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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유급 육아휴직, 먼 나라 꿈이 아니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8, 2010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쓸 수 있는 유급 휴직 기간이 51주나 된다. 어머니에게 15주, 아버지에게 11주씩 할당되고 나머지는 둘 가운데 아무나 써도 된다. 출산 전 소득의 90%가 지급되고 소득이 없었던 경우는 하루 180크로네씩 지급된다. 이밖에도 1∼3세 어린이를 집에서 키울 경우 양육수당이 월 3천크로네씩 나온다. 또한 4∼5세 어린이는 월 1260크로네 또는 소득의 3% 가운데 적은 금액을 보육료로 지원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률은 2007년 기준으로 1.26명, 세계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인구 유지를 위한 대체 출산률 2.1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지난달 30일 국제노동조합네트워크 한국협의회(UNI-KLC) 주최로 열린 보육정책 세미나에서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세계적으로 볼 때 기혼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북유럽은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매우 높으면서도 출산률도 비교적 높은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북유럽의 경우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육아 지원 정책이 출산률 증가에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아 지원 정책은 크게 육아휴직과 양육수당, 보육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세 이하 어린이가 있을 경우 1년 이내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육아휴직 급여는 월 50만원 정액제로 지급되다가 내년부터는 출산 전 임금의 40%, 최저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로 확대됐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고 실제로는 대다수 여성들이 육아휴직 보다는 퇴사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모가 출산 전 소득의 100%를 보상 받으면서 42주를 쉬거나 80%를 보상받으면서 52주를 쉬거나 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아버지 할당제가 있어서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10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노르웨이는 최근 부모 휴가를 48주로, 아버지 할당 기간을 14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육아휴직 기간이 가장 긴 나라다.

덴마크에서는 어머니에게 출산 전 4주와 출산 후 14주의 모성휴가를 준다. 아버지에게도 2주의 부성휴가를 주고 이와 별개로 부모가 나눠서 쓸 수 있는 32주의 부모휴가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어머니가 쓸 수 있는 출산휴가가 43주인데 출산 전후 14주를 뺀 나머지는 아버지와 나눠서 쓸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아버지에게 3주의 부성휴가를 준다. 최소 2주 이상 부성휴가를 쓰면 2주를 더 주는 보너스 휴가 제도도 있다.

양육수당은 흔히 아동수당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한 교수는 “모든 가정에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어머니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경우에도 지급되며 노동시장 참여 여부가 급여액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양육 자체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반면 양육수당은 전업주부라는 수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어머니가 직접 기르는 경우에만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공립 보육시설을 늘릴 것이냐, 보육시설의 대안으로 양육수당을 지원할 것이냐는 이들 나라에서도 논쟁의 대상이다. 양육수당이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의 취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노동자의 부모권을 지원하는 방편으로 양육수당을 도입했고 노르웨이에서도 공립 보육시설의 대안으로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좌파정부가 공립 보육시설을, 우파정부는 양육수당을 정책기조로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2세 이하 어린이에게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주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첫째 아이의 경우 월 314유로의 양육수당이 지원되고 초등학교 입학 이전까지 보육비용을 보조하는 보육수당이 월 160유로 추가로 지원된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경우는 물론이고 아이를 친척이나 이웃,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경우에도 월 3303크로나의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보육제도 역시 우리나라와는 수준이 다르다. 핀란드에서는 6세 이하 어린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을 다닐 권리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3∼5세 어린이는 연간 525시간의 보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덴마크에서는 0∼2세 어린이의 보육률이 61.7%에 이른다. 3∼6세 어린이 보육률은 이들 나라들 모두 85∼90%에 육박한다. 한 교수는 “양육의 사회화를 통해 부모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0∼2세와 3∼6세 어린이 보육 지원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0.1%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이들 나라들은 0∼2세는 0.5∼0.6%, 3∼6세는 0.2∼0.5%에 이른다. 보육비용 가운데 부모 분담률은 15∼25%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정부가 부담한다. 한 교수는 “보육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보육비용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상대적으로 GDP의 50%에 이르는 높은 세금 덕분에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설보육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는데 북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생후 첫 1년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양육이 이상적이므로 육아휴직의 활성화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노르웨이처럼 높은 소득 대체율과 아버지 할당제 등의 제도적 장치의 수립 뿐만 아니라 아이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아버지의 양육참여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양성평등한 양육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밖에도 양육수당을 현실화하고 보육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한편 보육 바우처와 별개로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북유럽의 관대한 육아지원 정책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 뿐만 아니라 고율의 세금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에 의한 것이었음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아동관 및 육아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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