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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순간.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20, 2012

저녁에 이강택 위원장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KBS 시절 그는 광우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유전자 조작식품 등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정의감 넘치던 PD였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여의도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21일째 단식투쟁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덩치도 크고 호탕하게 생긴 양반이 헬쓱해져 있는 걸 보니 짠하기도 하고 그동안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의 빚이 남았습니다.

엄혹한 시절이라 여기저기서 단식투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식투쟁은 정말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입니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을 때 찾아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굶으면 학실히(확실히) 죽는다”고 말했다고 하죠. 최 대표는 이 말에 화들짝 놀라 열흘만에 단식을 접었습니다. 보통 결의가 아니고서는 일주일 이상도 버티기 어렵다고 합니다. “소금통에서 내장을 모두 토해버린 달팽이 같다”는 표현도 있었죠.

이렇게 절박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정말 둔감한 것 같기도 하고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요. MBC 파업이 곧 150일이 됩니다. 밥을 끊는다는 점에서 파업(무노동무임금)과 단식은 비슷하기도 합니다. 가치를 위해 싸우지만 현실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죠. 연약한 육신을 이겨내는 것처럼 말이죠. 지켜보는 사람들도 괴로운데 당사자들을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울까요.

아래는 오늘자 미디어오늘 사설입니다.

단식투쟁을 하던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8일 병원에 실려 갔다. 단식 21일째.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 낙하산 사장 퇴출, 해직 언론인 복직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여의도 문화공원 ‘희망캠프’에서 단식농성을 계속해 왔다. 탈진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 온 이 위원장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건강이 크게 악화돼 아직 면회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식투쟁은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소통 방식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가장 극단적인 저항의 방식이다. 음식을 끊고 일주일이 지나면 내분비 계통에 이상이 생기고 전해질 불균형과 영양 결핍이 지속되면서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단식하는 기간의 세 배 이상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상회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자칫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에도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단식을 중단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다. 이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순간”이라며 “목숨을 버리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여의도 희망캠프에서는 200여명의 언론인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초장기 파업이고 파업 참가인원이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취재 현장을 뛰어다녀야 할 기자와 PD들이 광장에서 풍찬노숙하며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작 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5개월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MBC는 물론이고 파업에서 복귀한 KBS에서도 이 위원장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단 한 줄의 기사도 싣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 위원장이 “기사 한 줄, 카메라 한 대의 절실함을 깨달았다”고 했을까.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언론 자유도 그 가운데 하나다. 낙하산 사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비판 언론인들을 퇴출시켰다. 징계와 처벌, 소송을 남발하면서 언론인들의 자기검열도 확산됐다.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자본과 결탁하면서 뉴스가 사라졌다. 정보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뉴스는 축소되거나 왜곡되거나 은폐된다. 이명박 정부 언론 장악의 참담한 결과다.

MBC와 KBS, 연합뉴스, YTN, 부산일보, 국민일보의 기자와 PD들이 떨쳐 일어난 것은 아직 이들에게 언론인으로서 사명과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목숨을 건다는 건 공연한 수사가 아니다.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면 세상의 무엇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지금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다. 이 싸움은 결국 이기게 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모양이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민심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다. 온갖 징계를 퍼부어도 파업 대오는 아직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정치권에서도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몰락이 머지않았지만 지금 이 투쟁은 이명박이라는 시한부 권력과의 투쟁이 아니다. 언론 자유를 되찾고 빼앗긴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비장한 투쟁이다. 언론을 장악하고 비판을 억누르고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역사적 교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싸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바야흐로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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