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연봉이 1억이라도 파업할 권리는 있습니다.

Scroll this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파업이라니….”

이명박 대통령의 망언이 논란이다. 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 현안 점검회의에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귀족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노조 파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나 금융노조를 보면 대부분 연봉이 9000만원에 가깝다고 한다”면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팩트부터 틀렸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만도의 급여 총액은 746억5300만원이다. 전체 직원 4151명으로 나누면 7623만원이 된다. 기본급과 상여금, 제수당을 포함한 고정급 총액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자료에는 급여 총액이 2859억800만원. 평균은 6903만원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임원 5명의 연봉, 28억1400만원을 더한다 해도 지난해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능직 평균 연봉(복지비용 제외한 급여 총액)이 9072만원에 이르고 1억원 이상을 받는 기능직 근로자도 전체의 18.4%에 이른다는 게 사측 주장이지만 노조는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설령 사측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평균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 쓰는 데 그쳤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만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다. 만도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에 브레이크와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만도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공장 외주화 철회 등을 요구해 왔던 만도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4일부터 잔업·특근 거부, 지난 3일부터는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사측은 27일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최대 쟁점은 지난 5월 파산한 깁스코리아의 인수 문제다. 깁스코리아는 알루미늄 주조품을 만드는 만도 원주 사업부였는데 1999년 미국 깁스에 팔렸다가 파산했다. 금속노조 깁스지회는 만도지부 산하 조직으로 노조는 사측에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참세상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임단협 사항이 아니므로 불법 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깁스 인수를 요구한 사실이 없는데 사측이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이 만도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만도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절차를 밟았다. 진짜 문제는 직장폐쇄의 방식이다. 직장폐쇄는 파업에 맞서 사측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만도의 경우는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측은 교섭을 해태하고 일방적으로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한 파업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직장폐쇄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수준 낮은 노동관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 파업을 비난하면서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성기업의 평균 연봉은 4500만원 수준이었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8년차 생산직의 연봉이 2160만원 수준이었고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장기 근속자는 5명 밖에 안 됐다.

보수·경제지들은 훨씬 못 받는 비정규직도 있는데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논리로 귀족 노조를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 신문들은 이들 공장의 노동자들이 낮은 기본급에 과도한 잔업과 특근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빠뜨린다. 이들 신문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선택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안겨주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원 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액 연봉은 과도한 잔업과 특근을 강요하는 기형적으로 낮은 기본급 비율 때문에 가능하다”면서 “해법은 기본급을 늘리고 야근과 특근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 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 원장은 “핵심은 임금 감축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면서 “귀족 노조의 권익이 향상돼야 사회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권익이 더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많이 받는 이들의 연봉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만도는 귀족노조가 아닐뿐더러, 설령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파업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측의 폭력적 직장폐쇄와 경비용역 투입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받아쓰기에 급급한 언론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