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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미스터리, 언론의 침묵은 직무유기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7, 2012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2년이 지났지만 46명의 장병들을 수장시킨 이 끔찍한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어뢰 추진체를 인양해 공개하면서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과 관련성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고 북한 잠수함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입증할 정황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천안함 침몰사고는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합조단은 천안함의 프로펠러가 왜 안쪽으로 휘어져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어뢰 추진체 안에 왜 가리비가 달라붙어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 설계도는 인양된 어뢰 추진체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고 정작 물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도 조사되지 않았다. 누구도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고 섬광을 봤다는 초병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합조단이 발표한 침몰지점과 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으로 확인한 소멸지점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합조단은 파란색 ‘1번’ 글씨에 대해서도 ‘솔벤트 블루 5’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일치하는 잉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번 글씨가 왜 타지 않았느냐는 과학자들의 질문에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천안함 표면의 비결정질 흡착물질은 인양된 어뢰에 달라붙은 흡착물질과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침몰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지진파는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합조단은 북한 잠수함이 어느 경로로 침투해 와서 어느 경로로 빠져나갔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연어급 잠수정이 침투했을 거라는 게 합조단의 결론이지만 연어급 잠수함의 경우 모선의 지원 없이는 장거리를 이동할 수 없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도중에 모선의 이동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인간 어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의 진상 규명은 과학적 논쟁 이전에 상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함수와 함미 절단면에서 폭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천안함 내부의 폭약은 전혀 터지지 않은 채 발견됐고 사망자들 사인 역시 화상이 아니라 익사였다. 생존자들 가운데서도 고막이 터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뢰설과 좌초설, 기뢰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천안함 침몰 사고의 실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합조단의 설명은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이다.

한편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명예훼손 재판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천안함 사고 직후 해군 작전사령부와 해양경찰 상황실 관계자들은 좌초라고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침몰 직후 17시간 동안 함수가 떠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고 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곳이 천안함 함수나 함미 침몰지점이 아닌 제 3의 지점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서슬퍼런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합리적인 의심조차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언론은 질문하기를 멈췄고 속속 드러나는 새로운 정황 근거에도 침묵했다.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게 맞다면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하고 징계해도 부족했겠지만 이들은 대부분 포상을 받고 승진했다. 이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방관하는 건 언론의 직무유기다.

비밀을 영원히 묻어둘 수는 없다.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도 많고 정황 근거도 충분하다.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북한의 공격인지 아닌지도 밝혀질 것이다.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섣불리 결론을 예단하고 꿰어 맞추기 보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고 추론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다. 그게 고 한주호 준위와 금양98호 사망·실종자들을 포함, 56명 희생자들에 대한 언론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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