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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베드로와 7억철, 김재철의 방황.

Written by leejeonghwan

May 29, 2012

김재철 MBC 사장이 서울 마포구 만리동의 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한 시사주간지 기자를 마주쳤다. 이 기자가 “김재철 사장 아니세요?”라고 묻자 김 사장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라고 세 번이나 부인한다. 김 사장은 김베드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성경의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뒤 닭이 울자 땅을 치며 후회를 했다는데 김 사장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뒤에도 별다른 감상이 없는 모양이다.

며칠 뒤 김 사장은 역시 만리동의 목욕탕에서 한 일간지 기자를 맞닥뜨린다. “보는 눈이 많아서 여의도 근처의 사우나는 가지 못한다”는 김 사장은 기자에게 “노조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아내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김 사장은 “PD수첩 ‘4대강의 비밀’ 편에 ‘내 의견은 이렇다’ 정도의 이야기는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압 의혹을 시인한 셈인데 “내가 사장인데 의견은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평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김 사장의 표현대로 그는 요즘 ‘동가식서가숙’하고 있다. 최근까지 만리동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두고 있다가 동선이 드러나자 요즘은 호텔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근무시간에 공원 벤치나 목욕탕을 전전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파행방송이 벌써 다섯 달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사장이 직원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다.

김 사장은 이미 사장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 뜨거운 추문에 휘말려 있다.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그가 쓴 법인카드 결제금액이 6억9천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7억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여성용 화장품과 핸드백을 사고 여성전용 피부 마사지 업소에서 결제한 내역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금액인 데다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 사장은 배임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무용가 정명자씨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의혹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김 사장이 울산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무렵부터 정씨가 출연하거나 기획한 공연을 후원한 게 무려 27건, 확인된 금액만 20억원을 훌쩍 넘는다. 김 사장은 “정 선생은 일본에 계신 동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으로서 춤과 연기, 노래 등을 아우르며 종합적인 연출력까지도 겸비한 분”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둘의 사이는 단순한 후원 관계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에는 김 사장과 정씨가 수도권의 아파트를 나란히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사장의 아파트와 정씨의 아파트는 바로 이웃이었다. 두 사람은 부동산 중개업소에 함께 찾아와 계약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는 김 사장이 정씨에게 밀어준 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으며 서류상으로는 정씨의 명의로 돼 있지만 김 사장 소유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김 사장의 혐의는 배임을 넘어 횡령이 된다.

정씨의 오빠가 MBC 직원들도 모르는 MBC 동북3성 대표라는 직책을 맡아 월급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이일까. 정씨의 집 근처 식당에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집중돼 있다거나 정씨의 공연 스케줄과 김 사장의 출장 스케줄이 겹치는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김 사장이 동가식서가숙하면서 세상의 눈을 피해 다니는 동안 의혹은 심증으로 굳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손을 놓고 있다. 일부 이사들이 김 사장 해임안을 내놓긴 했지만 번번이 부결됐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방송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는 동안 방송은 파행을 넘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퇴근길에 노조와 충돌해 부상을 입었다”며 뉴스 진행에서 하차했던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거짓말이 탄로난 뒤 버젓이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 9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김 사장을 만나러 방문했을 때 사장실 문이 닫혀 있었다. 김 사장이 사장실 안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MBC는 9시 뉴스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사장실에 난입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김 사장은 노조의 대화 요청은 물론, 방문진의 출석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마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의 마지막 사명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김 사장은 이미 공영방송 사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낙하산 사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지만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이고 난 뒤 ‘좌파 대청소’를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부터 일찌감치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지킬 명분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힘들게 숨어 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추한 꼴을 보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아직 남아있다면 그의 자존심을 지킬 마지막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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