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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다. 일본형 거품 붕괴 방치할 건가.”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8, 2011

엉터리 통계와 얼치기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통계적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겠지만 학자들이나 기자들이나 명확한 팩트와 전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막연한 이념 논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부자감세 논쟁이 그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효과를 둘러싼 찬반논쟁도 그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계속됐던 부동산 거품 논쟁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통계 조작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부자감세의 허구를 입증했고 한미 FTA의 과장된 경제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최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대세하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홍 연구원은 경착륙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투기세력은 이미 2006년 4분기 이후 지난 5년 동안 충분한 수익률을 챙기고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낮아지면 좋겠지만 지금은 거품이 붕괴하면서 일본형 장기 불황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게 홍 연구원의 주장이다.

다음은 홍 연구원과 일문일답.

– 한미 FTA의 장밋빛 전망이 터무니없이 과장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나마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얻게 될 무역흑자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국민들 상당수가 이런 식의 FTA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결국 통과되고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45% 수준이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 수준이다. 미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이 둘을 곱해서 고작 3% 수준이다. 미국 수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한미 FTA로 미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3%에서 4%로 1% 포인트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한미 FTA 이후 평년 경제성장률 4%에 0.04% 포인트 정도 추가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미 FTA의 부정적 효과가 전혀 없다고 가정하고 순기능만 계산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 0.04%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긍정적 측면일 뿐,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도 계산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미 FTA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0.04%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일자리가 25만개 정도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한미 FTA 이후 2500개 정도 일자리가 추가로 늘어날 거라는 의미다. 그러나 줄어드는 일자리도 따져봐야 한다. 한미 FTA 이후 농축산업에서만 최소 1만개 이상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경우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고용률이 60%에서 57%로 떨어졌다. 늘어나는 일자리보다 줄어드는 일자리가 훨씬 많을 거라는 이야기다.”

– 메기 이론이란 것도 있었다. 미꾸라지가 사는 곳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이기 때문에 더 건강하게 된다는 논리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도태될 산업은 과감히 도태시키고 무한 경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미꾸라지가 메기를 피해 다닐 체력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미꾸라지가 다 잡아먹히면 그때 가서 메기를 꺼낼 건가. FTA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점진적인 FTA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과 2004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칠레 등과 먼저 FTA를 체결하고 조금씩 범위를 넓혀간다는 점진적인 FTA 전략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5년 9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독대한 직후 미국과 전면적인 FTA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재임기간 중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생각을 바꿨다고 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를 보면 1992년과 2004년 사이 일본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8.1%에서 8.7%로 급락한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5%에서 13.8%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도 4.7%에서 2.4%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3.1%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김현종 등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강조하면서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넛 크래커 이론도 나왔다.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한미 FTA 밖에 없다는 주장에 흔들렸던 것 같다.”

– 좋은 FTA와 나쁜 FTA가 있다고 보나.

“세계은행은 RTA(지역간 무역협정)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중남미 경제 공동체처럼 호혜적인 RTA가 있고, 미국식 FTA처럼 상대에게 무리한 의무를 부과하는 가혹한 RTA도 있다. EU식 FTA처럼 다소 덜 가혹한 RTA도 있다. 이 중 중남미의 호혜적인 RTA는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서로 관세율을 낮추고 공정무역을 활성화하면서 공존공생을 추구하는 거다. 그러나 한미 FTA는 미국이 연간 800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가혹한 무역전략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여론도 달라지지 않았나.

“2006년과 2007년까지만 해도 레이거노믹스가 국내외 지식인들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FTA 반대파들이 소수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무분별한 금융규제 완화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반성도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기와 달리 양면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 집권 초기에는 노골적으로 대기업 몰아주기에 열중했으나, 요즘에는 한편으로는 대기업을 때리고 다른 편으로는 이들을 키워주는 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전략인데, 부분적으로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것은 채찍에 해당하고 한미 FTA를 강행하는 것은 당근에 해당한다.”

– 복지라는 말만 꺼내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보수 진영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박근혜 의원도 복지 카드를 꺼냈고 요즘은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자본주의 4.0을 이야기한다.

“2040세대의 반발을 무시하기 어려울 거다. 극단적인 보수주의로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조세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감세론을 주도했던 사람이 지금은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 철학은 그대로인데 2040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적당히 포장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포장을 한다는 건 내놓을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다.”

– 버핏세는 참여연대에서 제안해서 지금은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본이득 과세를 신설하는 게 우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이득 과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불안정하다는 데 있다.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하고 예민하게 움직일 때 정부가 인위적으로 충격을 주면 일본식 경착륙에 돌입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복지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경착륙이 시작되면 일본처럼 10년 가까이 경기 침체가 계속될 수도 있다. 북유럽과 다르다. 북유럽은 거품이 붕괴돼도 3~4년만에 극복했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인위적인 충격을 주는 건 매우 위험하다.”

