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배낭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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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년 4월 어느날 오후 야구를 보러가 외야쪽 스탠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타자가 첫 볼을 2루타로 쳐냈습니다. 외야를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쭉 뻗은 야구공을 보면서 그때 문득 소설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갑작스러운 계시 같았습니다. 이유도 설명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왜 작가가 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뒤바꿔 놓을 순간은 그렇게 운명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그런 이유에서 가끔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다. 틀에 박힌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를 찾고 싶다면 말이다.

조용철(성균관대학교 4학년)씨는 지난해 1년 동안의 필리핀 어학 연수를 마치고 한달 남짓한 동안 동남아시아 배낭 여행을 다녀왔다. 필리핀 어학 연수가 워낙 비용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배낭 여행을 가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비용을 조금씩 아껴둔 덕분이기도 했다.

조용철씨가 필리핀에서 출발해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을 거쳐 40일 동안 여행하면서 쓴 경비는 비행기 삯과 교통비, 숙박료 등을 포함해 딱 55만원. 배낭 하나 들쳐매고 그야말로 거지 몰골을 하고 골목 골목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최대한 비용을 아껴쓴 덕분이다. 돈을 아끼느라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빵 한조각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하고 대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기도 했다.

낯선 곳에 혼자 떨어져 있으니 오히려 더 거리낄 게 없다. 조용철씨는 가는 곳마다 가장 먼저 대학교를 찾았다. 운동장과 강의실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동아리 방에 들어가 그곳의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경계심을 갖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자기들 또래의 배낭 여행자라는 걸 알고 나면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손짓 발짓을 섞어 이야기하다 보면 대충 뜻은 통한다. 가끔 밥도 공짜로 얻어먹고 태국에서는 명상을 배우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그동안 듣고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미개한 나라일 거라는 선입견은 금방 무너졌다. 무심한듯 이끼를 뒤집어쓰고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건축물들은 묵묵하게 지나간 세월을 웅변하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깊이와 무게가 있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고 즐거워보였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조용철씨는 그동안 소심하게 움츠려들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세상이 이렇게 크고 넓은데 너무 갇혀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을 하나로 가다듬기는 어렵지만 40일의 짧은 여행은 조용철씨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머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든 직장을 얻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정말 딱 일주일도 마음놓고 쉴 틈이 없다.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다. 배낭 여행은 대학생들만 즐길 수 있는 정말 짜릿한 특권이다. 돈이 부족한가. 방학 내내 막노동이라도 해서 다음 방학 때 가면 된다. 300만원이면 유럽에 충분히 한달은 다녀올 정도는 된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배낭 여행을 떠날 거라면 성수기인 7월19일 전에 출발하는 게 좋다. 아니면 아예 8월 20일 뒤로 늦추는 것도 좋다. 적어도 20만~30만원 이상 싸게 비행기 표를 살 수 있다. 몇 군데 경유를 해도 좋다면 얼마든지 더 싼 표도 있다. 항공사와 여행사 홈페이지를 꼼꼼히 뒤져볼 필요가 있다. 투어익스프레스(www.tourexpress.com)에서는 전 세계 60개 항공사 650개 도시 항공권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온라인투어(www.onlinetour.co.kr)와 트래블OK(travelok.okcashbag.com) 등과 비교해봐도 좋다.

유럽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나라들을 돌아다닐 수 있어 단연 인기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거라면 철도 할인권, 유레일 패스는 필수다. 유레일 패스는 유럽에서는 살 수 없다. 또 정가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한때 여행사 직원에게 할인 발급되던 유레일 패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되자 유레일 본사에서 2003년 5월부터 할인 판매가 적발 되면 상품 판매 금지하겠다는 경고를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결국 10%의 안팎에서 벌어지던 관행적인 할인도 없어졌다.

유레일 패스는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이태리, 오스트리아, 스페인, 헝가리, 네델란드, 벨기에,룩셈브르그,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랜드, 스웨덴 등 17개 나라에서 쓸 수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03년 9월 기준으로 한달 동안 쓸 수 있는 1등석 가격이 756달러, 2등석은 623달러 정도다. 비싸보이지만 유럽 기차 요금을 생각하면 굉장히 싼 편이다. 출발하기 전에 꼭 챙겨야 한다.

