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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언유착의 참극, 특혜 아니면 생존 불가능한 종편.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30, 2011

훗날 역사는 종합편성채널을 권언유착의 참극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종합편성채널은 기획 단계부터 법안 마련과 통과, 시행단계에 이르기까지 특혜와 유착으로 점철돼 왔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집권 초기인 2008년부터 신문의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반발이 거셌지만 한나라당은 이듬해 7월 이윤성 부의장의 직권 상정으로 미디어법을 표결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정족수에 미달돼 부결됐다가 재투표를 실시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법에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동일 안건을 다시 표결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재적의원 294명 가운데 145명이 표결에 참석, 142명이 찬성했으나 정족수에 미달돼 투표가 불성립됐다. 곧바로 재투표를 실시해 재적 153명, 찬성 150명으로 집계됐지만 표결 결과에 관계 없이 무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넉달 뒤인 그해 11월 국회법 절차는 어겼지만 법안 통과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미디어법이 통과된 직후, 헌재 결정이 나기도 전에 미디어법을 홍보하는 TV 광고를 내보내 논란을 확산시켰다. 정부는 이 광고에서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을 지배할 수 없도록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분을 30%까지 허용하고 구독률 20%를 여론 독과점 기준으로 내걸어 사실상 조중동 등 시장 점유율 상위 신문사들의 방송 겸영을 전면 허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신문·방송 업계에서는 종편이 2개 이상 선정될 경우 자칫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정부가 종편 사업자 선정을 미루면서 신문사들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종편 진출을 희망하는 신문사들 지면에서는 정부 비판 기사가 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야 종편 선정 기본 계획안을 발표하고 5개월 뒤인 지난해 12월31일에서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종편 사업자로 선정했다.

종편은 출범부터가 특혜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경쟁 원리를 도입할 경우 시장 규모가 1조5599억원 늘어나고 생산유발효과가 2조9천억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천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통계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터무니 없는 장밋빛 전망에 의존해 여론 독과점과 과도한 선정성 경쟁 등의 우려를 묵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에 아낌없는 특혜를 쏟아 부었다. 전국 단일 권역 방송을 허용하고 케이블 의무 전송을 강제하는 한편 국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을 40%까지 낮춰줬다. 지상파는 이 비율이 80%로 묶여 있다. 외주제작 의무 편성 비율도 지상파는 전체 방송 시간 기준으로 40%로 묶여 있는데 종편은 주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15%만 충족하면 된다. 지상파 수준의 커버리지를 확보하면서 규제는 훨씬 못 미치는 셈이다.

지상파는 프로그램 시간의 10%까지 광고 시간이 허용되지만 종편은 1시간 평균 10분, 최대 12분까지 허용된다. 지상파는 전체 방송시간의 0.2% 이상을 공익광고에 배정해야 하지만 종편은 이 비율이 0.05%로 낮다. 지상파에는 없는 중간 광고도 허용된다. 먹는 샘물 광고는 이미 허용됐고 전문 의약품과 병·의원 광고도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칭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종편은 막판까지 황금 채널 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케이블 방송의 채널 배정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SO)와 채널 사업자(PP)가 개별적으로 협의할 사안이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직간접적으로 SO들을 압박했고 결국 종편들은 다른 PP들을 밀어내고 그 황금채널을 차지했다. 방통위는 그 대가로 SO들에게 음악방송 주파수 대역을 방송용으로 이용해 채널을 늘릴 수 있도록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종편의 특혜는 파격적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고 있는 방송발전기금 역시 아직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광고 직접영업을 금지하고 민영 미디어렙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역시 지지부진 미루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종편의 민영 미디어렙 편입을 3년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기준 역시 지상파 보다 훨씬 완화된 수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이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을 때 방통위가 납입 기간을 유예해주고 때마침 KT가 자회사들을 동원해 4개 종편에 83억9천만원을 투자한 적이 있다. 정부 차원의 입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애초에 4개의 종편을 허용한 것부터 특혜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편은 이명박 정부가 보수 언론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정권이 바뀐다면 과연 누가 이들을 돌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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