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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폭탄.

Written by leejeonghwan

May 12, 2011

검색 가능한 콘텐츠 페이지를 만들면 상당한 어젠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검색 상위에 랭크되는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면 신자유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이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것 자체로 미디어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구글 폭탄이란 더 많은 링크를 받는 웹 페이지가 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는 구글의 페이지 랭크 방식을 역이용해서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걸 말합니다. 특정 검색어를 담고 있는 링크 코드를 의도적으로 여기저기 심어두는 거죠.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웹사이트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지만 구글에서는 꽤나 잘 먹히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miserable failure(참담한 실패)’를 검색하면 백악관 홈페이지가 상위에 뜨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구글 폭탄을 만드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한번 순위가 결정되면 누군가가 이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요.

<a href=”페이지 주소”>miserable failure</a> 이런 방식이죠.

‘학살자’를 검색했더니 전두환을 비난하는 글이 뜨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저는 우리가 ‘노무현’에 대한 어떤 웹페이지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안함’ 같은 정치적 이슈나 ‘쌍용자동차’나 ‘최저임금’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이런 주제를 새롭게 규정해 보는 것도 가능할 거고요. 집단지성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구글 폭탄 만들기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어서 직접적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터넷 실명제’나 ‘저작권법’에 대한 문서를 만들고 집중적으로 링크를 뿌려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검색 순위가 올라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젠더 파워를 조작하는 셈이지만 결국 행동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얻는 거죠.

아래는 어제 인터넷 주인 찾기 모임에서 이야기했던 몇가지 실천적 아이디어들입니다.

1. 엉터리 선거법을 무력화하자.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수그러들곤 했죠. 저는 낡아빠진 제도를 적극적으로 무너뜨리는 운동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을 가로막는 사전 선거운동 제한과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선거법 위반 운동 같은 걸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 테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적극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을 마구 올리는 겁니다. 선거운동 기간 이전이라면 명백한 불법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면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차피 이 법은 바뀌어야 합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무력화시켜 그 시기를 앞당기자는 거죠.

2. 나는 블로거다.

이건 요즘 뜨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명세에 묻어가는 기획입니다. ‘나는 블로거다’라는 이름으로 주제를 정해 놓고 포스팅을 날려 보자는 겁니다. 온갖 다양한 관점과 현실인식, 논리전개, 스토리텔링 방식 등 서로의 의7견을 공유하고 토론을 촉발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선의의 경쟁으로 최고의 포스트를 투표로 뽑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이를테면 ‘원전 마피아’를 주제로 한 달 동안 글쓰기를 해보자고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거고요. ‘홍대 청소 노동자’나 ‘오사마 빈 라덴’, ‘외환은행 매각’, ‘노무현’ 등 다양한 주제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아예 작정하고 ‘네이버’를 주제로 크게 붙어볼 수도 있을 거고요. 글 쓰는 재미, 글 읽는 재미, 다양한 시각과 문제제기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기획이 아닐까요.

3. ‘IE Only’ 사이트를 퇴출시키자.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상당수 웹사이트들이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IE에서만 돌아가는 액티브 엑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사이트도 많고요. 카드 결제는 물론이고 인터넷 뱅킹은 말할 것도 없죠.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MS 점유율의 영향이겠죠.

아예 작정하고 ‘IE Only’ 사이트를 퇴출시키는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요? 퇴출이 아니라면 불매 또는 거부 운동이라도 말이죠. 웹접근성을 잘 지키는 사이트를 뽑아서 칭찬도 해주고 최악의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선정해서 망신도 주고요. 그리고 리눅스에서도 돌아가는 인터넷 뱅킹을 하게 해달라고 여기저기 청원을 넣을 수도 있겠죠.

핵심은 뭔가 조직적인 저항을 해보자는 겁니다. 굳이 MS의 유료 운영체제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어느 운영체제나 어느 브라우저에서도 손쉽게 동일한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도록 웹의 표준을 지키라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는 겁니다. 이거야 말로 인터넷 주인찾기의 기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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