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모르는 휴대폰 보조금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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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S3는 출고가가 99만4천원이다. 물론 휴대전화 단말기를 제값 다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약정 할인을 받으면 70만원 정도, 번호이동 조건으로는 10만원 후반이면 갈아탈 수 있다. 과열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방통위가 최근 보조금 규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실무자 차원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구두 경고 조치를 한 데 이어 연말에 과징금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통신 보조금이 8월 중순부터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LTE 보급이 확산되면서 통신사들 사이에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LTE가 가입자당 매출(ARPU)이 높기 때문에 보조금을 늘려도 된다는 판단을 했겠지만 과열 경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통신 3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나 줄어들었다.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마케팅 경쟁으로 서로 가입자 뺏어오기를 계속한 결과다.

방통위의 규제는 사실 법적 근거가 없다. 방통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이창희 과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보조금 관련 규정이 있다가 2007년 말로 일몰된 건 맞다”면서 “단말기 보조금은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 번호, 설비, 또는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하여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얻을 수 있는 예상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27만원이 넘으면 손실이 날 텐데, 결국 모든 가입자에게 27만원 이상을 주지는 않을 거고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적은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 여기에서 이용자 차별이 나타나게 된다는 논리다. 이 과장은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용자 차별을 방치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면서 “오히려 보조금 규제가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보조금을 규제해서 통신요금이 낮아진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 이사는 “입구 규제가 아니라 출구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보조금 규제가 아니라 가격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조금이 부당한 방식으로 차별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보조금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 회계분리기준 고시를 근거로 든다. 35조 4항에는 “판매촉진비는 시장경쟁 여건과 매출액 규모 등을 고려해 적정하게 산정돼야 하며 방통위는 필요한 경우 판매촉진비의 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전 이사는 “회계분리기준 고시는 판매촉진비를 규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방통위가 정한 상한을 초과할 경우 판매촉진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강제 규정이 아니고 처벌 규정도 없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는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는 사실상 경쟁제한적인 규제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강조했다.

2007년 말에 일몰된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은 2003년 3월 도입돼 2006년 3월까지 시행하고 사라지는 일몰제 법안었는데 한 차례 연장해 2007년 12월까지 시행되고 소멸됐다. 당초 이 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무역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휴대폰의 과소비를 막아보자는 차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단말기 부품 대부분을 수입했기 때문인데 이 법은 나중에 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법으로 변질된다.

마케팅 비용을 규제하는 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경쟁 사업자를 몰아내기 위해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부당염매를 규제하고 있지만 단말기 보조금은 이런 경쟁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마케팅을 규제하는 보조금 금지법이 경쟁제한 행위에 가깝다. 경쟁이 과열됐다는 이유로 경쟁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통신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방통위의 입장을 듣기 좋게 포장한 것 뿐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오래 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 이사는 “근본적인 해법은 가격 규제, 즉 통신요금 인가 과정에서 요금을 적정수준으로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금을 마음대로 올려 받을 수 있게 하면서 마케팅 비용까지 규제를 하면 고스란히 통신사들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방통위는 아예 보조금 규제를 부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 연내 입법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보조금 경쟁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병헌 의원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담합을 끊어 단말기 출고가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조금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출고를 일부러 높이고, 그 차액을 보조금인양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전 의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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