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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주민등록번호 도입? “배울 걸 배워야지.”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5, 2012

일본 정부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를 벤치마킹해 공통번호라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월 개인식별번호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2014년 6월 번호를 교부해 2015년 1월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도입 초기에는 세금과 연금 등의 분야에 한정하기로 했지만 소득과 사회보장 수급실태를 파악해 납세의 공평성 및 투명성을 높인다는 게 목적이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다양한 신분확인 번호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공통번호 도입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인터넷실명제의 폐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한국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목적이다. 활동가 시라이시 다카시(白石孝)씨를 1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진보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프라이버시 액션(Privacy Action)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카시씨는 한국의 현실을 들으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카시씨는 “남북 휴전 상태에서 독재 정권이 스파이 진상 조사를 위해 만든 법이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특히 인터넷 실명제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카시씨는 “일본에서는 아직 공통번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본에 돌아가 한국 상황을 알리고 공통번호 도입을 반대하는 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독립된 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누설한 행정직원에게 최고 4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다카시씨는 “한국의 경우에서 보듯 일단 전국적인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작성되면 어느 경로로든 누출되는 사고를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개인정보 피해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공통번호를 소비세 증세에 따르는 저소득층 대책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해 저소득층에 소득세를 환불하거나 급부금을 지급하거나 하는 급부포함세액공제 도입에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취지는 좋지만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일본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다. 한국에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신분도용, 피싱 등의 사례가 이들의 반면교사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통번호제도가 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르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운전면허증과 여권 취득, 은행구좌 개설, 렌트카 이용 등에도 필요하고, 온갖 정보의 밀접한 결합인 만큼, 신용카드 도용을 비롯한 온갖 사기 사건을 유발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까지 4년 동안 한국의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1억2천만명분에 이른다. 국민 1명이 2회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계산이 된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에서는 경찰이 영장 없이도 통신주체의 개인정보를 사이트 운영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서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인터넷, 휴대전화,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 제공건수가 700만건이 넘었다”고 소개했다.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사례를 들면서 “이 남성은 결국 무죄로 풀려났지만,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로 인터넷 발언자를 특정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으로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다카시씨는 “일본에서는 공통번호의 문제점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사례를 듣고 보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카시씨는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돼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선거법상 실명제는 남아있고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를 활용해 정부가 국민들을 관리하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일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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