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기자들보다 당신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3, 2012

대통령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출마 시점이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안철수 원장이 바짝 그 뒤를 따라붙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안 원장은 도대체 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 만약 출마 선언을 한다면 언제쯤일까.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의 진행자 김종배씨는 늘 뉴스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뉴스는 누구나 읽지만 뉴스에 담긴 팩트를 해체해서 팩트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실체를 다시 구성하라고 조언한다. 김씨는 최근 출간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에서 “내밀한 정보나 해박한 식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면서 “언론 보도를 상식에 입각해서 따지고 논리에 기반을 두어 살피라”는 분석적 신문읽기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6월14일부터 2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김종배씨의 분석적 뉴스 읽기 특강 가운데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이하 존칭 생략.)

얼마 전 한 신문이 안철수가 부산대 강연에서 출마 선언을 할 거라는 보도를 내보낸 적 있다. 어떤 신문은 안철수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낚시 기사지만 그런 기사를 읽으면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종배는 “안철수는 그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할 수가 없다”고 단정 짓는다. 왜냐. 정치에는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다. 전당대회나 경선 같은 큰 이벤트가 있으면 지지율이 덩달아 치솟는다. 그러나 정당 지지기반이 없는 안철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대선 경선에 들어가는 건 올림픽이 끝난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다. 그럼 그 컨벤션 효과가 10월 말까지 지속된다. 안철수는 그럼 언제 나설 수 있을까. 김종배식 뉴스읽기에 따르면 이미 해답은 나와 있다. 안철수는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언젠가 한 신문에 안철수의 아버지의 인터뷰가 실린 적 있다. “우리 아들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김종배는 상식적인 추리를 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민주통합당이 8월 중순부터 경선을 시작하는데 그 이전에 출마를 선언하면 입지가 좁아진다. 입당을 하거나 말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입당을 하지 않으면 경선 후보들의 타깃이 된다. 경선 주자들이 자신들의 선명성을 드러내려고 안철수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가 굳이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종배의 설명이다.

반대의 가능성은 없을까. 이를 테면 문재인·손학규 등 유력 주자들이 안철수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없나. 김종배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민주통합당 기층에 깔려 있는 상실감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불임정당에 대한 불안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봐라. 나중에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당장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안철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단독으로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결국 안철수는 민주통합당 경선 막바지, 9월이나 돼야 대선 출마를 하게 될 거라는 게 김종배의 전망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어떤가. 기대했던 이야기가 안 나오니까 답답해 한다. 곰탕 이야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김종배가 보기에 안철수 입장에서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언론의 관심이 식을만 하면 툭툭 기사거리를 던져주고 정치 이벤트를 만들면서 뉴스의 중심에 서 있으면 된다.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지지율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배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에서 “뉴스의 의미는 뉴스에 담긴 사건의 실체 그 자체”라고 규정한다. 뉴스의 의미는 뉴스의 의도이고 목적이다. 김종배는 뉴스가 전하는 사건의 맥락과 구조를 먼저 살핀 다음 그 결과를 뉴스에 대입하는 방법을 사안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뉴스의 경향성을 씨줄로 삼고 뉴스 속 조각 팩트를 날줄로 삼아 큰 그림을 그리라는 이야기다.

김종배는 팩트와 본질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지는 않은지 합리적으로 의심하라고 강조한다. 전혀 별개의 팩트들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묶여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보고 보잘 것 없는 팩트 하나가 거창한 주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김종배는 “합리적 의심만 품는다면 뉴스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뉴스의 정합성을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사는 팩트로 구성된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A와 B와 C라는 사실이 엮여서 만들어지는데 개별적인 팩트가 조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팩트를 조합해서 기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기사를 보면 안 된다. 기사를 구성하는 팩트를 해체하고 기사의 메시지를 그냥 주어먹으려 하지 말고 각각의 팩트를 따로따로 떼어낸 다음 그런 팩트들이 제대로 조합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게 뉴스 분석의 기본이다.”

“이를 테면 종북 논란이 한창인데 언론에서 민주혁신당 사건을 이야기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종북이라고 비난한다. 그럴 때 그 연결고리를 살펴보자. 이석기·김재연이 민혁당 활동을 했나. 그게 아니라면 그 지점에서 논리적 비약을 읽어내야 한다. A와 B라는 개별적인 팩트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장난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런 작업을 통해 사안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지만 훈련을 해야 한다.”

“정치 시즌이다 보니 기자들이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솔직히 요즘 기자들 한심하다. 대부분 질문이 이게 뭐에요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기자들이 없다. 백지상태에서 받아 적으려고만 한다.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답변도 구체적이다. 뉴스를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먼저 해체한다는 거다. 팩트 검증을 해야 하고 팩트가 관계를 맺는 논리 구조를 검증하라는 거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가. 별로 어려울 거 없다.”

김종배는 옳든 그르든, 틀릴 수도 있지만 추리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시각이 날카로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적중률이 100%가 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의심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검증을 하라는 이야기다. 언론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뒤집고 A와 B와 C를 해체하고 거꾸로 추적하고 사실을 추려서 다시 꿰어 맞추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과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이 일본 기자와 인터뷰에서 “천안함은 북한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있었다. 김종배는 이 기사를 읽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망명 상태에 있는 김정남이 어떻게 이런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 당연히 의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막연한 문제의식, 상식적인 의문,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조선일보 기사는 황당무계한 오보로 밝혀졌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 암살조를 보냈다는 기사도 이런 엄청난 기밀 정보를 왜 언론에 먼저 흘렸는지를 의심하는 게 우선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에서 관봉 5천만원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는데 현금 2천만원 이상의 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에 통보하게 돼 있다. 검찰이 그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런 의문을 갖는 기자들이 없었다.

김종배는 “이게 무슨 엄청난 고급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최소한의 상식적 의문조차 제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기자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팩트를 캐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팩트 전달만으로는 변별력이 없다. 김종배는 “언론의 본질은 사실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내재된 사회적 의미를 발견해 끄집어내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원을 만나고 자료를 받고 멘트를 따고 팩트의 최전선에서 뉴스를 가공하지만 오히려 한 발 물러나 있는 독자들이 훨씬 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게 가능하려면 팩트에 매몰되지 않고 사건의 맥락과 구조를 읽고 팩트를 다시 구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 번에 본질을 꿰뚫을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문하는 과정에서 실체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게 김종배가 오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다.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출신의 김종배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10년 넘게 ‘뉴스 브리핑’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알 수 없는 이유로 하차했다. 방송을 떠난 뒤에는 팟캐스트 ‘이털남’ 진행자로 변신, 오히려 더 치열한 저널리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시사평론가가 넘쳐나는 시대에 내 머릿속엔 늘 김종배만 떠오른다”면서 “다른 사람 좀 찾아보라는 타박을 받으면서도 그에게 매달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