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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민중연대를 생각함.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2, 2004

FTA,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ssosiation).

FTA를 통과시키라고 온통 난리법석이다.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반응은 썰렁하다. 농민들이야 생존권의 문제겠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FTA를 반대할 이유가 딱히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FTA를 반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FTA가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산업이 몰락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농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농민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을 땅을 일구면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돈 몇푼을 집어주면서 땅을 떠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과연 언제까지 경쟁력 없는 농업을 계속 지켜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으니 더이상 보호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농부의 아들인 용철이와 재문이는 끝까지 FTA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마냥 달려갈 수는 없다. 용철이는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재문이는 국회 앞에서 가스통이라도 터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어떤 방법으로도 FTA를 막을 수 없다는걸 잘 안다. 현실은 현실. 대책 없는 원론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병수는 우리 가운데 누가 감히 FTA에 반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누가 지금 감히 자동차 산업과 휴대전화 산업을 희생해가면서 농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 모든 나라가 FTA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우리만 고립돼도 좋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닥친 문제는 휴대전화 산업이냐 농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FTA는 대세다. 우리는 FTA에 반대할 수 없고 FTA는 결국 통과될 수밖에 없다. 칠레와 맺는 FTA는 시작일뿐이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모든 규제와 보호를 넘는다.

지하철 역마다 수억원씩을 들여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가식이든 뭐든, 소수와 약자를 위한 배려가 많은 사회, 나눌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성장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의 원칙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다.

왜, 당신은 안전할 것 같은가. 농민들이 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언젠가 장애인들이 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또는 장애인들은 그냥 집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더 넓게는 노동자와 여성과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는 논리로 확산되지 않을까 나는 두렵다.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을 말하는 이 사회의 냉담함에 나는 오싹함을 느낀다.

자본은 영세한 산업을 몰락시키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부를 한곳에 집중시킨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할 가치들을 희생하는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결국 해답은 세계적 연대밖에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멈추려면 동시에 멈추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도대체 세계적인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시대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되짚어 보자. 우리 국민소득은 과연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늘어나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대국 10위에서 9위로, 8위로 계속 올라서야 하는가. 기업은 영업이익을 지난해 1000억원에서 올해는 2000억원으로 늘려야 하는가. 도대체 왜. 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또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자본의 천박한 논리에 휘둘리면서 말이다. 돈에는 색깔이 없다고? 웃기지 마라. 아무런 생각 없는 당신도 공범이다.


믿기지 않지만 자본은 이미 언론까지 암묵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 아닐까. 최근 언론의 FTA 관련 보도는 지극히 자본의 시각에 바탕하고 있다.


세계적인 연대를 위해 나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되짚어 보자고 말만 하지 말고 정말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나는 지금 우리 모임 같은 토론 소모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되짚어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수많은 토론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서로 소통하고 단단히 연대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만이 자본의 세계 지배에 맞서 세계적인 민중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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