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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선거복합체, 방치하면 민주주의는 끝장이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y 21, 2012

[인터뷰]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75)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언론계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195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파리 특파원과 외신부장, 출판국장, 편집국장을 지냈고 논설위원과 문화사업국장을 거쳐 1995년에 퇴직했다. 군부독재에 백지광고로 맞섰던 시절부터 동아투위 사태를 견뎌내고 조중동이 한 묶음으로 매도되는 최근까지 동아일보의 영욕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겪어온 셈이다. 2005년 초대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김중배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함께 언론광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장 대표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수언론과 거대자본의 선거복합체를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카르텔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장 대표의 지적이다.

– 저널리즘의 실종 현상이 심각하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파이시티 인허가 특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파편화된 채로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사회비판 의식이 사라지고 가십성 연성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싸우는 기자들이 줄어들고 탐사보도도 사라진지 오래됐다. 저널리즘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좋은 언론이건 나쁜 언론이건 언론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단 뉴스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으니까.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특종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신문들을 좋은 언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언론을 평가하는 척도는 민주주의를 얼마만큼 진전시키느냐,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치권력에 반영시키느냐에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면 좋은 언론이 아니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 언젠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언론과 보수정권의 선거복합체가 완성이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보수언론이 기득권과 결탁해 여론을 호도하고 어젠더를 왜곡시켜 보수정권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에도 뉴욕타임즈나 LA타임즈 같은 좋은 신문들이 있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기독교가 주류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가 그걸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토마스 프랭크에 따르면 이건 계급배반일 뿐만 아니라 자학행위, 자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 조중동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보다 7배 이상 발행부수가 많다. 보수언론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박정희의 향수가 진보적 가치를 잠식하는 이런 문화적 퇴행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게 바로 미국의 기독교 보수가 집권하는 원리다. 정치 이야기는 안 한다. 이를 테면 낙태를 금지하자고,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득권의 논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회의원 의석 수를 이용해 법을 만든다. 국민들을 속여서 당선된 다음에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쏟아낸다. 그게 선거 복합체가 작동하는 원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금융산업 분리 완화 같은 정책을 선거 이슈로 내걸지는 않는다. 선거할 때는 정치 이슈는 빼놓고 가치를 내건다. 이를 테면 기독교적 가치, 생명 중시 같은 것, 요즘 미국에서 이슈가 되는 동성애 반대 같은 것들.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데 앞장선다다. 가치 대결이 사라지고 감성 정치가 판을 친다. 선거 복합체가 시스템화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웬만한 큰 언론을 다 잡고 있었다. 상업방송 사주들이 사르코지와 의형제나 마찬가지였다. 공개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친구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사르코지가 재선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사르코지의 낙선은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구독자 수는 적지만 좌파 신문들이 살아있다. 르몽드는 발행부수가 30만 밖에 안 된다. 리베라시옹은 더 적다. 그렇지만 신뢰도는 높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우파 신문의 공세가 통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보수언론이 아무리해도 안 통할 정도로 확산된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의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 뉴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고 그만큼 방송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도 같다. 지난 총선 결과에 반영된 민심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다시 그래서 문제는 민주주의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다수의 국민을 대표하는 정권이 아니고 소수의 특권을 강화하는 정권이 탄생한다. 민주주의가 과두정치로 변질된다. 조중동은 말이 언론이지 사주들의 기업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같은 사람들이 여론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든다. 소수가 다수의 여론을 조작하는 거다. 권력감시가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기능을 할 때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권력에 불리한 것을 보도하지 않거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 언론은 미국의 폭스뉴스처럼 변질되고 있다. 언론을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느냐, 그리고 언론의 윤리를 지키느냐. 한국 언론은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서 창피한 줄은 모른다. 언론도 기업인데 돈 벌어야 월급도 주고 하겠지. 그게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있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해 언론의 윤리가 두 번째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그 순간부터 언론은 끝나는 거다.”

