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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위기? 재미없으니 안 읽는 거야.”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 2012

“이제 뉴스는 ’15초 전만 해도 알지 못했던 어떤 것’으로 새로 정의되어야 한다. 트위터가 뉴스를 먼저 알리지만,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다.”

언론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들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언론사들이 기존의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포기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독자들을 아쉬워하고 있을 뿐이다. 31일 언론진흥재단이 펴낸 세계신문협회 총회 보고서는 위기의 언론 산업에 몇 가지 흥미로운 어젠더를 던져준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일요판을 확 바꿨다. 1면에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기사를 게재하고 사진을 시원시원하게 배치해 잡지 스타일을 연출했다. 콜롬비아의 엘티엠포는 섹션을 확 줄여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뉴스)와 독자가 읽어야 할 것(심층보도), 독자가 해야 할 것(라이프스타일과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했다.

미국 가르시아미디어의 최고경영자 마리오 가르시아는 태블릿 서비스를 기획하는 언론사들에게 유용할 조언을 준다. 독자들은 태블릿 앱이 신문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회전목마식 레이아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손가락이 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 방식도 효과가 좋다. 독일의 빌트는 팝업 편집을 전담하는 직원이 8명이나 된다. 팝업에 어울리는 기사를 찾고 사진을 클릭했을 때 더 많은 정보와 영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마리오 가르시아의 충고는 단순 명확하다. “콘텐츠의 흐름은 단순한 일직선이 아니라 유동적이어야 한다.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 가능하다면 독자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탐사보도와 소셜 네트워크를 결합한 시도도 흥미롭다. 영국 가디언의 특집 전문기자 존 헨리는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취재하러 떠나기 전에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테네에 도착하자 아이디어와 연락처를 제공하는 트윗이 쏟아졌다. 존 헨리는 트위터 친구들의 제보를 확인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날마다 블로그에 올렸고 영국에 돌아와서는 이를 정리해서 기사로 만들었다. 취재 과정에 참여한 그리스 사람들은 그의 기사를 그리스의 실추된 이미지를 반전시킬 기회로 받아들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데 대해 고마워했다.

존 헨리는 “소셜 미디어를 기사 작성에 활용하려면 먼저 취재거리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지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고맙다는 말을 건네더라도 모든 메시지에 답신을 보내야 하고 무엇보다도 열린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날마다 두어 건 이상 글을 올려 리듬을 유지하라는 조언도 흥미롭다.

폴란드의 보니어비즈니스프레스의 디자인 디렉터 야섹 우트코는 “신문의 미래는 잡지 스타일에 달렸다”고 선언한다. 웹 사이트는 신문으로, 신문은 주간지로, 주간지는 월간지로, 월간지는 사진앨범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면으로 펼친 기사, 창의적인 편집형태, 품격있는 디자인, 강한 비주얼 효과, 뉴스거리가 많지 않은 것이 잡지 스타일이다. 야섹 우트코는 “잡지에서 영감을 얻고 웹 사이트와 달라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집을 지키는 개처럼 사람이 지나갈 때는 소란스럽게 짖어대고 사람이 없을 때는 조용히 앉아있는 것과 같은 반작용 저널리즘은 예견이 가능하고 따분하다”고 지적한다.

“신문에 대한 간단한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큰 특집기사들을 만들어 여러 섹션으로 분리하고 일러스트레이션과 시각적인 효과를 낼만한 것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기사는 가급적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을 게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일은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다만 신문 종사자들이 그들의 접근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뉴스룸 통합도 중요한 화두다. 영국 이노베이션미디어컨설팅그룹의 파트너 후안 세뇨르는 “뉴스룸은 디지털 주방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자 한 명이 한 번에 다양하게 제공될 기사를 요리해야 하며 하나의 플랫폼을 위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저널리스트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뉴스룸의 새로운 삼위일체라고 규정한다. “소셜 미디어는 미디어가 아니라 플랫폼이며 뉴스를 단순히 리트윗하는데 그치지 말고 대화를 시작하고 진행하고 끝을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시애틀타임스의 편집인 데이비드 보우먼은 뉴스룸을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

“첫째, 크리에이션(Creation)이다. 심층취재, 검증, 기사작성,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을 묶어 보도팀을 구성했다. 둘째는 큐레이션(Curation)이다. 콘텐츠를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팀이다. 편집, 디자인, 조직, 신속한 상황 파악(sense-making), 프레젠테이션 등이 포함된다. 셋째는 커뮤니티(Community)이다. 이는 독자와의 상호작용과 소셜미디어를 말하며, 특정한 팀이라기보다는 구성원들의 태도와 관습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스벤스카다그블라데트는 편집국 인력의 25%를 감축한 뒤 적은 자원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해법으로 빠른 뉴스와 느린 뉴스의 결합을 선택했다. 빠른 뉴스는 말 그대로 속보 경쟁을 벌이는 것을, 느린 뉴스는 발간일에 앞서 미리 많은 양의 기획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편집국에 빠른 뉴스팀과 느린 뉴스팀을 별도로 구성했고, 각 데스크별로 빠른 뉴스 담당 에디터와 느린 뉴스 담당 에디터를 뒀다. 뉴스 지면의 최소 40% 이상은 느린 뉴스팀의 사전 출고 기사로 채웠다. 잘 짜인 기획은 비용을 줄이고 편집국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 그리고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게 해준다.”

스벤스카다그블라데트는 국내 언론사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 신문은 기사 수를 줄이면서 내용을 늘렸고 그래프와 표, 사진 등 시각적 요소를 강화했다. 마르틴 욘손 부주필은 “신문기업들이 직면한 도전은 제작 문제가 아니라 뉴스룸의 모든 인력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있다”면서 “결국 변해야 할 것은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카타르 알자지라의 소셜 미디어 책임자 리야드 민티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언론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정보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문맥을 분석하는 것이 정확한 보도가 된다는 의미다. 정보 수집이 언론의 핵심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정보(information)-잡음(noise)]+문맥(context)=정확한 보도(accurate reporting).

“소셜미디어는 뉴스룸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까지도 바꾼다. 우리는 이제 게이트 키퍼(gate keeper)가 아니며, 이러한 변화를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언론사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 대중이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을 때도 사람들은 바로 트위터를 연결했고,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공격 현장 주변에서 트위터로 현장을 중계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보게 될 것이며, 그만큼 더 많은 잡음과 그릇된 정보를 접할 것이다. 뉴스의 문맥(context)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언론사는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트위터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말해줄 수 있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미디어의 최고경영자 마리오 가르시아는 “종이는 접속을 끊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과도하게 온라인에 의존하는 시대에 여전히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열망한다는 의미다. 싱가포르의 SPH 부사장 제프 탄은 “미디어기업들은 내부 요인을 중시하는 인사이드-아웃(inside-out) 개념을 선호하지만 앞으로는 외부 요인을 중시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신문의 미래를 비관하기는 이르지만 여기에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완규 세계일보 편집부국장은 “언론사들은 흔히 기존 콘텐츠를 유료화하려고 하지만 독자들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한다”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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