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유혹의 기술.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4, 2002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스물여섯살에 서른세살의 미망인, 조세핀 드 보아르네를 만난다. 조세핀은 늘 차가웠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을 만나러 갈 때마다 울화통을 터뜨리고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가도 몇일 뒤 조세핀의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편지를 받고 나면 다시 조세핀에게 뛰어가곤 했다. 조세핀은 슬픈 얼굴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깊이 깊이 빠져들었다.


조세핀과 결혼한 뒤 이튿날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와 싸우러 이탈리아로 떠나야 했다. 나폴레옹 밑에 있던 군인들은 그가 늘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작전회의를 예정보다 일찍 마치기도 하고 편지를 쓰느라 몇시간씩 막사에 들어앉아 있기도 했다. 목에 걸고 다니는 조세핀의 초상화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기도 했다. 수많은 편지들을 보냈지만 조세핀은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조세핀의 친구에 따르면 나폴레옹의 편지는 열정이 담겨있었지만 가끔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만큼 혼란스러웠다. 맞춤법도 틀리고 문법도 엉망이었다.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이탈리아로 와달라고 여러차례 부탁했는데 조세핀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다. 나폴레옹은 결국 군대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조세핀을 찾아가기도 했다. 작전회의는 미뤄지기 일쑤였고 아무렇게나 전술과 전략이 만들어졌다.

조세핀은 화를 내기도 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애교를 떨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차가워지기도 하면서 나폴레옹을 쥐고 흔들었다. 나폴레옹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은 “조세핀”이었다.

상대에게 만족감을 주지 마라. 상대에게 만족을 주는 순간, 당신은 주도권을 잃는다. 힘들게 당신을 쫓아다니게 만들어라. ‘유혹의 기술’은 유혹하는 사람의 유형을 9가지로 나누었다. 조세핀은 첫번째 유형, 냉담한 나르시스트, 코케트(coquet )다. 코케트는 ‘교태를 짓다’, ‘아양을 부리다’라는 뜻이다. ‘가지고 놀다’, ‘농락하다’라는 뜻도 된다. 미끼를 던지되 쉽게 나꿔채도록 놓아두지 마라. 그는 더욱 더 애가 달아 끌려올 수밖에 없다.

두번째 유형은 열정적인 신념가, 카리스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부족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넘치는 만족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쳐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관심과 애정을 끌어들인다. 마음을 꿰뚫어보는 강렬한 눈빛과 뛰어난 ‘말빨’에 알듯 모를듯, 신비감까지 갖추면 더 좋다.

세번째 유형은 신비로운 우상, 스타다. 아름답지만 잡히지는 않는 무지개처럼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신비로움.

네번째 유형은 요부, 세이렌이다. 세이렌은 노골적이다. 마법의 노래를 불러 당신을 끌어들이고 집어삼킨다. 세이렌이 여자라면 레이크는 남자다. 다섯번째 유형은 바람둥이, 레이크다. 레이크는 당신을 찾아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다는 열정을 보여준다. 세이렌이나 레이크의 매력은 넘쳐나는 성적 욕구와 그런 욕구를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다.

카사노바는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가 살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 여자들은 헌신적인 연인, 카사노바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여섯번째 유형은 헌신적인 연인, 아이디얼 러버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느라 바쁘다. 그렇지만 아이디얼 러버는 상대의 욕망을 채워준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결국 함정인줄 알면서도 걸려드는 수밖에 없다. 아이디얼 러버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살펴라. 인내심과 관찰력이 필요하다. 열정은 기본이다.

루 안드레아스 폰 살로메만큼 매력적인 여자가 있을까. 살로메는 빛나는 푸른 눈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똑똑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언젠가 살로메의 시를 읽고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의 생각이 너무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니체의 사상은 살로메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여물어갔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살로메의 도움이 없었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살로메가 떠나고 난 뒤 니체는 무너져 내렸다. 니체는 죽을 때까지 살로메를 그리워했다. 살로메의 매력은 남성적인 매력이었다. 정확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지혜. 살로메는 자신감이 흘러 넘쳤고 당당했다. 니체나 릴케는 자존심을 버리고 그녀의 치마자락에 매달려 애정을 구걸했다. 일곱번째 유형은 창조적 스타일리스트, 댄디다. 댄디는 남성적 매력과 여성적 매력을 동시에 갖는다. 강인한 정신, 큰 호흡을 지닌 여자는 부드러운 감수성을 지닌 남자만큼이나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덟번째 유형은 천진난만, 내추럴이다. 오래된 기억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어린아이가 그렇듯, 사랑스러운만큼 자칫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천진난만함은 그냥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 아홉번째 유형은 능란한 외교가, 차머다. 차머는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기분을 맞춰준다. 스스로는 뒤로 물러나면서 상대방을 관심의 중심에 끌어다 놓는다. 예의바르게 사람들 마음에 숨겨진 허영심을 부추긴다. 그러나 차머는 냉소주의자들이나 남의 인정을 바라지 않은 자신만만한 사람들에게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24가지 전략.
1. 올바른 대상을 선정하라.
2. 상대가 안심하도록 우회적으로 접근하라.
3.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라.
4. 삼각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5. 불안과 불만을 자극해 욕망을 창출하라.
6. 암시의 기술을 습득하라.
7.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8. 금지된 욕망을 일깨워라.
9.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게 만들어라.
10.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혹의 언어를 구사하라.
11. 사소한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라.
12. 상대에게 당신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라.
13. 약한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라.
14. 완벽한 환상으로 현실을 잊게 만들어라.
15. 상대를 고립시켜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라.
16. 당신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줘라.
17. 상대에게 어린 시절의 부모나 자식 역할을 해줘라.
18. 터부를 깨뜨리는 자유를 맛보게 해라.
19. 상대와의 관계를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라.
20. 적절한 고통으로 상대의 마음을 장악해라.
21. 쫓는 자가 쫓기는 상황을 만들어라.
22. 성적 매력을 유혹의 수단으로 삼아라.
23. 최후의 일격을 가해라.
24. 유혹에 성공한 다음 찾아오는 후유증을 경계해라.

유혹의 기술(The Art of Seduction) / 로버트 그린 지음 / 강미경 옮김 / 이마고 펴냄 / 2만8천원.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