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보드와 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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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NHN 아무개 이사의 제안으로 미디어오늘 사이트를 XE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오픈소스로 만든 언론사 사이트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미디어 모듈을 개발하고 그걸 다시 오픈소스로 풀어 다른 언론사들도 쉽게 사용하도록 하자는 게 처음 발상이었는데 정작 개발사 쪽에서 오픈소스로 푸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개발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요구했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였다.

며칠 전에 미디어오늘 편집국 인트라넷을 만들면서 XE로 사이트를 구축해 봤는데 과거 제로보드 시절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효율적이고 편리하더라. 블로그니 트위터니 소셜 네트워크니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게시판의 역할이 남아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발견이라고 할까.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브레인스토밍, 집단지성을 활성화하는데 여전히 게시판만한 게 없다. 게시판 툴 가운데 XE는 단연 가장 앞선 툴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보자면, 우선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어서(매뉴얼을 보면 더 헷갈린다.) 처음 손을 대면 한참 헤매게 된다. XE는 마치 레고 블럭 같다. 필요한 대로 갖다 꿰어 맞추면 된다. 설치도 매우 쉬워서 FTP를 쓰지 않고도 웹에서 바로 레이아웃이나 모듈, 위젯 등을 클릭 몇 번이면 설치해서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연결 방식을 이해하고 조합하는 방식을 터득하기까지 상당한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

생각보다 기본 레이아웃이 빈약하고 모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쓸 만한 레이아웃은 겨우 두어 개 정도? 레이아웃을 직접 만들거나 소스코드를 수정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하다. XE 사용자가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일까. XE 마켓에서 판매되는 콘텐츠도 상당하다고 하는데 공개된 레이아웃이나 모듈로는 커스터마이제이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픈소스라고는 하지만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지 않기 때문인 듯.

그나마 쓸 만한 모듈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 많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일일이 소스코드를 뜯어고쳐야 한다. XE로 구축한 사이트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듯. 전체적으로 개발자 중심이라고 할까. 툴 자체는 매우 효율적으로 설계돼 있지만 정작 사용자 친화적이지는 않은 듯. 오픈소스의 한계일까. NHN도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듯하고. 파이어폭스가 크롬에 뒤처지는 걸 지켜보면서 드는 아쉬움과 비슷한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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