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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8, 2012

‘마르크스의 용어들’ 가운데. 엠마뉘엘 르노 지음.

헤겔의 외화와 소외 개념은 각각 대상화와 동반하는 또 다른 생성과 환원 불가능한 타자성으로 인해 자기에게 낯선 생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다음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개념들이 갖는 그러한 뉘앙스를 무시해버린다.

“소외는 외화의 실천이다. 종교적 편견에 젖은 인간은 자기를 하나의 낯선 존재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대상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는 헤겔의 외화 개념을 자기실현과 자기정복에 불가피한 운동으로 보존한다.”

소외개념에 대한 마르크스의 독특한 이해는 전도된 의식으로 종교를 해석하는 포이어바흐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자신을 규정하는 무한한 술어들을 소유하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유한하다고 믿으면서 이 술어들을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부여하고 스스로를 이 존재의 단순한 피조물로 생각한다.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마르크스가 사용하는 소외 개념은 바로 피조물에 대한 조물주의 박탈과 지배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노동이 생산하는 대상, 그것의 생산물은 낯선 존재로서, 생산자와 독립된 힘으로 그의 앞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러한 노동의 실현은 노동자에게 있어 현실의 상실, 대상의 상실로서 대상화, 소외로서 전유, 외화로 나타난다.”

마르크스의 혁신적 시각은 그가 종교적 소외를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 정치적·사회적 소외로 그리고 ‘경제학-철학 초고’에서 철학적·경제적 소외로 대체한다는 데 있다. 소외는 더 이상 의식과 대상과의 관계가 아닌 하나의 실천적 관계를 나타낸다. 이로부터 소외를 “외화의 실천”으로 정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르크스의 사유가 발전함에 따라 소외 개념은 그 역할이 두드러지게 달라진다. 우리는 적어도 세 가지 변별적인 쟁점으로 이를 구분할 수 있다. (a) ‘헤결 국법론 비판’과 ‘유태인 문제’, (b) ‘경제학-철학 초고’, (c) 정치경제학 비판에서의 소외 개념, 그런데 소외 개념은 처음 두 시기에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 소외 개념에서 마르크스의 고유한 의미는 무엇보다도 1843년부터 전개되기 시작한 정치 비판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포이어바흐의 종교 비판이 여기에서 정치 비판으로 자리바꿈한다. 소외와 해방이라는 개념 쌍에 의해 결정되는 쟁점에서 마르크스가 행하는 정치 비판은 무엇보다도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비판이다. 마르크스는 “추상적으로” 남아있는 정치적 해방의 불충분성을 부각시키려고 하는데, 왜냐하면 정치적 해방이 인간의 사회적 현존의 여러 측면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분리된 형태(국가)와 지배적 형태(법과 헌법의 지배) 하에서 대상화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종교적으로 대상화하는 포이어바흐적 의미와 비교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이 정치 비판에서 포이어바흐적 관점과 상충하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을 최초의 대중적 자유의 긍정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진보로 이해한다. 정치적 소외는 인간 현존의 근본적인 측면의 상실이 아니라 그 정복이며, “정치 해방”의 “인간 해방”으로의 전환을 통해 “완성되는” 해방의 첫 단계로서, 분리된 형태(국가) 하에서의 “자유의 정복”으로 파악된다.

(b) 마르크스는 ‘경제학-철학 초고’에서 소외와 전유라는 두 개념의 문제 틀에 입각하여 포이어바흐의 종교 비판을 경제 비판으로 대치한다. 마르크스는 소외된 노동이 인간의 본질적 힘(능력)을 박탈하고 이 힘을 독립적이고 지배적인 대상성(자본)으로 전환시켜버린다고 강하게 논박하면서, 코뮌주의의 지평을 이 본질적 힘의 재전유로 정의한다. “인간적 자기 소외인 사유재산의 긍정적인 폐지로서의 코뮌주의, 그것을 통해 인간에 의한 그리고 인간을 위한 인간 본질의 실질적인 정유로서의 코뮌주의.” 생산력으로부터의 소외는 상실과 빈곤으로 간주될 수 있는데, 그러나 이 주관적 빈곤은 소외가 불가피한 하나의 단계로 기능하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는 인간 내부의 부를 산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인간은 절대적인 빈곤으로 환원돼야 할 것이다.”

(c) ‘독일 이데올로기’에서부터 마르크스는 철학으로부터 “나오기” 위해 소외 개념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른다. ‘공산당 선언’은 이 개념을 더 배격한다. 그렇지만 소외 개념은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어로서 기능을 상실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경제학의 비판들, 특히 경제적 관계들의 가상 안에서 본질의 실질적 전도 과정을 진술하는 용도를 보존한다.

두 해석의 전통은 소외의 철학적 중요성을 반박하기 위한 의도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이 개념에서 논점을 끌어낸다. 레닌주의적 마르크스주의는 소외를 착취 및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종속시킴으로써 마르크스 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소외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축소한다. 알튀세르파는 소외가 역사적 유물론적 이해를 위한 기본 테제들과 양립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문제점과 부분적으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경제학-철학 초고’는 소외를 규정된 사회적 관계가 인간을 그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삶으로 이끄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소외 비판은 또한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모든 준거에서 벗어난 하나의 주제를 전개한다. 환원 불가능한 유한성 때문에 현존은 항상 자기가 의존하는 대상으로 자기를 외화시키고 따라서 자기와의 관계는 항상 외화로 매개되며 어떤 조건 하에서 외화는 이러한 자기와의 관계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소외로서 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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