–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신용부도스왑(CDS) 가산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0.5% 정도가 정상이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1.5%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그리스 같은 경우는 50%를 넘나들기도 하니까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지난 9월 중순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CDS 가산금리가 2.2%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시장이 좋을 때도 어렵지만 시장이 나쁠 때는 위험하다. 주가가 뛸 때 찬물을 끼얹으려면, 투자자들이 다 유권자들인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시장이 과열되기 이전, 바닥을 치고 회복 신호가 확실할 때 타이밍을 잘 잡아서 해야 한다. 분명한 건 지금은 위험하다는 거다. 주식양도세를 부과해서 1조에서 2조 정도 추가 세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하자. 그 정도 세수를 얻으려고 일본식 경착륙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다고 보나.

“미국은 나름 국가 투명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이 6~7% 정도다. OECD 평균은 15.6%다. 우리나라는 27% 정도로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직접세 중심, 누진세 중심, 종합과세 중심 국가여서 조세부담률은 낮아도 소득재분배 효과는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은 부부합산 과세를 하기 때문에 부부의 연 소득이 각각 5천만원씩이라면 150만원씩 300만원을 소득세로 내는 게 아니라 합산소득 1억원에 대해 900만원을 내게 된다. 소득세 비중이 미국은 10%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한국이 4% 밖에 안 된다. 워렌 버핏이 소득세가 아니라 자본이득 과세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소득 상위 20%의 실효세율이 14.1%인데 우리나라는 5.9% 밖에 안 된다. 참여연대와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한국판 버핏세로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한국판 버핏세는 상위 0.5%만 해당된다. 1천명 가운데 5명 정도만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언뜻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보수 언론이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고 비난했던 게 생각난다. 대중적인 지지를 끌어내기는 쉽겠지만 보편적 증세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것 아닌가.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보편적 증세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편적 증세를 하더라도 미국처럼 직접세와 누진세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도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을 줄여서 절벽형 소득세 기반을 미끄럼틀형으로 바꾸는 방식이어야 한다. 직접 세율을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조세저항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비과세 감면을 줄여서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보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타당하다.”

– 부동산 거품이 꺼질 거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떠받치려고 했지만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경착륙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전세 제도가 거품 붕괴를 막는 측면이 있다. 일단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착륙 국면으로 가는 것 같다. 1990년에 200만호를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더니 1년여 만에 18%나 집값이 빠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고점 대비 2% 정도 빠진 상태다. 우리나라는 LTV(주택담보비율)가 47%로 100%에 이르렀던 90년대 초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70%, 독일은 74%, 프랑스는 80% 정도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있어서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 연착륙을 유도할 해법이 있나.

“뾰족한 해법은 없다. 다만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1990년대처럼 향후 8년 동안 아파트 가격을 현 수준으로 동결시킬 수 있다면, 그 동안 물가가 오르고 소득도 올라 가계소득이 연평균 5% 정도 오른다고 가정하면 소득 대비 집값 비율, PIR이 2000년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차기 정부가 적절하게 거품을 관리하고 해소하면 급격한 경착륙을 피하면서 연착륙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1~2년 안에 집값을 30% 이상 떨어뜨릴 것이냐, 아니면 최소 8년 동안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거품을 빠지게 만들 것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최악의 경우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1990년대 일본의 경착륙 과정을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위기를 증폭시켰다.
첫째는 과도한 LTV. 담보능력이 소진한 상태에서 위기가 닥치자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부실채권이 쓰나미처럼 금융기관을 집어삼켰고, 생사에 기로에 선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돈을 풀어도 이를 유통시키려 하지 않았다. 생사를 좌우하는 재무건전성만 높이는데 열중했다. 이렇게 되면 자금중개 기능이 마비된다. 이게 무서운 거다.
둘째는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연. 민간 금융기관이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혀 자금중개 기능을 포기하고, 이로 인해 실물부문에서 흑자도산이 속출한다면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금융기관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대장성 관료들은 자신들 선배들이 고위 임원으로 있는 민간 금융기관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셋째는 정부의 경솔한 거품해소정책. 1990년대 초 일본 정부는 거품이 상상 이상으로 부풀어 오르자 단기간에 금리를 급격히 올려 거품 해소에 나섰다. 그러나 LTV가 100%인 상태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은 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나 부동산 거품을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단기간에 소멸시킬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일본 정부처럼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 2008년 이후 투기세력은 이미 빠져나갔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거품의 정점이었던 2006년 4분기 이후 주택 50%의 주인이 바뀌었다. 투기꾼들은 지난 5년 동안 충분한 수익률을 챙기고 시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 언론들이 부동산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지속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세율인하를 요구했던 것도 출구전략의 하나라고 이해하면 된다. 지난 5년 동안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수요자들이었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나 상투를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경착륙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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