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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리스와 세계 경제의 운명이 갈린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7, 2012

그리스의 총선 결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국회의원 2차 선거가 치러지고 공식 집계는 저녁 9시부터 공개된다. 최종 개표결과는 18일 오전 5시께.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8일 오전 11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총선이 중요한 것은 1차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신민주당에 뒤쳐졌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다수당이 될 경우 구제금융 전면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총선 직전 2주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분위기 파악이 어렵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차 총선 이후 빨라졌던 그리스의 예금인출 속도가 최근 더 빨라져 12일에는 하루 5억~8억 유로가 인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급등을 우려해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른바 그렉시트(Grexit)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징후로 해석하는 관측도 있다.

예측이 엇갈리는 건 최근 스페인이 1천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민심이 신민당과 사회당 연합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시리자의 공약이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리자는 20대와 30대에서 60% 이상의 지지율을 끌어냈다. 2차 선거에서는 40대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시리자의 지지율이 1차 선거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당까지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권자들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시리자 역시 한때 유로존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지금은 유로존 잔류 쪽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어느 당도 단독으로는 과반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 초박빙의 승부에서 어느 당이 연합정부 구성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유럽의 파트너들이 구제금융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빚을 갚는 걸 멈추고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치프라스는 “우리가 뭘하든 모든 게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자가 유로존 나라들을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시리자는 구제금융 대가로 약속한 15만명의 공공부문 감원, 민간부문 임금 삭감 등의 조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자는 유로존에 남아 구제금융을 받되 구조조정은 거부한다는 입장인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존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시리자의 벼랑 끝 전술을 마냥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는 “그리스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리스 국민들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는 데 찬성하는 정당과 함께 유로존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시리자에 대항하라”고 촉구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시리자는 “그리스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전례가 없는 무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고 그리스 여론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유주형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스페인의 조건 없는 구제금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최대 변수”라며 “현재로서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이후 시리자가 재협상의 명분을 얻었다는 시각이 우세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주당이 사회당 또는 독립당과 연합해 신긴축 연정을 구성하거나 시리자가 민주좌파당 등과 연합하여 반긴축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신민주당과 시리자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하고 3차 선거를 치러야 할 경우, 상당기간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발적 채무불이행 사태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뱅크런이 확산되고 그리스 중앙은행이 독자적으로 신용창출에 나서서 사실상 유로존 탈퇴의 수순을 밟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정리하면, 신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시리자가 역전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3차 선거까지 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그리스의 구제금융 수용 여부도 중요하지만 유럽 전반에 경기 둔화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국으로 전염 가능성도 남아있고 본격적인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칫 세계적인 장기 불황으로 발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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