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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 1500개 설거지해 봤나… 골병 드는 급식 노동자들.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0, 2012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9일 하루 파업을 했다. 언론은 급식 대신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 소식을 전하면서 파행이나 급식대란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매일경제는 10일 “애들 상대로 해도 너무해”라는 제목을 내걸고 “어린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파업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학부모 단체의 성명을 소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는 일반 사업체와 달라 학생 교육활동에 영향을 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파업은 아이들을 볼모로 벌인 학습권 침해 행위이며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무상급식 때문에 아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결한 화장실, 비새는 교실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막대한 돈이 드는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 재개도 불사하겠다고 하니 노조는 제정신인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6월, 조리사 노동자의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급식실 조리사의 95.8%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고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노동자도 60%가 넘었다. 조선소 노동자의 조사 결과(35~40%)보다 월등히 높은 충격적인 결과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산재 신청한 한 노동자의 경우 약 10년 동안 급식실 조리사로 일해 왔는데, 이 학교는 1530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급식을 단 7명이 준비했다. 이들은 1인당 218명의 식사를 단 3시간 만에 준비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국 재료 70kg, 무침 재료 50kg, 튀김재료 90kg를 여성 2명이 10분 옮긴 다음 90kg에 달하는 쌀을 나르고, 씻고, 물과 혼합한다. 그리고 5kg 정도의 밥판 54개를 일일이 찜솥에 꽂는데 이 작업을 108번이나 해야 한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나면 1500개가 넘는 식판을 걷어 와 거의 2시간 동안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다시 청소와 물청소가 남아 있다. 이렇게 기계처럼 일하는 동안 골병이 들어간다.

학교 급식실의 조리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상의 불안정 때문에 아파도 휴가를 사용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파도 휴가 사용해 본 적 없다”는 답변이 68%나 됐고 “대체인력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78%였다. 30%의 노동자만이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이 모두 보장되고 있었고, 휴게시간 식사시간 모두 없는 노동자도 37%나 됐다.

민주노총 최명선 국장은 “학교 급식 조리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혀 변화하지 않는 노동조건에 대한 응어리진 한의 분출이고 너무도 비참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재 조리 노동자들의 예산은 교과부에서 지급하고, 인력기준은 지역별로 산정한다. 초등학교는 평균 150~200명에 1명꼴, 중고등학교는 평균 150명에 1명꼴로 배치되는데 울산의 경우 배치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도 16%나 됐다. 인력산정 기준도 모호해서 고등학교가 노동 강도가 초등학교의 1.5배나 되는 데도 이런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고 교실배식과 급식실 배식의 차이, 1식과 2식, 3식을 하는 노동자의 노동강도의 차이, 전처리 작업 유무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시간이나 휴게장소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도 심각했다. 경남지역 조사에서는 44%가 휴게시설이 없고, 40%는 탈의실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없다는 노동자도 80%나 됐다.

산재로 인해 치료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51.7%였지만 이 가운데 89.2%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했고 산재처리는 단 9%에 지나지 않았다. 72.7%는 “산재처리를 하면 고용불안의 위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강도와 작업환경, 급식량 등을 고려한 인력 배치기준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안전보건 조치 및 안전교육, 보호장구 지급, 휴게시설, 샤워실 설치, 유해위험요인 조사등 산업안전보건법이 준수되도록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하고 실질적인 현장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휴가를 대체인력이 없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 시·도 교육청 차원의 대체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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