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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꼭 주식회사일 필요가 있나.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30, 2012

(반 년쯤 전에 미디어오늘 사설로 썼던 글인데, 마침 얼마 전에 협동조합 기본법도 발효되고 했으니 협동조합형 언론을 비롯해 자본에서 독립한 다양한 대안 언론의 실험을 해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뒷 부분에 좀 더 추가·보완하려고 드래프트로 남겨뒀다가 이제서야 발행합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6년 동안 편집국장을 맡아왔던 폴 스타이거가 사표를 냈다. 2007년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떠난 그는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신문 프로퍼블리카를 창간한다.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공익 저널리즘을 만들겠다는 공고를 내자 800여명의 전현직 언론인들이 몰려들었다. 탐사보도가 사라진 시대, 이 새로운 대안언론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기부도 쏟아졌다.

폴 스타이거는 “언론과 자본의 결탁은 언론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시절) 직접 광고 영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면제작 과정에서 광고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프로퍼블리카를 창간한 뒤 “나는 회사의 수입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발행부수나 광고매출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퍼블리카는 100% 독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정부지원이나 기업광고는 전혀 받지 않는다. 비판 대상이 될 정부와 기업에 수익을 의존한다면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2명의 기자들이 쓴 기사는 1년에 120여건, 기사 한 건에 길게는 2년 이상 취재를 하고 수백명씩 인터뷰해서 웬만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기사를 쓰기도 한다. 비슷비슷한 뉴스는 과감히 포기하고 양보다는 질, 철저하게 발굴 특종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돌아보자. 탐사보도의 퇴조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비슷비슷한 차별성 없는 뉴스가 범람하는 가운데 온라인 트래픽을 끌어들이기 위한 낚시 기사와 선정적인 연성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광고와 구독료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면서 언론과 자본의 결탁이 환경감시와 권력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구대 김성해 교수 등은 최근 펴낸 ‘저널리즘의 복원’에서 비영리 언론을 저널리즘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20세기 초반 광고와 구독료에 기반을 둔 상업 모델이 당시 언론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였던 정파성과 선정성, 비전문성을 극복하기 위한 진보적 실험이었던 것처럼 최근 논의되고 있는 비영리 모델 역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상업 모델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영리 언론은 저널리즘과 관련된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주주에게 배분하거나 언론 이외의 사업에 활용하는 대신 그 수익을 뉴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편집국 인력을 충원하는 데 재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비영리 언론은 상업적인 주류 언론에서 배제된 탐사보도와 국제보도, 교육과 보건, 이주민, 교통, 환경, 범죄, 빈곤,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지역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열악한 비즈니스 모델에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사실상 비영리 언론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주식회사 시스템에 갇혀 있으면서 생존논리에 함몰되는 현실을 돌아보면 다양한 발전적인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투명한 조직 운영과 개방적인 지배구조,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활성화하고 세제혜택과 정부지원을 병행하면서 광고 의존도를 낮춰나가는 모델도 가능하다.

‘프레스 펀드’ 같은 공적 자금을 조성해 비영리 언론으로 전환을 지원하거나 창업 시드 머니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실직 상태에 있는 전문직 언론인들이 미디어 벤처를 설립하도록 기술적 제도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복수의 비영리 언론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차별적인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디어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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