– 이번 선거에서도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카르텔이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편이 출범할 때 여론 다양성이 깨진다고 우려했는데 며칠 전에 보니까 동아일보에서 채널A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기사를 한 바닥 썼더라. 채널A에서는 다시 동아일보 기사를 받아쓰고. 자사 이익을 위해 지면을 내주고 재벌 칭찬이나 하고 신문과 방송이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돌아가는 건데, 이게 선거 때는 선거복합체로 나타나고 선거 이후에는 보수 기득권 계급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실제로 효과가 컸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니 방송이 변질됐고 종편이라는 떡밥을 던지니 신문이 줄을 섰다. 언론인들을 법정에 세우니 정치권력의 눈치를 봤다. 언론자유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파시즘에서 제일 강조하는 게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파시즘과 다를 바가 없다. 방송 파업이 100일이 넘었는데 이런 비상상황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론에 개입하는 게 안 좋다고 한다. 짚고 넘어갈 건 언론은 민간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살리고 죽이는 엄청난 사명을 다해야 하는 공적인 기업이다. 그런데 상관 없다고? 우리는 흔히 공적인 걸 사적인 걸로 혼동하는데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착시현상이다. 언론도 기업일 수 있지만 기업이 언론이 될 수는 없다. 언론자유를 보장하라는 건 언론자유를 실현시키라는 말이다. 언론자유가 지켜지지 않을 때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냥 언론도 아니고 공영방송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을 반대하는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몰라라 할 수가 있나. 이건 직무유기다. 심각한 상황이다.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다.”

– 방송파업이 10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데 낙하산 사장들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사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기도 하다. 방송파업의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국회의원들이 조중동과 보수언론을 무서워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종합편성채널이나 미디어렙 관련법안 통과시킬 때 떠올려 봐라. 국회의원들 한 명도 제대로 나서서 비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보수언론을 비판했다가 집중공격을 받고 낙선했던 정청래 전 의원(당선자)이 대표적일 텐데 언론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 같다.”

–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이 문제가 되는데 사실 낙하산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지 않았나.
“KBS 정연주 전 사장과 김인규 사장의 차이는 뭘까. 처음에 박권상씨를 임명했다가 반대가 심하니까 정연주 사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정 전 사장은 적어도 대선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었다.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많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인데 언론도 권력이라고 본다면 언론사의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권력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은 누가 됐든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KBS 사장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꿔서 파면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앴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전 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만약 방송법을 바꾼다면 파면권을 명확하게 규정하되 엄격한 조건을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 권력의 압박도 문제지만 자본에 예속되는 현상도 심각한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적인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건데, 그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우리는 그걸 쉽게 잊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를 부인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평등을 해치거나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면 그건 당연히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 언론의 역할이 환경감시와 권력비판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틈을 타서 부정과 부패, 권력 남용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권력과 자본에서 진정 자유로운 독립언론이 가능할까.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비영리 언론이 필요하다. 비영리 언론을 지원하는 공적기금 같은 걸 만들 수도 있고 양심적인 자본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기부나 후원 모델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도 광고를 수익모델로 하는 이상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이 언론을 흔드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건 모든 언론이 함께 싸워야 할 문제다. 이를 테면 조선일보가 삼성에게 한겨레를 탄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본분을 지키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 위키리크스가 폭로 문건을 뉴욕타임즈와 가디언과 슈피겔에만 줬는데 이 신문들은 모두 좌파신문이다. 왜냐, 그나마 좌파신문들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윤리를 지키는 우파신문이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그렇지만 영국에서 뉴스오브더월드가 도청 사건을 일으켰을 때 좌우 떠나서 모든 언론이 이 신문을 거세게 비판했다. 저런 놈들은 언론이 아니다, 그런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언론의 상호 비판이 필요하다. 동업자 윤리를 깨야 한다. 사이비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논조와 지향은 다를 수 있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거짓을 말하는 언론은 좌우를 떠나 비판 받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민주주의의 문제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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