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연수, 더 큰 세상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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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어학 연수를 다녀오겠어요.” 지난해 1월, 갑작스러운 선언과 함께 황수경(숭실대학교 4학년)씨가 가족들 앞에 내놓은 것은 1천만원 가량이 저금된 은행 통장. 대학 생활 3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가면서 용돈을 아끼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악착같이 모은 비자금이다.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몰래 일을 꾸밀 수 있었을까. 가족들은 놀라움과 함께 배신감까지 느꼈다. 황수경씨는 그렇게 지난 3년 동안 어학 연수를 준비해왔다.

황수경씨에게 어학 연수는 영어 공부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제 남은 1년을 더 다니고 졸업하면 어디든 들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쉰살 무렵까지는 쉴새 없이 직장에 얽매이게 된다. 어학 연수는 황수경씨에게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지평의 저 너머,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했다.

우리의 사고는 늘 우리의 지평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건너 지평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게으른 우리는 여기 딱딱한 바닥을 딛고 서서 가보지 못한 바다를 마냥 그리워할 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 기꺼이 바다에 뛰어들어 파도를 가르고 헤엄쳐 나가야 한다. 그때 우리의 지평은 비로소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고 우리의 사고는 그 지평의 너머까지 넓어진다.

어학 연수는 더 큰 세상으로 가는 통로다. 그리고 어른이 되기 앞서 마지막으로 주어진 짧은 유예 기간이기도 하다. 굳이 영어 공부를 핑계로 대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나를 벗고 나와 나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 기꺼이 낯선 문화적 충격에 온몸을 내던질 필요가 있다.

사회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영어는 폼으로 배우는 게 아니다. 영어가 당신의 발목을 잡게 될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온다.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언젠가 반드시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영어 잘하는 직장 동료가 무척 부럽고 그만큼 질투도 부글부글 솟아 오른다. 영어 공부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황수경씨는 지난해 꼬박 1년 동안 뉴질랜드로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 눈이 시릴만큼 새파란 뉴질랜드의 하늘 아래서 황수경씨는 1년 동안 아무런 부담 없이 마음놓고 영어 공부만 했다. 황수경씨는 이제 간단한 회화는 물론, 왠만한 외국 영화는 자막 없이 볼 정도가 됐다.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생각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황수경씨는 졸업하고 나면 외국계 정보 기술 회사에 들어가 해외 영업 업무를 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목표가 분명하면 전략도 분명한 법. 지난 1년 동안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역시 이제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영어로 이야기할 때 황수경씨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누구 못지 않게 당당할 수 있고 그만큼 상대에게 호감도 줄 수 있다. 발음도 맑고 정확하다. 영어 회화는 황수경씨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과 한국무역협회 추산에 따르면 2002년 한해동안 해외 유학이나 어학 연수를 떠난 사람은 모두 34만3842만명, 어학 연수만 따로 떼놓고 보면 16만3280명에 이른다. 3년전인 1999년 8만여명보다 무려 두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들이 쓴 비용은 평균 8400달러, 환율 1200원 기준으로 1008만원 정도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2년 4월 1일 기준으로 전국 169개 4년제 일반대학의 전체 재적생 180만8794명 가운데 30.6%인 55만4117명이 휴학 중이다. 휴학 사유로는 군 입대가 32만2297명, 일반 휴학이 23만720명이다.

앞의 두 통계를 모아보면 전체 휴학생 가운데 얼추 절반 가량인 50.7%가 해외 어학 연수를 떠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4년을 기준으로 취업 희망자는 취업 재수생을 포함, 6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얼추 세명꼴에 한명꼴로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고 보면 된다. 이제 어학 연수는 대세다. 큰 흐름에 뒤쳐지고 싶지 않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어학 연수는 한번쯤 다녀오는 게 좋다.

삼성그룹은 2004년부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영어 면접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제 영어 못하는 사람은 아예 지원할 엄두도 내지 않는 게 좋다. 취업 전문 업체인 잡링크가 대졸 구직자 78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대졸자가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은 삼성전자였다. 전체 응답 남성 구직자의 16.2%가 삼성전자를 취업 희망 1순위 업체로 꼽았다.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영어 회화는 기본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등은 면접 때 아예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시킨다. 영어로 된 기획서를 읽고 면접관을 영어로 설득해 수주를 받아내야 한다. 영어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지 않으면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다.

취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LG필립스LCD는 2004년부터 모든 간부급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기로 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구본준 사장이 주재하는 영어 회의에 영어가 달리는 임원들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GM대우나 대우인터내셔널처럼 해외 업무가 많은 회사들도 일찌감치 영어 회의가 일상화됐다.

