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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퍼렇던 방송심의, 종편에는 이중잣대?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26, 2011

지상파가 아니니까 제재 수위를 낮추자. 그렇지만 승인 채널이니까 과징금까지 때리는 건 과도하다? 오는 12월 출범할 종합편성채널의 심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요즘 한창 뜬다는 ‘애정남(애매한 걸 정해주는 남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과 별도로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유료방송 심의팀을 1팀과 2팀으로 나눠 1팀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심의를 전담하게 하고 2팀은 일반 등록채널 심의를 맡긴다는 게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 등 여러 자리에서 종편채널 심의를 별도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방송법은 32조에서 ‘(심의시) 매체별‧채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5조에서는 ‘방송 매체와 채널별 전문성과 다양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지상파 방송과 분명한 타깃 시청자를 갖는 선택적 유료 상업방송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케이블 채널 사업자(PP)들의 불만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방통심의위는 지금까지 모든 방송 사업자들에게 일률적으로 공적 책임을 부과해 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월 엠넷의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1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시청자 사과 조치를 받고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에는 골프 경기를 주최한 회사를 과도하게 홍보한 J골프에 1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증권정보 사이트를 소개했던 이데일리TV도 같은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박만 위원장은 지난 6월20일 전체회의에서 “등록 PP에 대해서는 제재가 별 의미가 없어서 가급적이면 과징금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8월4일 전체회의에서도 “(심의안건으로 올라온 프로그램을 방송한 모 채널은) 등록채널이기 때문에 우리 위원회가 시청자 사과나 경고를 결정해도 별다른 효력이 없는 채널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PP가 만든 보도‧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 제재는 지난해 22건에서 올해 6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 제재는 24건에서 49건으로 늘어났다. 과징금 부과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방통심의위는 시청자 사과나 경고 조치를 했는 데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통상 5천만원 이내에서, 중한 방송심의 위반 사례의 경우 1억원 이내에서 방송사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상파나 종편은 허가‧승인 대상이라 제재 효과가 크지만 일반 유료 채널은 이를 무시할 경우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PP들은 지상파 방송에 적용하는 심의기준을 유료 방송에 일률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한다. PP들은 허가‧승인 채널의 경우도 옛 iTV를 제외하면 재허가를 받지 못한 사례가 없다며 반박한다. iTV의 경우는 경영상의 문제였을 뿐 방송심의와는 무관하다.

PP들은 방송심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방통심의위와 PP 사장단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방송 매체의 특성(전문 분야, 시청률 등)을 감안한 차별적 심의규제가 필요하다”며 “국내 PP들이 전문장르(오락, 여성 등) 자체 제작물에 대해서는 창작의욕 제고, 콘텐츠 제작 활성화 차원에서 다소간 시행착오(저품격, 일부 선정성 등)가 있더라도 참작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는 12월 종편과 보도채널이 출범하면 이런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방통심의위가 종편에는 지상파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승인 채널이라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자제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심의 기준을 차별화달라고 요구해 왔던 PP들 입장에서는 종편의 특혜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방통심의위가 보도‧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이유가 출범 초기 종편의 경쟁력을 보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준이 그만큼 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방통심의위가 그동안 PP들에게 적용해 왔던 엄격한 심의 기준을 종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애정남’을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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