 배경에는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온 독자들은 기사만 훑어보고 바로 창을 닫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포털에서 기사를 읽지 못하도록 만들면 직접 언론사 사이트를 찾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설령 당장 페이지뷰가 줄어들더라도 구글 의존도를 낮춰야겠다는 전략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실 기자는 “우리나라도 뉴스 저작권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17개 기관에서 1532건의 저작권 위반 사례가 적발됐는데 그 가운데 65.8%인 340개가 공공기관이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이 저작권을 준수하면 1년에 약 400억원의 뉴스 저작권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최 기자는 “유럽에서 구글과 언론사들의 갈등을 단순히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언론산업의 밥그릇 싸움으로 볼 게 아니라 뉴스 콘텐츠의 정당한 가치를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면서 “포털과 언론사들이 진정한 상생 모델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최근 뉴스캐스트 개편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네이버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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