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BBK 소송 취하 왜? 한미 FTA 빅딜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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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BBK 소송 취하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인 BBK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빅딜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한인 신문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이 BBK 투자금 반환 소송 취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다스의 재산 몰수 소송 취하를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지난 2000년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등이 140억원을 횡령했다며 돌려달라고 한 사건이다.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2007년 1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다스 쪽에서 항소, 최근까지 법정 다툼을 벌여왔는데 지난 4월 돌연 다스가 항소를 포기하겠다며 소송 취하를 요청했다.

BBK 사건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1년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에 어느 정도 개입했느냐다. 이 대통령은 2000년 BBK라는 투자자문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준씨와 함께 LKe뱅크를 설립했다. LKe뱅크는 BBK가 운용하던 MAF 펀드에 125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 자금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동원됐다. 김씨는 해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소문을 내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위조여권을 이용해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은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여러 차례 자신이 BBK를 창업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통령이 BBK의 실질적인 소유주였다는 이면 계약서도 공개됐으나 법원은 이 서류가 위조됐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MAF 펀드는 김씨가 단독으로 운영했으며 주가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2007년 귀국해 주가조직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번 미국 법원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건 김씨가 지난 1월 옵셔널캐피털(옛 옵셔널벤처스)과 재판에서 패소해 재산이 동결돼 법원의 명령 없이는 현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김씨에게 옵셔널캐피털에 371억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감옥에 있는 김씨가 지난 2월 다스에게 140억원을 송금한 뒤 다스가 소송을 취하했다. 이면거래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국 법원은 송금 절차가 합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김씨가 140억원을 송금한 시점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귀국해 이 대통령과 BBK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기소 유예 판결을 받은 시점과 맞물린다. 에리카 김이 진술을 번복하는 대가로 면죄부를 받고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주는 것으로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스는 1심에서 패소했고 2심 승소 확률도 높지 않았다. 김씨 입장에서는 굳이 법원의 명령을 어겨가면서 다스와 합의를 할 이유가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옥중 청원서에서 “다스의 실소유주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김백준 청와대 비서관이 미국 재판에 출두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압박한 바 있다. 선데이저널은 이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드러나는 걸 피하기 위해 서둘러 이면합의를 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은 끝났지만 다스의 소유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스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의 공동 소유였으나 김씨는 이 대통령이 다스의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주장해 왔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원 역시 이 대통령 소유로 추정되는 도곡동 땅을 팔아 마련한 자금이다. 이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다스의 지분 5%를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다스에서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다스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면 이 대통령이 BBK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옵셔널캐피털과 다스가 투자금 반환 소송을 벌이던 도중에 왜 김씨가 다스에만 송금을 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BBK 사건은 여전히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러나 다스와 김씨의 이면거래 내용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BBK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오드리 콜린스 판사가 김씨와 다스의 이면 합의를 “법정 모독”이라며 “다스에 흘러들어간 돈 140억 원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라”고 명령을 내렸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도 석연치 않다. 미국 법원은 2008년 12월 “별도의 법원 명령 없이는 스위스 계좌에 있는 돈을 김경준씨를 포함한 누구도 인출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 법원의 태도 변화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교민 방송 라디오코리아에 따르면 연방검찰 모니카 테이트 검사는 “스위스 계좌의 돈 140억원이 김경준과 다스의 어떤 합의를 통해 인출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충격 그 자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스 쪽 변호사들은 “스위스 검찰이 동결을 해제했고, 140억원을 다스의 계좌로 송금하도록 지시했다”고 해명했으나 콜린스 판사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스가 이 소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완강했던 콜린스 판사가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지는 의문이다. 선데이저널은 “다스는 지난 4월 항소심 포기로 이뤄진 소 취하와 함께 지리했던 미국 법정에서의 모든 싸움을 종지부 짓고 자유(?)를 만끽하게 될 전망”이라면서 “7년이 넘는 법정싸움을 통해 14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다 돌려받은 데다가, 세간의 의혹을 샀던 BBK 의혹의 마지막 불씨와 관련해서도 한결 행보가 가벼워지는 부수적 효과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BBK-한미 FTA 빅딜설과 맞물려 크나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판결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강행과 관련 묘한 시점에 다스 측이 선물을 받아든 셈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다스와 김경준씨 가족의 이면합의 과정을 두고 강한 어필을 했던 옵셔널캐피탈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퇴임 전후로 BBK 사건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BBK와 다스, 도곡동 땅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다스에 왜 140억원을 송금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 이 사건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 그리고 다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일까. 이 대통령은 이 이면합의에 정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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