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왜 ‘MB 낙하산’을 단일화 협상팀에 내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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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의 이태규 미래기획실 실장의 과거 행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실장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팀에 참여해 왔다. 최근 단일화 협상이 잠정 중단된 배경에 이 실장의 과거 경력이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14일 협상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오늘까지 문 후보 측과 민주당 측이 행한 신뢰를 깨는 행위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오늘만 해도 기사화된 후보 양보론과 (단일화) 협의가 시작될 때 진행된 우리 실무팀에 대한 인신공격, 실무팀 구성원의 협의내용 외 자의적 발언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이 말한 인신공격은 백원우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지목한 것이었다. 문재인 후보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백 전 의원은 이태규 실장이 지난 4·11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면서 만들었던 포스터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정권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며 “모욕감을 느낀다”는 글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페이스북에서 이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안철수 캠프의 반발을 더욱 부추겼다.

백 전 의원의 문제의 글은 현재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모두 삭제되고 없다. 문재인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은 “(관련 내용을) 즉각 삭제하고 백 전 의원이 공보특보에서 물러났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논란은 백 전 의원의 비난 글보다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이태규 실장의 과거 경력에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캠프는 지난달 이태규 실장 선임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전 대통령실 연설기록 비서관’이라고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의 과거 경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안철수 캠프에서도 이 실장의 경력을 부담스러워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떠돌았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에서도 이 실장의 선임을 두고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실장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새누리당 정두원 의원의 추천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5월, 청와대 연설기획관으로 임명된 지 한 달만에 KT 경영연구소 전무이사로 내정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과거 윤여준 전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 실장이 한 달만에 청와대를 나온 것에 대해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KT 출신 한 인사에 따르면 이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낸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시 내심 정무비서관 자리를 원했으나 연설기록비서관에 임명되자 고민 끝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KT에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KT 주변에서는 이 실장이 KT로 옮겨온 것을 두고 명백한 보은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KT에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는 얼추 40명에 이른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 자문위원을 지냈던 이석채 회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시절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던 석호익 전 부회장,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은혜 전무,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윤종화 KT캐피털 감사, 대통령 인수위 팀장 출신의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역시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등이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KT 사외이사에도 대통령 인수위 팀장 출신의 허증수씨와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였던 이춘호씨 등이 내정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허증수씨는 인수위 시절 향응접대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인물이고 이춘호씨는 부동산 관련 의혹을 입증하지 못해 낙마했다.

이들 낙하산 인사들은 고액 배당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KT를 죽음의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는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모두 통신분야 비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정작 맡은 역할이 불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 전무급 임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합치면 1년 수입이 3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혹은 실세 정치인의 후광을 입은 친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형적인 보은인사인 데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이태규 실장은 단순히 여당 출신 인사라서 문제가 아니라 민영화된 KT에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와 KT를 망친 인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면서 “이런 인사를 단일화 협상팀 대표로 내보낸 안철수 후보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태규 실장의 영입과 전면 배치는 안철수 캠프에 그만큼 인재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홍보하던 사람이 안철수 캠프 기자실에 나타나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을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고 기자들도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안철수 캠프도 이 실장의 과거 경력이 거론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윤태곤 상황실 부실장은 1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태규 실장에 대한 인신공격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태규 실장은 윤여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데, (문재인 캠프의) 윤여준 영입은 국민통합이고 이태규 영입은 모욕이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다”고 해명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주통합당도 윤여준 전 의원을 영입하고 했으니까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을 협상팀에 포진시켰다는 건 민주당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안철수 캠프가 전략적 감각 있는 인물이 적은데 이태규 실장이 그나마 그 가운데 정치경험이 많고 협상력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캠프는 이태규 실장의 거취와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무현 때도 낙하산 있었다, 그런 비난 싫어 나온 것.”
[인터뷰] 이태규 안철수 캠프 미래기획실장.

– 최근 자격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년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공천을 했던 사람이 정권 연장 반대라고 외치는 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일화 협상팀을 맡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글쎄, 누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안철수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데 동의해서 동참하기로 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거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아니라고 보고 그 정부가 정권을 연장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4·11 총선 때 공천을 신청했던 건새누리당 내부에도 쇄신파가 있으니까 같이 힘을 모아 개혁하려고 했던 건데 박근혜 후보가 차단을 한 거니까.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겠나.”

– KT 낙하산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낙하산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왜 비난하지 않나. 그리고 사실 그런 비난이 싫어서 KT에 있다가 일찍 나온 거다.”

– 양재동에 있는 KT경영연구소에 전무이사로 있으면서 출근은 광화문 사무실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는 일이 뭐였나.
“내가 광화문 사무실에 있고 싶다고 해서 회사 쪽에서 그렇게 해준 거고. 내가 하는 일이 합병이라든가 대외 업무를 했기 때문에 광화문에 나와 있는 게 더 맞기도 했다.”

– 연봉도 3억원 가까이 됐다던데.
“3억원은 안 됐다.”

– 청와대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있다가 한 달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KT로 옮겨온 것을 두고 청와대에서 자리를 만들어 준 거다, 보은 인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관계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아서 나온 것 뿐이다. 정두언 선배와 이명박 정권 창출에 나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용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이 있었는데 그 신념이 반영 안 되면 더 이상 함께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공직을 제안했는데 안 맡고 나왔다. 공기업으로 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하던 차에 KT에서 제안을 받아서 간 거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당신의 새누리당 경력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캠프 내에서 난처하게 된 상황 아닌가.
“그렇지 않다. 내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재인 캠프에서 흘린 양보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거라고 본다. 여론조사에 민의가 왜곡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 때문에 중단된 거지 나 때문에 중단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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