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망해가는 신문사들 사들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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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갑부 워렌 버핏이 이끄는 자산운용회사 버크셔 헤서웨이가 지난 5월, 미디어제너널그룹 소유의 지역 신문 63개를 1억4200만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 특히 지역 사회에서 신문만큼 중요한 매체는 없다. 신문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신문은 다른 미디어보다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뉴욕타임즈의 전면 유료화 이후 1년, 디지털 구독자 수가 4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지 뷰와 광고 수익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영업이익도 10% 이상 늘어났다. 뉴욕타임스는 무료 제공 콘텐츠 수를 초기의 20개에서 올해 4월부터 10개로 줄였다. 무료 제공 콘텐츠 건수를 줄인 후 유료 구독자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TV 스팟광고와 후원 프로모션 등 지속적인 캠페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뉴스마케팅협회 총회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수익모델에 대한 논의가 쏟아졌다. 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 언론의 디지털 구조조정 실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종이신문이 독자를 잃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빈도와 강도가 위축되고 있을 뿐”이라며 “퀄리티 저널리즘이야말로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궁국의 이용자 경험”이라는 결론을 끌어낸다.

뉴욕타임즈의 온라인 유료화 장벽 전략을 설계한 맥킨지앤컴퍼니의 마이클 램 사장은 스폰서십 판매 모델을 개발하라고 제안했다. 이벤트를 중심으로 기업의 스폰을 받으라는 이야기다. 독창적인 콘텐츠 카테고리를 개발해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고 하나의 주요 이벤트 앞뒤로 작은 이벤트를 넣어 독자의 참여율을 높이라는 제안인데 스폰서 기업에게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광고효과를 수치화할 필요도 있다. 언론사 사이트 방문자 기록은 허수가 많다. 어떤 기사를 읽고 어떤 광고를 클릭했는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알 수가 없다. 램 사장은 “우리 콘텐츠와 경험의 어떤 부분이 스폰을 받을 만한지, 어떤 카테고리에서 고객들의 소비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우리 고객들 중에 어떤 이들이 콘텐츠에 값을 지불할 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라”고 제안했다.

디지털퍼스트미디어의 존 패튼 사장은 “아직도 사람들은 종이신문 광고를 가장 신뢰하고 있으며 모바일 광고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다”고 주장했다. 맥킨지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이용시간 당 수익에서 종이신문이 1.0달러로 가장 높았고 온라인은 0.15달러에 그쳤다. 종이신문 이용시간은 0.4시간으로 온라인 이용시간 0.8시간의 절반이지만 이용시간당 수익은 6배를 웃돌았다.

맥킨지앤컴퍼니는 “이용자들이 종이신문에 더 큰 대가를 지불한다는 의미”라며 “종이신문의 프리미엄을 인정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과 독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라는 이야기다. 종이신문 독자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독자를 철저히 분석하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라는 조언이다.

미디어컨설팅업체 치숌그룹의 독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은 온라인 뉴스 보다 50배 이상의 영향력을 보인다. 종이신문의 독자는 하루 2.64명인데 온라인 뉴스는 1.28명이었다. 종이신문 독자들은 한 번 읽을 때마다 36페이지를 읽지만 온라인 뉴스 독자들은 3.46페이지만 읽었다. 한 달 평균 종이신문은 1521페이지, 온라인 뉴스는 27페이지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섣불리 종이신문을 사양산업으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치숌그룹의 컨설턴트 짐 치숌은 경영이 어렵다고 종이신문의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0% 인상과 5% 구독부수 감소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구독료 수익은 4.5% 늘었지만 광고수익은 3% 줄어들었다. 신문사의 수익구조가 구독료보다 광고수익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순이익이 2.5% 줄어들었다. 독자 수를 유지하되 디지털 구조조정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모색하라는 지적이다.

구글의 뉴스 콘텐츠를 총괄하는 리차드 깅그라스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하나의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원 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뉴스를 소비할 때도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기 보다는 하나의 사이트에서 필요한 기사를 한꺼번에 읽는 경향이 있다”는 대목은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소비가 집중되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깅그라스는 “언론사들이 모여 통합 사이트를 구축하고 특정 뉴스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즈의 캐시 톰슨 사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 소비자들은 심각한 주의력 결핍 상태가 될 것이며 이른 바 한입 뉴스(bite-sized news)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깅그라스는 컴퓨터 시스템 저널리즘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진 프로그램을 이용해 과거의 모든 관련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며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종이신문의 강점인 깊이 있는 탐사보도와 구글에서 제공하는 퓨전 테이블, 쿼리 스트링과 같은 프로그램이 결합하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독자들을 껴안으려는 시도도 다양했다. 워싱턴타임즈는 독자 조사결과 보수적 정치 성향의 중장년층이 주요 독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뚜렷한 보수적 논조로 전환해 온오프라인 독자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으로 성공한 경우다. 고급스럽지만 차갑고 따분하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젊고 산뜻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확대했다.

LA타임즈의 실험도 흥미롭다. 어떤 동기가 있을 때 뉴스를 공유하는지 설문을 했더니 47%의 독자들이 “이 뉴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라고 답변했다. 온라인 뉴스에 구독료를 지불할 수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좋은 탐사보도를 지원하기 위해”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LA타임즈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보다 기자의 개인 계정이 훨씬 더 많은 반응을 끌어낸다는 결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제인스 맥퀴비 디지털 구조조정이 기존의 구조조정보다 훨씬 강력한 파급력을 보인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구조조정의 비용은 과거의 10% 수준인데 적용 가능한 대상은 10배나 많아 결국 100배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하려면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변화에 성공한 언론사들은 독자들에게 해답을 묻고 방향이 결정되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너도나도 종이신문의 위기를 말하지만 살아남는 신문사들도 있다. 독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필수다. 독자들은 좋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디지털 구조조정을 이끌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의 질문이 남는다. 혁신에 성공하는 신문사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쥐겠지만 그렇지 않은 신문사는 향후 10년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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