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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플랫폼 전쟁, 돈 벌이는 안 되네.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20, 2012

콘텐츠 구매비용이 관건… 지상파 유리하지만 킬러 콘텐츠 부재, 진입장벽 낮아.

너도나도 N스크린 서비스를 하겠다고 뛰어들고 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수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가입자 1만 명에 1억 원의 네트워크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아직까지 유료 전환 비율이 10%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료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한동안 어마어마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BC와 SBS 등이 설립한 푹은 10%의 수수료를 받고 90%를 지상파 방송사들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E&M이 설립한 티빙은 수익구조가 더 불리하다. 지상파 콘텐츠를 구입하는 데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IPTV 업체들이 지불하는 가입자 당 280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손해가 막심한 데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는 건 기존의 TV 플랫폼 자체가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TV 시청 도달률을 보면 50대와 60대는 큰 변화가 없지만 10~30대는 20%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한때 유료방송을 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이른바 코드컷팅 현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티빙 관계자는 “유료 전환율이 낮은 건 핵심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무료로 풀고 있기 때문인데 당분간은 매출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바꾸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푹 관계자도 “연말까지 이벤트 가격을 적용 중인데 이벤트 기간이 끝나도 가격을 크게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던 미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월 7.99달러에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방송사들이 합작해서 만든 훌루는 처음에 무료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역시 월 7.99달러에 유료로 N스크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훌루의 가장 큰 고민은 갈수록 늘어나는 콘텐츠 구매비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요금 인상을 시도했다가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아픈 경험이 있다.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건 콘텐츠 구매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요금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 채널 사업자, 외주 제작사 등 콘텐츠 사업자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플과 구글 등 외국 업체들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N스크린 서비스의 성공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았던 위성 DMB도 대체제인 지상파 DMB와 경쟁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면서 “N스크린 서비스도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료 가입자 중심으로 유료 가입자 비중이 미미하고 광고 손질도 많지 않아 수익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케이블 방송 이용 요금이 워낙 비싸서 초기 가입자 확보가 쉬웠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저가 유료방송 시장이 형성돼 있어서 가입자 이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료방송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N스크린 서비스에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계에서는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의 27%가 넷플릭스를 보완재로 이용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만 이용하는 비율은 5%,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이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실시간 재송신 서비스와 짧은 홀드백(본 방송 이후 재방송까지 걸리는 시간) 덕분에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일찌감치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BeeTV의 성공 사례도 주목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AVEX와 NTT도코모가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든 BeeTV는 지상파 콘텐츠를 재송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지TV나 연예기획사 호리프로 등에 의뢰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나갔다. 2009년 위성 DMB 서비스가 중단된 것도 기회였다.

BeeTV는 개국 한 달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가 158만명을 넘어섰다. BeeTV는 통신사와 제작사에 각각 12%와 78.3%를 주고, 나머지 9.7%를 매출로 잡는 구조다. 78.3%면 파격적인 비율이다. 세금 포함 월 315엔의 낮은 요금도 인기였지만 제작사에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 퀄리티를 확보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박종수 연구원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킬러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고화질로 제공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콘텐츠 경쟁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음악 콘텐츠가 멜론등 정액제 모델이 정착되면서 유료화가 진행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N스크린 서비스도 유료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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