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어디 갔지? 종편에 지상파도 밀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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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채널을 몰아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C&M 계열 유선방송 사업자(SO)인 용산케이블TV는 최근 채널 7번부터 10번까지를 4개 종편에 배정했다. 통상적으로 지상파 방송에 배정되는 채널이지만 용산케이블TV는 KTV와 국회방송, 채널CGV, 스크린 등에 배정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종편에 이 공간을 내주면서 이 방송들은 각각 95번과 97번, 27번, 28번으로 밀려났다.

이는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SO의 역내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 채널 변경 심사를 폐지한 것과 관련,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지금까지는 SO가 지상파 채널을 변경하려면 지상파 방송사들과 사전 협의를 해야했지만 이제는 SO가 임의로 채널을 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른 SO들도 지상파를 뒷쪽으로 밀어내고 종편에 황금채널을 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모공이 송연할 일이다.

일부 SO들이 지상파 채널을 밀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상파 채널을 밀어내고 종편에게 이 황금 채널을 내준 것은 지상파 재송신 분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방통위가 SO들이 지상파 방송사들과 사전 협의 없이 채널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SO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당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O들이 종편에 황금 채널을 내주는 대신 지상파들을 압박할 수단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증권은 9일 보고서에서 “여전히 협상의 키 플레이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입자들이 이용료를 지불하는 사업자가 SO인 만큼, 지상파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볼모로 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협상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SO와 MSO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보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최경진 연구원은 “모든 SO 및 MSO가 동일하게 채널을 변경한 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 일부 SO에 대해 적용한 것이고 특히 지상파 콘텐츠를 12~19번 채널로 이동하면서 홈쇼핑 채널 역시 함께 이동된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MSO에 송출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홈쇼핑 사업자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면서 “SO의 지상파 채널 변경이 갖는 협상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재송신 분쟁이 계속될 경우 IPTV나 스카이라이프 같은 경쟁 플랫폼으로 가입자들 이탈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방송이 전면 중단되는 게 아니라 디지털 HD 방송 대신 아날로그 SD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지상파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들 보다는 SO들이 훨씬 더 조급할 수밖에 없다. SO들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광고 송출을 선별 차단한다는 계획이지만 역시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과 SO들의 벼랑 끝 치킨 게임은 SO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게임이었지만 방통위가 SO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게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삼성증권은 디지털 케이블 TV 가입자 400만 가구에서 월 280원씩을 받을 경우 지상파 1개사가 받게 될 재송신료가 연간 80억원에 이르지만 100원으로 낮아질 경우 연간 29억원으로 줄어들 거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금까지는 SO들이 지상파 방송사들에 끌려가는 형국이었지만 SO들은 HD 방송 송출을 중단하거나 종편에 지상파 채널을 내주는 등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광고 송출을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등 보다 강경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방통위가 SO들 뒤를 봐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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