왕복 항공권은 70만∼110만원 정도. 직통보다는 동남아와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편이 훨씬 저렴하다. 유럽 배낭여행은 흔히 런던에서 출발해 파리로 나와 시작하는 게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굳이 남들하는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남들과 거꾸로 움직이면 항공료 등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비법은 런던을 맨 마지막 코스로 남겨두는 것.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비용을 한번으로 줄일 수 있고 항공료만 20만원 정도가 더 싸다.

비용은 보통 교통비로 하루 5천∼6천원, 숙박비로 1박에 2만∼2만5천원, 세끼 식사로 1만원 내외, 또 여기저기 입장료로 1만5천∼2만원 정도 든다. 이밖에 화장실 사용료나 화물 보관료, 기념품 구입비 등으로로 하루 1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 하루 12만원 정도는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비행기 표와 유레일 패스를 사고 나면 배낭 여행에서 경비를 아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덜 먹고 더 불편하게 자는 것 뿐이다. 아예 조용철씨처럼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거나 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최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출발하고 나면 꼭 써야될 때는 계획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쓰도록 한다. 박물관도 비싸서 못들어가고 여행 내내 빵 조각만 먹고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도 한번 먹어보지 못한다면 주객이 바뀐 셈 아닐까.

배낭 여행은 크게 자유 배낭 여행과 단체 배낭 여행, 패키지 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유 배낭 여행은 말 그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떠돌아 다니면 된다. 물론 비행기 표부터 여행 일정까지 모두 직접 챙겨야 한다. 단체 배낭 여행은 인솔자와 함께 떠나 20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움직인다. 인솔자가 도시간 이동과 기차표 예약, 간단한 여행지 안내까지 책임진다. 비용은 좀 비싸지만 마음 든든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다만 틀에 박힌 여행이 되기 쉽고 우연과 낯선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패키지 여행도 여러가지다. 호텔과 항공편만 지정해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챙길 수 상품도 있고 유레일 패스까지 포함된 상품도 있다. 국제 학생증까지 여행사에서 모두 챙겨주는 상품도 있다. 같은 여행사 상품으로 함께 출발하는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길 닿은대로 가고 싶다면 숙소를 미리 챙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첫날 도착하는 곳의 잘 자리는 예약을 해둬야 허둥지둥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네오비즈21(www.hrskorea.com)에 가면 전 세계 9만여개 호텔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 한국유스호스텔연맹(www.kyha.or.kr)을 들러보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민박집 정보를 모아놓은 스네일홈(www.snailhome.com)이라는 곳도 있다.

비용이 문제라면 가까운 동남아시아나 일본, 중국도 좋다. 중국도 요즘은 물가가 만만치 않게 비싸졌지만 배낭 여행이라면 하루 200위안, 3만원 정도면 경비로 충분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배낭 여행이 아니라도 출장이든 신혼 여행이든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특별하고 새로운 여행을 바란다면 인도나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해 보자.

‘인도로 가는 길’이라는 여행사에서는 인도 거지 여행이라는 상품을 135만원에 팔고 있다. 숙소와 교통편만 예약돼 있고 나머지는 직접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8박 9일 동안 바라나시를 비롯해 아그라, 타지마할, 아즈메르 등 왠만한 유명한 여행지는 다 둘러볼 수 있다.

‘굿아프리카’라는 여행사에서는 아프리카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24박 25일에 298만원. 좀 비싸긴 하지만 비행기를 워낙 많이 타야하니 어쩔 수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을 비롯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 보츠와나의 아카방고델타,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등을 샅샅이 훑고 올 수 있다. 일주일 동안 렌트카를 타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사파리 여행도 계획돼 있다. 원주민들과 어울려 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원주민들의 음식을 실컷 맛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알뜰 상식 하나. 팔뚝 힘이 좋다면 우리나라 은행에서 외국 동전을 잔뜩 바꿔가자. 신기하게도 1달러 동전을 800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외환은행과 농협 등에서 취급하는데, 처음에 사들일 때부터 반값만 쳐주고 받았다가 되팔 때는 20% 정도 이익을 남겨받고 70% 정도에 팔기 때문이다. 너무 잔돈이면 무겁기만 하고 곤란하겠지만 미국 돈 1달러나 일본 돈 500엔 동전 정도는 잘만 바꿔가면 오히려 돈을 버는 셈이다. 몇군데 은행을 돌면서 동전을 모아다가 미국이나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지폐로 바꾸면 된다. 30% 정도 비용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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