해외 출장이라도 가는데 통역을 달려주는 경우는 거의 모든 직장에서 없다. 상당히 쪽팔리는 일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도망이라도 다닐 건가. 미국에 전화 한통 못걸어 직장 후배들 보는 앞에서 우물쭈물 개망신을 당할 건가. 회사를 대표해서 나간 협상 자리에서 말귀 잘못 알아듣고 일을 그르칠 생각인가. 이제 영어는 기본이고 영업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은 일본어나 중국어까지 왠만큼 할 줄 알아야 인정과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됐다. 아무리 똑똑하고 일을 잘한다한들 정작 필요할 때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뒤로 엉거주춤 물러난다면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학 연수에서 얻는 것은 영어 회화 실력 뿐만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나라로 훌쩍 떠나 1년 동안 다른 나라 아이들과 함께 부딪히면서 생활한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먼 여행을 떠나 높디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선 것처럼 더 큰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산 아래 있는 사람들은 결코 그 기분을 알 수 없다.

굳이 취업 때문이 아니라도 이제는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 아닌가. 사회에 나가 당신이 무엇을 하게 되든 영어는 당신의 훌륭한 경쟁력이 된다. 또 지금 차가 없어도 앞날을 생각해 운전 면허를 따 두는 것처럼, 그리고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수영을 배워두는 것처럼 영어 회화는 생존의 무기가 된다. 어학 연수는 그렇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통과 의례다.

상자 / 어학연수 어디로 갈까.

남들 다 가는 어학 연수를 혼자서 버티고 안갈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따라나섰다가는 시간과 돈만 버리고 마는 수도 있다. 주위에 둘러보면 1년씩 어학 연수를 다녀오고도 도통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도 꽤나 흔하다.

어학 연수를 가는 곳은 대개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비용이나 환경이 제각각 다르고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학 연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역시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데 있다. 비용은 천차 만별이다. 3주 프로그램에 1200만원이나 하는 호화판 어학연수가 있는가 하면 필리핀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삯 등을 빼고 한달에 50만원 수준, 1년 내내 5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과과정은 어느 나라나 대부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학 부설이나 사설 학원이나 요즘은 거의 모든 어학 연수 프로그램이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로 표준화 돼 있다. 다만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내용과 난이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돈 탓을 할 게 아니라, 얼마든지 공부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학비는 한달 기준으로 학비와 숙박을 포함해 최저 85만원에서 최고 220만원 수준, 상대적으로 학비는 뉴질랜드가, 숙박은 호주가 비싸다고 보면 된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또 한가지 장점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호주에서는 어학 연수를 온 외국인들에게도 일주일에 20시간까지 아르바이트가 허용된다. 학교의 소개를 받거나 현지 지역신문 또는 잡지의 구인 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1년 이상 정규 어학 연수 과정을 듣는 외국인들에게 방학 때만 아르바이트가 허용된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다. 미국이나 영국보다 비용도 적게 들면서 영화 속에서나 보던 물 맑고 공기 좋은 그림 같은 곳에서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

영어를 정말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영어의 본 고장 영국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영국의 사설 어학기관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외국 생활을 계속하거나 외국에서 대학원 등에 진학할 생각이라면 사설 학원보다 비용은 더 많이 들지만 종합대학 부설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대학의 여러 부대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또 전문대학 부설 교육기관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생각만 있으면 여러 자격증 과정을 함께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의 교육기관은 일정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입학 시기가 정해져 있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비용은 한달 기준 100만~200만원 수준.

비용이 부담된다면 가까운 필리핀도 좋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왕복 비행기 삯을 포함, 600만~700만원 정도에 어학 연수를 마칠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하고 게다가 필리핀에서는 소수 정예의 개인 지도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만큼 생활 환경은 열악하지만 미리 작정하고 간다면 아주 못견딜 정도는 아니다.

아래는 어학 연수를 떠날 때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 친구들끼리 몰려가지 마라.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은 곳을 피해라. 자칫 몰려다니는 재미에 영어 공부는 뒷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거면 뭐하려 비싼 돈 들여 외국까지 가나. 절대 우리나라 사람과 같이 방을 쓸 생각은 하지 마라. 이왕 영어 배우러 간 거 전혀 도움이 안된다.

– 언어는 곧 문화다. 하루 아침에 뚝딱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 1년 정도는 돼야 두려움을 털어내고 영어 회화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 저절로 영어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외국에 나가 영어를 듣고 말하면서 생활하더라도 안느는 사람은 도통 안느는 수도 있다.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읽고 쓰고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 영어 회화와 토익은 또 별개다. 문법과 독해를 중심으로 토익 공부도 따로 해야 한다.

– 정말 유창하게 말하고 싶으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건 우리나라말을 비롯해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다.

– 어학 연수를 가기 앞서 어느 정도 실력을 다져 두는 게 좋다. 자칫 1년 내내 기초반만 듣다 오는 수도 있다.

–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다. 덜렁 어학 연수 과정만 듣고 오기보다 계획을 세워 여러 단기 과정을 함께 수강하는 것도 좋다. 어학 연수 과정만 듣다 보면 도저히 지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 비즈니스 영어 과정이나 영어 교육 자격증 과정, 여러 영어 시험 준비 과정 등을 들으면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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